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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자 "뉴트리아 항문봉합술, 효과↓ 잔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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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학자 "뉴트리아 항문봉합술, 효과↓ 잔인함↑"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주기재 (부산대 생명과학과 교수)

    여러분 뉴트리아 아시죠? 쥐의 일종인데 두더지만큼 큰 외래종입니다. 모피를 이용하려고 외국에서 수입을 했는데 실용화 되지는 못했고요. 결국 지금은 우리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천덕꾸러기가 됐습니다. 이 뉴트리아를 박멸하기 위해서 지금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한 연구원이 이런 기고문을 발표했습니다. 뉴트리아를 잡아서 항문을 봉합한 뒤에 다시 풀어주면 쉽게 멸종이 될 거다. 이 기고문이 세상에 알려진 뒤에 지금 갑론을박이 뜨거운데요. 오늘 이 문제 생각해보죠. 부산대학교 생명과학과 주기재 교수 연결이 돼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주기재> 안녕하세요.

    ◇ 김현정> 뉴트리아, 쥐라고 하기는 굉장히 큰데 어떤 동물이라고 보면 됩니까?

    ◆ 주기재> 쥐가 속한 분류군에 속합니다. 쥐목에 뉴트리아과. 기본적으로 외래종이죠. 남미가 원산지고 크게 자라면 한 1m 정도까지.

    ◇ 김현정> 1m까지도 자라는?

    ◆ 주기재> 꼬리를 합치면 그렇습니다.

    ◇ 김현정> 쥐라고 하기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그래서 별명이 '괴물쥐'이기도 한 뉴트리아. 그런데 이 항문봉합술 기고문 읽어보셨어요?

    ◆ 주기재> 봤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뉴트리아의 항문을 꿰맨 뒤에 다시 풀어주면 뭐가 어떻게 된다는 주장인가요?

    ◆ 주기재> 항문을 봉합하면 공황 상태에 빠져서 카니발리즘, 그러니까 동종을 먹어치우는 그런 행동을 보이니까 새끼들을 먹어치운다는 표현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배변을 못하게 묶어놓으니까 이 뉴트리아들이 엄청난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을 거고, 결국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어린 새끼들부터 해치게 된다, 이런 연구예요?

    ◆ 주기재> 그런 제안을 하신 것 같은데요. 아주 비인간적이고 반생태윤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고요. 왜 이게 맞지 않느냐면 뉴트리아는 기본적으로 초식동물인데, 아직도 인터넷이나 언론이나 일부 전문가들조차도 잡식성인 것처럼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풀을 먹는 초식동물이기 때문에 항문을 봉합한다 하더라도 새끼를 먹어치운다고 보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포악스러워지거나 새끼를 먹어치우는 일은 없을 거다...

    ◆ 주기재> 포악스럽게 바뀌는 부분은 가능할 수도 있겠죠. 어떤 동물이든지 당황하면 그렇게 될 수 있지만 기본적인 습성은 초식동물이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 김현정> 일단은 비윤리적이고, 아무리 말 못하는 동물이라지만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죽일 수는 없다는 말씀을 지금 핵심적으로 하신 거예요.

    ◆ 주기재> 우리나라의 생태계나 생물을 보는 시각들에 이런 것들이 아주 만연돼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교수님, 지금은 골프채로 뉴트리아의 머리통을 때려서 잡고 있답니다. 그러면 그 방법보다는 좀 덜 잔인하지 않겠느냐. 이런 얘기들 하던데요?

    ◆ 주기재> 그 부분도 옳지 않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실제로 덫을 놓거나, 잡히게 되면 안락사를 시켜서 마취를 한 다음에 죽이는 경우도 많은데 유독 잔인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전부 그렇게 잡는 것처럼 본질을 왜곡하고 있거든요. 실제 우리가 그렇게 잔인하지 않습니다.

    ◇ 김현정> 그럼 지금은 어떤 식으로 주로 잡고 있나요, 다양한 방법으로 잡고 있겠습니다만?

    인공섬트랩에 포획된 가족개체군 5마리의 뉴트리아. (사진=낙동강유역환경청 제공)

     


    ◆ 주기재> 덫을 놓아서 전통적인 잡는 방식도 있고요. 또 인공섬에다가 먹이를 놓아서 유인을 한 다음에 들어오게 되면 다시 끄집어내서 마취를 해서 죽인다든지, 그렇게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죽입니다. 과거에 홍보나 교육이 안 됐을 때는 간혹 때려서 잡거나 굶겨 죽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당히 그런 부분은 많이 개선이 돼서 그렇게 하지 않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잡고 있는데 왜 이게 퇴치가 안 되는 걸까요?

    ◆ 주기재> 여러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작년 초에 저희들이 이걸 전수조사를 해서,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를 파악을 하고 나서 환경부에 건의를 했습니다. 70년대 초에 했던 쥐잡기처럼 어느 날, 어느 시기를 정해서 일사불란하게 잡지 않으면 또 다른 확산의 씨앗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노력을 해야 되는데요. 그게 작년하고 올해 많이 개선이 되었습니다마는, 작년에만 3,000마리 정도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예산하고 컨트롤타워, 전체를 지휘하는 지휘체계가...

    ◇ 김현정> 없다 보니까. 예전에 쥐잡기 운동하듯이 전국이 나서서 소탕작전 같은 걸 해야 된다는 말씀이세요. 교수님 말씀을 쭉 들어보니까, 일단 이게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또 농사짓는 분들한테 심각한 문제이다 보니까 개체수를 조절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시는 거네요?

    ◆ 주기재> 당연히 동의하죠.

    ◇ 김현정> 그러니까 결국은 그 부분에 있어서 다 동의를 하다 보니까요. 이왕 잡는 거면 항문 봉합해서 좀 포악하게 바뀌어서, 자기 새끼를 잡아먹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해치는 방법으로 잡는 것도 괜찮지 않겠느냐. 동의하시는 분들도 꽤 있으신 것 같아요.

    ◆ 주기재>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지금 몽둥이로 때려잡거나 어떻게 잡든 잡기만 하면 된다는 논리들이 굉장히 팽배해 있고요. 생명윤리가 없는 곳이 많습니다. 자기가 원치 않으면 어떤 생물을 죽여도 된다는 논리가 굉장히 팽배해 있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조금 반성을 해야 될 때가 아닌가 합니다.

    ◇ 김현정> 잡더라도 최소한 인간으로서 윤리는 지켜야 한다. 항문을 봉합해버리면 얼마나 고통을 받게 되는 거죠, 아무리 작은 생물이라지만?

    ◆ 주기재> 상당히 고통스럽지 않겠어요, 우리가 며칠만 배변을 못해도 힘든데 어떻게 살아가겠습니까?

    ◇ 김현정> 그 고통이라는 건 1m짜리 쥐가 느끼는 고통이나 사람의 고통이나 비슷할까요?

    ◆ 주기재> 똑같겠죠. 같은 포유류 동물이니까요.

    ◇ 김현정> 어제 이 기고문이 발표된 후에 인터넷상에서도 굉장히 많은 찬반논란이 있었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교수님,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죠. 고맙습니다.

    ◆ 주기재>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부산대학교 생명과학과 주기재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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