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잠수부 동료들이 쓴 진술서 일부
- 뻘제거 작업중 펌프로 휩쓸려 들어가 사망
- 펌프 멈춰달라고 요청했지만 강행
- 펌프엔 안전망 설치도 하지 않았다
- 한수원측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
- 살점 일부 외엔 시신 못찾은 상황
- 시신 한줌 가지고 어떻게 발인을 하나
- 한수원 측, 빈소조차 찾지 않았다
- 경찰 핑계대며 거짓말 하기도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10월 20일 (월)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순구 (사망 잠수부 지인)
◇ 정관용> 지난달인 9월 27일, 월성원전 3호기에서 한 잠수부가 작업 중에 사망했습니다. 시신의 극히 일부만 찾았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런 소식 외에는 별다른 후속 보도가 없었는데요. 최근에 유족 측이 '한수원 쪽의 안전관리가 소홀했다' 이런 의혹 제기하면서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네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건지 고인과 가까웠던 분 연결해서 자세한 사정 알아볼 텐데요. 저희 제작진이 한수원 측 또 이 작업을 하청 받은 한전KPS 측에도 인터뷰 요청했지만 인터뷰가 성사되지 않았다는 점, 미리 말씀드리고요. 숨진 잠수부 권모 씨와 아주 가까웠던 사이라고 합니다. 김순구 씨, 나와 계시죠?
◆ 김순구>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돌아가신 고 권봉균 씨, 경력이 아주 오래된 베테랑 잠수부였다고요?
◆ 김순구> 네, 맞습니다. 30년 이상 전문 업무에 종사를 하셨고 국가공인 잠수자격증과 또 한국잠수협회 감사자격증을 소지하셨어요. 잠수계에 많은 후학을 지도하셨고요. 그리고 또한 그 누구보다도 안전에 민감한 분이셨고 잠수 일을 즐거워하시고 자부심을 가진 그런 분이셨습니다.
◇ 정관용> 그날 어떤 작업을 하셨던 겁니까?
◆ 김순구> 경주에 있는 월성 원자력 발전소, 월성 3호기에서 작업을 하신 건데요. 한국수자원,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발주를 하고 또 한전KPS가 도급처고 그 아래 영세업체가 하도급을 맡은 수중에 방수격벽 설치를 위해서 뻘 제거하는 작업을 하신 건데요.
◇ 정관용> 그러니까 바닷물 속에 들어가서 뻘을 제거하는 작업?
◆ 김순구> 네, 맞습니다. 잠수 작업을 하시는 건데,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서 냉각수를 바닷물로 사용을 합니다.
◇ 정관용> 네, 바닷물을 끌어들여서 원자로 안으로 집어넣죠?
◆ 김순구> 네, 맞습니다. 그런데 그 바닷물을 빨아들이는데 이제 펌프가 있어야 그걸 빨아들이니까요.
◇ 정관용> 그렇죠.
◆ 김순구> 그런데 그 취수펌프에서 사고를 당하신 겁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 작업하기 전에 '작업하는 위치가 취수펌프에 가까우니까 꺼 달라' 이런 요청을 했나요, 안 했나요?
◆ 김순구> 그런 요청은 당연히 했습니다. 월성 3호기에는 총 4대의 취수펌프가 있는데요. 그중에서 작업 장소와 불과 1.5m밖에 떨어지지 않았던 3번 펌프가 가동이 되고 있었거든요. 일단 펌프를 멈춰달라고 요청을 했었고요. 그런데 중수로 원전의 특성상 펌프 한 대는 무조건 가동이 되어야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 정관용> 네.
◆ 김순구> 그래서 그렇다면 그 '3번은 작업지와 너무 가까우니까 1번이나 4번 펌프를 돌려달라.'
◇ 정관용> 좀 멀리 있는 걸로?
◆ 김순구> 네. '가까이 있는 3번을 끄고 1번이나 4번 펌프를 가동해달라' 그렇게 요청을 했는데, 그게 그쪽에서는 '1번하고 2번 펌프는 정비를 위해서 운전불능 상태고 4번 펌프는 비상시를 위해서 운전대기 상태라서 가동이 불가능하다, 3번 펌프가 유속이 느리고 그리고 지금까지도 펌프를 돌리고 작업을 해 왔으니까 그냥 조심해서 작업을 하라' 그러면서 작업을 강행하셨습니다.
◇ 정관용> 그 3번 펌프 취수구 입구에 안전망 같은 것도 없었습니까?
◆ 김순구> 네, 원래 원칙상이라면…(한숨) 그리고 원래 원칙상이라면 그러한 안전망이 있어야 되죠. 그게 꼭 사람이 빨려 들어가지 않는 것이라 하더라도.
◇ 정관용> 그렇죠.
◆ 김순구> 다른 이물질 같은 게 들어갈 수가 있기 때문에, 물론 그런 게 들어가면 펌프가 고장 날 수도 있는 거고. 당연히 있어야 하는 안전망 하나만 있었어도 정말, 그런 거만 있었어도 사람이 들어가지만 않을 사이즈만 됐어도 이런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건데 그런 안전망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안전망이 없는 게 이미 뭐 안전청 어디에서 지적을 받은 사항이라고 하더라고요.
◇ 정관용> 아…그런데 일부 보도를 보니까 한수원 쪽은 펌프 작동을 중단시켜 달라거나 좀 떨어져 있는 다른 펌프를 작동시켜 달라고 하는 요구가 없었다고 해명을 하던데, 이건 거짓말 입니까?
◆ 김순구> 일단 만약 요청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한전 측 작업 안전수칙에 의거하면 펌프를 중단하고 작업을 했어야 했거든요.
◇ 정관용> 수칙에는 그렇게 쓰여 있다, 이거죠?
◆ 김순구> 네. 일단은 요청하든 안 하든 그것과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그리고 방금 말씀드렸던 펌프 중단, 제가 디테일하게 펌프를 중단할 것을 그리고 3번을 끄고 1번이나 4번을 가동해 줄 것을 요청해 달라고 말씀을 드렸잖아요?
◇ 정관용> 네.
◆ 김순구> 그게 바로 현장에서 같이 일하셨던 작업자분들이 증언을 해 주신 내용이거든요.
◇ 정관용> 아, 그래요?
◆ 김순구> 한수원 측에서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일단 수칙에도 그렇게 펌프를 끄도록 되어 있고 직접 현장에서 요청도 했다, 이게 분명한데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 말씀이고요?
◆ 김순구> 네, 맞습니다.
◇ 정관용> 안전망 없는 것도 이미 지적받았던 사항인데 안전망 설치도 안 했다, 이 말이고요?
◆ 김순구> 네, 맞습니다. 그리고 한전KPS 측에서는 말씀드렸던 작업 안전수칙 같은 게 공개가 됐는데 한수원 측은 전혀 어떤 안전수칙이 있는지 알 수도 없고 공개조차 하고 있지 않은 그런 상태거든요. 저희가 요청했음에도, 기자분들과 저희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 정관용> 알겠습니다. 이게 그러니까 한수원 측이 한전KPS에 하청을 줬고 한전KPS가 또 다른 회사에 재하청을 줬다고 그러셨죠?
◆ 김순구> 네, 맞습니다.
◇ 정관용> 하지만 그 작업 펌프를 끄거나 뭐 다른 펌프를 켜거나 하는 것의 권한은 한수원 측에 있는 거죠?
◆ 김순구> 네, 아무래도 한수원에서 돌아가고 한수원에서 모든 관리를 하니까.
◇ 정관용> 그렇죠.
◆ 김순구> 그 권한은 한수원에 있을 수밖에 없는 거죠.
◇ 정관용> 그래서 현장에서도 한수원 측 관계자한테 요청을 하셨을 것이고, 그렇죠?
◆ 김순구> 네, 맞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한수원 측이 '괜찮다, 그냥 해라. 조심해서 해라'라고 한 것도 한수원 측이고요?
◆ 김순구> 네, 맞습니다.
◇ 정관용> 아…그래서 지금 유가족분들께서 뭐 시신도 거의 수습이 한 5%밖에 안 됐다면서요?
◆ 김순구> (한숨) 네, 하…이 사고 당일에 저희는 고작 5%의 시신을 돌려받았습니다.
◇ 정관용> 네.
◆ 김순구> 아…저희는 당일에 시신이 5%뿐인지 전혀 몰랐거든요.
◇ 정관용> 아…
◆ 김순구> 이게 시신이 수습됐다고 하니까 다 수습됐나보다 하고 장례식장으로 유해를 모시고 내려왔는데요. 염하고 나서 이제 장의사께서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이 정도면 5% 정도가 수습이 된 것 같다고. 우리는…부러진 뼈 몇 조각 하고…(울먹임)
◇ 정관용> 그 수습 작업은 누가 했습니까?
◆ 김순구> 저 몇 말씀만 더 드릴게요.
◇ 정관용> 네, 말씀하세요.
◆ 김순구> 몇 점의 찢어진 살점이 돌려받은 게 전부였어요.
◇ 정관용> 그 수습 작업은 누가 했습니까?
◆ 김순구> (한숨) 처음에 수습 작업은 한수원과 한전KPS와 또 119 수습 전문가와 이제 수습작업하셨고요.
◇ 정관용> 그런데 그분들이 겨우 5%만 수습하고서는 '시신을 찾았으니 장례식장으로 가자' 이렇게 했단 말이에요?
◆ 김순구> 네, 저희는 그렇게 얘기는 하지 않았죠. 그쪽에서는 뭐 5%라고 하는지 어쨌는지도 모르고요. 저희 장의사분께서 말씀해 주신 거니까요. 그쪽에서는 그냥 뭐 어느 정도 수습됐다가 아니라 그냥 했다, 안 했다 이렇게만 얘기를 한 거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아직 발인도 못하고 계시다는데, 지금 유족분들이 원하시는 바는 어떤 건가요?
◆ 김순구> 저희가 지금 가진 유해는 화장을 해도 손바닥에 다 올려지지도 않을 정도로, 손바닥에 차지도 않을 정도로 그래서 정말 아무것도 안 남을 지도 모를 그런 정도의 양밖에 안 되는데요. 이게 아버지는 아직도 저…어두운 원전 3호기 안에 계시는데 어떻게 발인을 저희가 할 수 있겠습니까?
◇ 정관용> 시신 추가 수습을 요청하니까 한수원 측이 뭐라고 답변했습니까?
◆ 김순구> 저희가 지금 오늘로 24일째가 되는데요. 사고를 당하신 지 24일째가 되는데 지금까지 그동안 어떤 요청을 해도 묵묵부답이고 자기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을 해 왔거든요.
◇ 정관용> 네.
◆ 김순구> 한수원의 작업장에서 한수원의 일을 받아서 작업을 하시던 분이 돌아가셨는데 빈소 한번 찾아보지도 않고 저희가 어떻게 시신을 요청해도 모르쇠로 일관만 하고 있고요. 저희가 너무 답답하고 억울해서 사고 17일이 지나서 지지난주 금요일에 월성원전에 찾아갔었습니다. 그랬는데 토요일 그러니까 다음날, 토요일까지 답을 들고 저희 빈소를 찾아뵐 테니 내려가서 기다려 달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기다렸죠. 토요일이 됐는데 전화가 왔더라고요.
'입장 정리가 안 돼서 월요일까지만 시간을 달라'고 그래서 저희가 '월요일까지 알았다, 월요일까지 기다려주마' 그리고 월요일까지 기다렸어요. 월요일에 8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8시가 돼도 사람도 안 오고 연락조차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너무 이상해서 전화를 했죠. 그랬더니 경찰…경찰에서 시신 수습을 동의하지 않아서 시신 수습이 불가하다고 문자로 통보를 했어요.
◇ 정관용> 하아…네.
◆ 김순구> 저희한테 일방적인 그런 통보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경찰 측에 확인을 했는데 경찰 측에서는 이거를, 시신 수습을 하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고 하겠다는 걸 막을 권한도 없답니다.
◇ 정관용> 서로 말들이 다 다르군요?
◆ 김순구> 네, 일단은…
◇ 정관용> 잘 알겠습니다.
◆ 김순구> 아, 저…드릴 말씀이 아직 많은데…
◇ 정관용> 김순구 씨?
◆ 김순구> 네.
◇ 정관용> 지금 경찰은 어쨌든 사고 책임자 처벌을 위한 수사는 계속 진행하고 있는 상태인거죠?
◆ 김순구> 네, 그렇게 알고 있고요.
◇ 정관용> 아직 결과는 안 나왔고요?
◆ 김순구> 아, 네…지금 저희가 그날 그렇게 통보를 받고서, 그날 그렇게 통보를 받고서 너무 억울하고 그래서 그날부터 이제 언론에 이 사건에 대해서 알리기 시작을 했어요.
◇ 정관용> 그렇죠.
◆ 김순구> 그다음 날 언론에 보도가 되고 나니까 그다음 날 시신 수습을 하자고 해서 일방적으로 또 통보를 하더라고요.
◇ 정관용> 아하!
◆ 김순구> 그런데 시신 수습하는데 굉장히 제한적인 것들을 들고 왔어요. 시신 수습을 저희가 첫날 5% 수습을 한 게, 시신 수습이 이틀…1박 2일에 걸쳐서 5%를 수습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저희한테 2시간 동안의 시간을 주겠다고 그러더라고요.
◇ 정관용> 아하…
◆ 김순구> 추가 시간을 2시간 주겠다고 그것도 작업 장소도 전과 동일했던 장소까지만, 이게 시신 수습을 직접 하셨던 그분께 말씀을 여쭤봤더니 '안쪽에 구조물이 굉장히 복잡하다. 사람이 들어갈 수 없다, 그걸 뜯지 않으면 사람이 들어갈 수 없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수습하시는 분께서는 그쪽에서 뜯어준 곳에 한해서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살점 한 조각이라도 얻으려고 노력을 하셨다고 그런데 나머지는…
◇ 정관용> 더 이상은 들어갈 수가 없었다?
◆ 김순구> 뜯어보지 않은 부분은 할 수가 없다고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저희는 당연히 그거를 지금도 퍼져있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그곳에서 다 수습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건 저희…저희가 유족으로서 당연히 해야 될 일이니까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 김순구> (한숨) 그런데 저희가 그렇게, 저희가 '그러면 그렇게는 시신 수습을 못 하겠다'고 얘기를 했어요. 시신 수습을 못하겠다, 그런…전부 다 공문서로 넘겼거든요. '시신 수습을 못하겠다' 그랬더니 '유가족이 참여하지 않아서, 약속시간까지 유가족이 참여하지 않아서 일방적으로 경찰입회 하에 시신 수습을 하겠다' 그러고서 시신 수습을 자기네들끼리 했대요. 그러고 나서 '아무 것도 살점 한 점 발견된 게 없다' 그렇게 또 문자로 통보를 했어요.
◇ 정관용> 네, 김순구 씨?{RELNEWS:right}
◆ 김순구> 네.
◇ 정관용> 기운내시고요. 저희가 함께 지켜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말씀을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 김순구> 네, 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 정관용> 돌아가신 고 권봉균 씨의, 아마 양아버지처럼 그분을 모셨다고 하는군요. 김순구 씨의 이야기 들어봤고요. 지금까지 들은 내용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철저한 진상규명, 수사, 함께 꼭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