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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 “오글거리는 데뷔곡, 유창한 발음으로 다시 불렀죠” (인터뷰)

가요

    박정현, “오글거리는 데뷔곡, 유창한 발음으로 다시 불렀죠” (인터뷰)

    • 2010-12-08 08:00

    새 앨범 ‘커버 미 Vol.1’ 발표… 초창기 히트곡 재편곡해 수록

     


    올해로 데뷔 12주년을 맞은 가수 박정현은 어느덧 한국 가요계의 알앤비(R&B) 아이콘이 됐다. 지난 1998년 어눌한 한국어 발음으로 부른 ‘나의 하루’로 데뷔한 뒤 박정현은 ‘알앤비’라는 장르가 소몰이 창법과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던 한국 대중가요계에 미국에서 건너온 본토 알앤비를 소개하고 뿌리내리게 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최근 발매된 박정현의 ‘커버 미 볼륨. 1’(Cover Me Vol.1)은 그런 박정현의 초기 작품들을 새롭게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앨범의 머릿곡 ‘유 민 에브리싱 투 미’(You Mean Everything To Me)부터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나는 스윙 편곡으로 듣는 이의 귀를 사로잡는다.

    이 앨범에는 윤종신이 아직 ‘예능인’이 아니던 시절 작곡한 ‘나의 하루’나 박정현 특유의 신비로운 감수성을 잘 살린 ‘몽중인’, 2~30대 여성들의 노래방 18번이 된 ‘PS. I Love You’ 등이 재편곡돼 실려 있다. 예전과 달라진 박정현 보컬의 차이점을 찾는 것도 이 앨범을 듣는 재미요소 중 하나다.

    최근 만난 박정현은 가수로 살아 온 지난 12년을 돌아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커버 미 볼륨. 1’ 앨범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프로젝트 중 첫 작품으로, 박정현의 데뷔 후 3년간 발표한 주요 곡들이 담겨 있다. 박정현은 새 앨범 수록곡을 “나이 먹고 다시 부르고 싶었던 곡들”이라고 소개했다.

    “‘나의 하루’, ‘편지할게요’ 등 대부분 오래된 곡들이에요. 초창기 3년, 3집까지 에서만 골랐어요. 지금 들으면 어눌한 발음 때문에 너무 민망한 노래들이죠. 20대 초반에 부른 노래를 30대에 다시 부르니 가사를 해석하는 마음가짐도 다르고, 느낌이 새롭더라고요.”

    굳이 3집까지의 노래만 고른 건 “최신 곡들을 다시 불러봤자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서”란다. 숨겨진 노래가 아닌 히트곡 위주로 구성한 건 “팬들이 옛날 히트곡과 비교하는 재미를 느끼게 하고 싶어서”다.

    “오래된 곡이라는 건 지난 10여년간 공연에서 수도 없이 불렀던 노래라는 거예요. 그만큼 다양한 편곡들로 불렀던 곡들이죠. 그런데 그 중에서도 유난히 마음에 드는 편곡들만 골라서 녹음작업을 했어요. 당시 공연에 못 왔던 팬들에게 그 때의 편곡을 들려주고 싶을 욕심이랄까... 그 당시의 퍼포먼스를 앨범으로 기록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라이브 당시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당시 음원을 그대로 넣기도 했다. ‘나의 하루’는 2003년 미국으로 떠나기 하루 전날의 공연에서 불렀던 버전이 담겼다. 이 곡은 DVD로만 발매됐던 것이 이번 ‘커버 미’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으로 음원으로 공개됐다.

     



    박정현이 지난 12년을 돌아보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는 뭘까. 지난해 미국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닐까.

    “공부를 하는 동안 ‘노래가 너무 하고 싶다’는 절실한 마음이 들었어요. TV를 보다 음악 프로그램이 나오면 노래가 너무 하고 싶어져서 전원을 꺼버렸을 정도예요. 그래서 돌아오자마자 새롭게 나를 돌아보자, 그런 마음으로 이번 앨범을 준비했죠. 시간에 쫓기면서도 새삼스럽게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게.”

    이번 앨범을 준비한 이유는 또 있다.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선배 가수들의 음악적 유산과 팬들의 사랑에 보답을 하고 싶다는 것.

    박정현은 “몇 년 전부터 내 이름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면서 “선배 가수들과 듀엣곡을 부르면서 ‘열심히 배울게요”’ 하던 내가 어느새 가르쳐주는 위치에 와 있더라“고 말했다.

    최근 ‘시월에 눈내리는 마을’ 공연 도중 ‘슈퍼스타K2’ 존박과 제이슨 므라즈의 ‘럭키’를 듀엣으로 부른 그녀는 “‘누나만 믿을게요’라고 말하는 듯한 존박의 눈빛을 보고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지났구나’ 했다”면서 크게 웃었다.

    “그래서 이번 연말 공연은 서인국 씨와 함께 해요. 그동안 선배들에게 받은 것들을 후배들에게 조금씩 베풀고 싶어서요. 받은 만큼 주는 모습을 보여주면 10년 뒤 서인국 씨도 가수 후배에게 또 그런 모습이 되어 주겠죠. 이런 모습으로 오랫동안 사랑해준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지난 12년간 묵묵히 자신의 색을 담아 노래해 온 박정현. 그녀는 이제 자신의 12년 가수 인생을 돌아보며 뮤지션으로서의 새 챕터를 준비하고 있다. 어눌한 한국말 발음으로도 한국 대표 여성 보컬리스트 자리에 우뚝 선 그녀. 앞으로 박정현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BestNocut_R]
    한편, 박정현은 오는 2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2010 센티멘털 시티 박정현 그리고 서인국’ 공연을 열고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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