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들에게 접근해 시가 90억원 상당의 필로폰을 운반시킨 국제 마약밀수조직이 검찰과 세관에 적발됐다.
인천지방검찰청과 인천공항세관 합동수사반은 필로폰 약 3kg을 아프리카 말리에서 몰래 들여온 혐의로 나이지리아 국제마약밀수조직의 국내 총책 V(37, 나이지리아인)씨와 한국인 여성 이 모(24)씨 등 2명을 지난달 17일 구속기소했다.
또 달아난 나이지리아인이자 모 방송사 드라마 단역배우인 운반자 모집책 D(36)씨 등 2명은 지명 수배했다.
나이지리아인 V씨는 지난 4월 30일 한국인 아내 이 모(24)씨 등과 공모해 H씨를 아프리카 말리로 보낸 다음, 필로폰 약 3kg이 든 여행용 가방을 들고 인천국제공항을 입국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필로폰 3kg은 약 10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시가 94억원 상당이다.
합동수사반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조직원들이 사용한 수법은 '부부'나 '연인' 행세였다.
이들은 신분이 쉽게 노출되지 않는 이태원을 근거지로 삼고 영어를 사용하면서 외국인들에게 호감을 갖는 젊은 여성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했다.
아내나 애인, 혹은 친구가 된 다음에는 "(자신이) 해외 여행경비 일체를 부담하고 수고비로 500만원을 주겠다"며 운반책을 하게끔 유혹했으며, "가방에 금, 다이아몬드 등이 들어있어 적발돼도 압수당하거나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며 의심을 피했다.
하지만 이들은 결혼 전 여성들에게 선물을 사주는 등 친절한 모습을 보이다 결혼한 다음에는 태도가 돌변해 상습적으로 때렸고, 여성들이 이혼을 요구하면 응하지 않거나 잠적하는 방법으로 장기체류 자격을 이용했다고 합동수사반은 밝혔다.
한국 여성들은 나이지리아와 말리, 필리핀, 말레이시아에서 현지 밀수조직원들로부터 필로핀이 담긴 여행용 가방 또는 반바지를 건네받은 다음 한국을 거쳐 일본 밀수조직원에게 전달했다.
이외에도 브라질에서 코카인으로 추정되는 마약류가 든 여행용 가방을 건네받아 세네갈, 카메룬으로 입국해 현지 공항직원과 결탁된 밀수조직원들에게 수화물표를 건네주는 수법으로 이를 운반했다.[BestNocut_R]
여성들은 조사 당시 "다이아몬드 등을 밀수하는 것인 줄 알았다. 불법적인 물건인 줄은 알았지만 마약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동수사반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감시가 소홀한 루마니아인 등 동유럽인들을 포섭해 운반책으로 이용했지만 8월와 올 3월 적발되자 한국인 여성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들이 회당 약 3kg의 필로폰이나 코카인을 운반하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인 여성들이 운반한 총량은 약 30kg 이상일 것"이라며 "국제 공조를 통해 국제마약조직의 활동을 철저히 감시하고 인천공항과 항만을 통한 마약류 밀수 시도를 사전에 차단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