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월 성적에 따른 야간자율학습 차별을 금지하는 지침을 내렸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일부 사립고등학교들이 사실상의 '우수반'을 운영하면서 '일반반' 학생들을 차별하는 것으로 CBS 취재 결과 드러났다.
◈ 시원한 교실에서 정수기물 먹는 우수반 vs 찜통에서 수돗물 먹는 일반반 서울 강북에 있는 전교생 1800명 규모의 D사립고등학교는 1학년 120명, 2학년 80명, 3학년 120명 정원의 우수반인 '경건반'을 야간자율학습에 운영 중이다.
학교 측은 경건반 학생들에게는 실내 온도와 심지어 먹는 물에 대해서도 차별을 두고 있었다.
이 학교 경건반 교실에는 학생들이 직접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개별 냉방기가 설치된 반면, 일반반에는 교무실에서 관리하는 중앙집중식 냉방기가 가동되고 있었다.
1학년 A(16)군은 "날씨가 더워져 일반반은 쪄 죽겠는데 경건반은 반대로 추워 죽겠다는 말이 나온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같은 학년 B(16)군은 "경건반 애들은 정수기 물을 먹지만 일반반은 수돗물인 아리수를 먹이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인근의 다른 사립고등학교는 성적이 상위 10% 안에 들어야 입실에 우선권이 주어지는 '하버드반'이라는 특수반을 운영하고 있다.
3학년 C(18)군은 "하버드반 아이들은 일반 책상이 아닌 독서실용 칸막이 책상 등 더 좋은 시설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학교 측, "우열반이 잘못인지 몰랐다"…차별에 대해서는 “대답 곤란”이런 차별에 대해 D학교 교감은 "경건반은 공부를 잘 하는 순서대로 입실하는 게 아니라 자율학습에 참여하는 횟수가 입실 조건이라 우열반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한 환경 차이에 대해서는 "예산 문제 때문에 모든 시설을 바꾸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건반의 시설이 좋은 이유에 대해서는 "대답하기 곤란하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특히 성적이 좋은 학생이 자율학습 참석률이 높고 실제로도 경건반 학생들 대부분의 성적이 높다는 점으로 볼 때 성적순 차별을 금지하는 시교육청의 지침을 피하기 위한 편법일 가능성이 높다.
인근의 다른 고등학교 관계자는 "성적순으로 특수반을 운영하는 게 잘못됐는지 몰랐다"고 말해 차별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음을 드러냈다.
◈ 지역에도 우열반 차별 '심각'
이렇게 성적에 기반한 차별은 서울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부산에 있는 D 고교와 대구 C 고교는 우수반 교실이 아예 독립된 별채에 마련돼 있었다. [BestNocut_R]
특히 C 고교는 우수반 교실에만 뜨거운 물이 나와 일반반 학생들이 뜨거운 물을 쓰기 위해 찾아와야 하고, 자율학습 시간도 일반반 학생들이 더 짧아 공부를 더 할래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학생인권단체 '아수나로' 공현 활동가는 "특별대우를 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경쟁의 논리에 의한 우열반 차별로 인해 성적 양극화가 더욱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나타났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방과후교육팀 관계자는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지에 대해 묻자 "일부 학교에서 성적에 따른 차별이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 한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