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대학들이 기숙사 입사를 조건으로 수 십만원에 이르는 식권을 의무적으로 구입하도록 하고 있어 등록금 천만원 시대에 또 하나의 부담이 되고 있다.
경희대 서울캠퍼스의 한학기 기숙사 비용은 60만원.
하지만 기숙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넉 달치 식권 비용 36만원을 합쳐 96만원을 내야 한다.
고려대도 순수 기숙사비 외에 넉달치 180끼 식사 비용 40만원을 한꺼번에 내도록 했다.
기숙사 입소 학생들은 점심이나 저녁때 강의동 근처 학생 식당을 놔 두고 먼 거리의 기숙사까지 와서 밥을 먹고 다시 강의실로 이동해야 한다.
똑같은 반찬에, 밥도 맛이 없지만 낸 돈이 아까워 어쩔 수 없이 밥을 먹어야 한다.
하지만 한 달치 식권 45~60장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려대 학생 A(20)씨는“45식을 다 못 먹는 사람들은 아깝다"라며 "10번도 못 먹는 사람도 많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경희대 학생 김 모(19)씨는 "환불도 안 된다" 며 "왜 선택권 없이 강제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의무식을 다 먹지 못해 남는 식권은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헐값에 팔리기도 한다.
국립대 기숙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국 37개 국립대학 185개 기숙사 가운데 단 9곳만이 기숙사비에 식비가 포함돼 있지 않았다.
기숙사비에 식대가 포함된 부산교대는 한학기 식대 비용이 72만원, 춘천교대는 67만원이나 된다.
더구나 이 돈은 기숙사비에 포함돼 한꺼번에 내야하기 때문에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학교측은 "기숙사 식당 밥값이 상대적으로 싸니까 고맙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면서도 "외부 업자에게 식당 운영을 맡겼는데 적정 수입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부모님 돈으로 애꿎은 사람들 먹여 살린다"는 한 대학생의 말은 학생을 봉으로 아는 우리 대학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