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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대 홍철’ 결과요? 저도 언제 (방송)나갈 수 있을지 궁금해요.”
MBC노동조합의 총파업이 99일째로 들어선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MBC사옥에서 ‘무한도전’의 김태호PD를 마주치게 됐다. 인터뷰를 위해 시간 약속을 따로 잡은 것은 아니었다. 기자는 취재 차, 김PD는 오전 10시에 열리는 노조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MBC본사를 찾았다 우연히 만나게 됐다.
우선 근황부터 물었다. “예능 PD들은 집회에 잘 안 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저는 매일 집회에 참여해요. 기자님은 오늘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맞다. 고백컨대 MBC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취재하는 기자부터 지친 게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네 번째 총파업, 이미 전임 집행부는 39일의 파업 끝에 업무에 복귀한 사례도 있었다. 업계에서는 ‘총선이 끝나면 MBC파업을 접는다더라’, ‘6월 께 업무에 복귀한다’ 라는 출처불명의 소문이 파다했다.
그러나 외부의 소문과는 달리 MBC노조의 분위기는 강경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공정방송을 위한 김재철 사장의 퇴진’이었다.
이날 파업 집회에는 김태호PD를 비롯, ‘나는 가수다’의 전임 연출자였던 신정수 PD, ‘일밤-바람에 실려’ 등의 프로듀서를 맡았던 김구산PD도 눈에 띄었다. ‘나가수’의 연출진 중 한명이었던 이병혁PD는 노조가 제작한 영상물에서 앞장서서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신정수 PD는 8일 광화문광장에서 후배들과 함께 1인 시위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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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무신’의 김진민PD는 아예 제작현장을 떠났다. 드라마PD출신인 김민식 MBC노조부위원장은 “‘무신’은 김진민PD가 1년에 걸쳐 준비한 대작이었다”라며 “그런 프로그램을 놓고 파업에 동참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제작일선에 있어야 할 이들은 왜 파업현장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것일까. 흔히 PD들은 자신의 프로그램을 ‘자식같다’고 표현한다. 그런 프로그램을 뒤로 한 이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무임금 무노동’ 원칙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린 조합원들의 대출러시가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그럼에도 이들은 파업을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한 예능PD는 “나 역시 현업에 복귀하고 싶지만 해고나 징계를 당한 노조원들을 보면 파업을 이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BestNocut_R]
짧은 만남을 뒤로 한 뒤 김PD에게 문자가 왔다. 이 날의 만남을 기사화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파업 시에는 저보다 노조가 돋보여야죠”라고 강조했다. 약속을 못 지켜 미안할 따름이다. 그리고 정말 궁금하다. ‘하하 대 홍철’의 결과는 언제쯤 보게 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