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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이 목숨을 끊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과중한 업무를 줄일 인력증원과 함께 감정노동에 따른 정신적 치료의 필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감정치유 프로그램은 턱 없이 부족한 예산 탓에 생색내기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산의 한 사회복지직 공무원 A(39.여)씨는 아침 일과를 보기 전 반드시 우울증 치료약부터 복용한다.
알코올 의존증을 앓고 있는 민원인들에게 평생 들을 법한 욕을 한번에 듣는 일이 다반사가 되면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A씨는 "하루에도 수차례나 인격적인 모욕을 당하니까 죽고싶다는 생각까지 든다"며 "약 없이 하루하루를 버티기가 힘겹다"고 말했다.
사상구의 B주민센터에서 일하는 사회복지 공무원들은 몇 년 전 수급 대상에서 탈락한 민원인이 흉기와 시너를 들고 소란을 피워 경찰에 입건되는 소동을 겪었지만, 여전히 문제의 민원인을 상대하며 업무를 보는 처지이다.
해당 주민센터의 한 사회복지사는 "예민한 취약계층의 삶을 좌우할 수 있는 업무 특성상 사회복지사는 언어적, 물리적 폭력에 쉽게 노출될 수 밖에 없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초심을 점점 잃어간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업무과다에 따른 인력 증원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복지개발연구원 이신정 박사는 "사회복지 공무원들 대부분이 민원인의 부정적인 정서와 과도한 감정상태에 상시로 노출돼 있다"며 "이들을 위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완화할 치유 프로그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자살이 잇따르자 보건복지부가 정신건강 상담 프로그램을 부랴부랴 내놓긴 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예산 탓에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복지부는 지난 25일 부산과 대구, 인천 등 5개 광역시에 정신적 압박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이 전문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각각 4천5백만 원 가량의 예산을 내려 보냈다.
하지만 상담치료 비용이 1인당 최소 60만 원 이상인 점을 감안할때, 정부가 내려준 예산으로는 1029명의 부산시 사회복지직 공무원 중 10%에도 못미치는 70명 정도 만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한차례 상담료가 10만 원 정도인 상담치료를 1인당 최소 5~6회 씩은 진행해야 효과가 있어, 한정된 예산으론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BestNocut_R]
또 해당 직원들이 16개 구군 전역에 분산돼 있어 전문가 1~2명을 확보하는 수준으로는 효율적인 상담치료를 진행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사회복지 외연을 확대하면서 복지현장의 최일선 공무원들은 갈수록 열악한 근무환경에 내몰리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뒷전에 밀린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