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박재홍의>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누리과정 예산 국고 편성 합의 소식과 관련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상임위 간사 차원에서 그런 의견이 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당 지도부와 사전 논의나 협의 사실이 없었고 우리 당은 그런 합의를 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국회에서 예산심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가장 뜨거운 쟁점 가운데 하나가 누리과정 예산문제다. 누리과정 예산이란 3~5세 아동의 보육비를 말하는데 이를 지방교육재정으로 부담할 것이냐 아니면 국고에서 지원할 것이냐를 두고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제(20일) 황우여 교육부총리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간사가 증가되는 5,600억 원을 국고에서 지원하기로 합의했다는 발표가 나왔는데 곧바로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를 번복하면서 하루 종일 논란이 빚어졌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새누리당은 왜 누리과정 예산 합의안을 무산시켰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권영철의 Why뉴스 전체듣기]▶ 교육부총리와 여·야 간사가 합의를 한 건 맞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신성범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여·야의 입장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구두로 합의를 한 건 맞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교문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신성범 의원은 "의원회관에서 황우여 부총리, 신성범 간사, 김태년 간사가 3자 회동을 했다"면서 "여기서 두 간사와 장관은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 순증분 5,000여억 원을 교육부 예산으로 증액 편성해 넘기되 예결위서 지원규모가 확정되면 지방채 발행규모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국비와 지방채 발행 연동하기로 구두합의한 바 있다"고 밝혔다.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은 어제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서 "지방교육청에서 발행하는 지방채를 중앙정부에서 보증을 서고 이자는 중앙정부가 책임을 진다는 것과 (이자가 1,500억 원에서 2,000억 원 정도), 내년도 증가하는 누리과정 예산 5,600억 원을 교육부 일반회계로 편성해서 예결위로 넘기기로 합의했다"면서 이와 함께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 법령을 정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야 간사가 합의했다고 했으니 합의를 한 건 맞다.
▶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왜 합의가 아니라면서 이를 번복한 것이냐?=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은 교육부총리와 교문위 여·야 간사 간 구두로 합의했다는 걸 부인하지는 않지만 당 지도부와 협의를 하지 않는 등 절차상 문제가 있어서 합의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재원 수석은 "협상은 여야가 하는 것이지 장관이 하는 게 아니다"면서 "황 장관이 와서 합의를 한 것처럼 됐지만 그렇게 가서는 안 되는 상황인데 언론에서 합의됐다는 보도가 나와서 일단 합의가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재원 수석은 "여·야 합의라는 것도 누리과정 예산 순증분을 국고에서 지원하기로 합의한 것이 아니고 상임위에서는 지원하는 것으로 합의해서 예결위로 넘기면 예결위서 삭감하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무슨 얘기냐 하면 교문위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갈등으로 상임위가 열흘이상 파행을 빚으니까 일단 상임위를 정상화 하자는 취지에서 상임위 차원에서는 합의를 하고 예결위에서 삭감하자는 데 합의했다는 것이다.
▶ 그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 아니냐?= 결과적으로는 그런 셈이 된다. 실질적으로 국고지원이 이뤄지는 건 아니지만 일단 교문위 차원에서는 합의를 하고 예결위에서 깎는 걸 전제로 올리는 것이니까 일종의 눈속임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파행중인 교문위 상임위를 정상화하자는 취지라는 얘기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김태년 의원도 "핵심은 늘어나는 5,600억 원을 교육부 일반회계로 중앙정부 예산으로 한다는데 합의는 했지만 예결위에서 감액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 감액되는 만큼 지방채를 발행하고 지방채의 이자는 중앙정부가 부담하기로 한다는 것이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그런데 김재원 원내수석은 왜 "황우여 장관이 월권을 했다"고 하는 거냐?= 김재원 수석의 설명을 들어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김재원 수석에게 '황우려 부총리가 월권 한거다' 라고 하는 건 심한 것 아니냐? 라고 물으니까 "아니 월권 맞지요… 그건 여야가 합의하는 건데 장관이 가서 야당하고 덜커덕 합의를 해 놓으면… 그게 기재부와 다 합의가 된 상태에서 그런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해결을 할 수가 없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그런 얘길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먼저 야당 간사를 불러서 얘기를 하고 뒤에 여당간사를 불러서 합의가 된 것처럼 얘기했다"면서 "여야가 합의하고 장관이 동의를 한다면 되는데 장관이 그렇게 할 거면 기재부와 재원배분 구조라던가 이런 게 전부 협의가 되고 난 다음에 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게(누리과정 예산) 합의가 안 된다고 당 지도부에서 조정해달라고 하면서 자기들은(교문위) 빠지겠다고 해 합의주체는 이미 원내 수석으로 넘어온 것"이라면서 "내용을 잘 몰라서 여·야간사를 참석시켜 19일 2+2 협의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와 교문위 여야간사)도 했는데 전혀 얘기도 없이 덜컥 합의해 놓으면 어떻게 되겠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예산안 심사 초기였다면 이런 합의가 가능 할 수도 있다"면서 "사실은 여·야 수석 간에 얘기가 돼서 많이 진척 되고 있었다. 근데 그거를 저렇게 해 놓으니 우리로서는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협상에서 의견접근이 이뤄졌다는 얘기냐?= 그렇다. 김재원 의원은 "여·야 수석들 간에는 일단 시도교육청에서 지방채를 발행해 누리과정 예산을 충당하고 이자는 국고에서 지원을 하기로 한다는 내용으로 의견접근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지방교육청이 예산을 부담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고에서 지원하는 모양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 안을 갖고 어제(20일) 오전에 수석 간 회동에서 결론을 내릴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교육부총리와 교문위 여·야 간사가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소동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한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런 파동이 없었다면 어제(20일쯤)쯤에는 합의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김재원 수석의 발언을 확인했다.
19일 오전 국회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실에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간사인 신성범, 김태년 의원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누리과정 예산편성과 관련 회동을 가지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교육부총리와 여·야 간사 간 합의나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간 협의 내용이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그렇게 합의를 번복해야 할 사안인가?= 사실 그 부분이 의아스러운 대목이다.
황우여 교육부총리는 새누리당 직전 대표를 지낸 당의 원로인데 여·야간 합의를 존중해서 예결위 차원에서 조정을 하면 될 수도 있을 텐데 새누리당이 모양새를 구기면서까지 합의를 번복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김재원 수석에게 '왜 번복을 한 거냐?'고 물으니까 "안 된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황우여 부총리가 당 대표 출신인데 그렇게 번복하면 체면을 너무 깎는 것 아니냐?'고 물으니까 "불가능하다니 어떻게 하겠나?"라고 답했다.
황우여 부총리는 이에 대해 "오늘은 얘기를 삼가려고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지만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새누리당이 왜 누리과정 예산 합의안을 무산시킨 거냐?= 그게 명확하지가 않다. 김재원 수석의 설명을 들어봐도 정부가 황우여 교육부총리와 교문위 여·야 간사 간 합의를 번복한 이유가 뚜렷하지가 않다.
김재원 수석은 "정부 입장에서 불가능하다고 해서 문제가 커지기 전에 합의안을 번복했다는 것"인데 그로인해 정부 여당 간 불협화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신성범 교문위 간사는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혔지만 당 지도부는 이를 반려했다.
정부 여당이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이면서까지 왜 이렇게까지 할까?
정답은 국회선진화법에 있는 것 같다. 무슨 얘기냐 하면 그동안 해마다 예산안이 법정기한내에 처리된 전례가 없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12월 2일이면 여·야 간 합의를 하건 안하건 자동으로 예산안이 본회의에 부의된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세월호 특별법이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담보할 이른바 민생법안 처리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회선진화법이 악법이라며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더니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야 한다고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예결위에서 합의가 되지 않으면 정부안 내지는 새누리당의 수정안을 상정해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그동안 국회선진화법을 비판하던 새누리당이 '역사를 새로 쓰는 것'이라면서 국회 선진화법을 추켜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정부입장에서는 누리예산을 국고에서 1원도 지원 할 수 없다는 최경환 부총리의 강경한 입장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황우여 부총리는 여·야간 대화와 타협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해소하고 파행중인 교문위를 정상화해서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자는 입장이지만 최경환 부총리는 여기서 양보할 경우 쟁점인 무상복지 논쟁에서 밀릴 것을 우려한 것이라는 얘기다.
김재원 수석도 최경환 부총리가 불가능하다는 얘길 했다는 걸 부인하지 않았다.
청와대 전경 (자료사진)
▶ 결국 청와대가 강경해서 그랬다는 얘기냐?= 그런 해석이 나온다. 새정치연합 김태년 의원은 '새누리당이 합의안을 번복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시사자키 정관용 앵커의 질문에 "청와대가 강경해서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최경환 부총리가 강경하게 반발하는 것도 청와대의 의중을 반영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렇지만 김재원 수석은 "청와대는 이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청와대와는 이 문제(누리과정 예산)와 관련해 이야기 한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재정문제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래서 '최경환 부총리가 안 된다고 한 거냐?'라고 물으니까 "그게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그게 여러 가지 체계도 문제고 돈 내는 사람이 안 된다는데"라면서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김재원 수석은 김태년 의원이 말한 2+2 회동 때 김재원 수석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서 물어 본 뒤 안 된다고 한 것도 최경환 부총리였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지도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위한 명분 쌓기를 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런 점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새누리당은 어제(20일) 하루 동안 2015년 예산안을 법정기한인 12월 2일까지 반드시 처리겠다며 전의를 다졌다.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 회의에서 "특히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여야가 합의한 국회선진화법의 시행 첫해인 만큼 법정시한을 잘 지키는 선례를 만들어야겠다"며 먼저 포문을 열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만약을 대비해(여·야가 예결위에서 합의하지 못할 경우) 새누리당의 수정예산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고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번 예산안 심사가 12월 2일 법정기한 내에 되지 못하면 국회 선진화법은 폐기된 것"이라며 "국민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예산안 법정기일은 정략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되고 다른 안건과 연계하는 대상이 돼서도 안 된다"고 선을 그었고 이정현 최고위원은 "예산안 법정기한 준수는 유치원생도 도로에서 파란불이 켜지면 가고 빨간불 켜지면 스톱하는 것과 같은 기초질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기한준수를 강조했다.
주호영 정책위 의장은 "필리버스터(의사진행지연)를 하더라도 12월 1일에 끝나고 12월 2일 자동부의 하도록 실효적 장치를 마련했다"며 "이런 실효적 장치를 제안한 쪽은 당시 민주당이었다. 이점에 대해서 야당의 분명한 답변을 기대한다"고 야당을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