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우리도 공부하는데"…학업중단이라는 '낙인'

교육

    "우리도 공부하는데"…학업중단이라는 '낙인'

    [잊혀진 아이들, 학교 밖 청소년④] 아이들에게 '포기' 권하는 사회

    하루 평균 165명의 학생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이렇게 누적된 전국의 학교 밖 청소년 수는 기관에 따라 17만 명에서 많게는 36만 명으로 추정된다. 제각각 추정치만큼 이들의 '학업중단 이후'의 삶 역시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안교육기관이나 유학, 교정시설 등을 통해 일부나마 '드러나는' 아이들은 전체의 절반이 채 안 되는 실정이다. 나머지 아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대전CBS는 학교를 떠난 뒤 잊힌 아이들을 찾아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외부에 비춰진 것이 아닌, 아이들 스스로 꺼낸 '학교 밖 청소년'의 모습과 고민들을 7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교문 나선 순간부터 '투명인간' 된 우리들"
    2. 떠난 이유 달라도‥모두 '학교 부적응자'
    3. "학교 싫어 그만둔 아이들? 절반은 쫓겨난 아이들"
    4. "우리도 공부하는데"‥학업중단이라는 '낙인'
    5. 시설은 기다리고, 아이들은 모르고‥'엇박자' 지원
    6. 학교 밖 세계도 '양극화'
    7. "우리에게도 '재기의 기회'를 주세요"

    교육부는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을 '학업중단 학생'으로 부르고 있다.

    그런데 많은 '학업중단 학생'들은 이 용어에 의문을 드러냈다.

    "저도 공부하는데…왜 학업을 중단했다고 해요?"

    목소리에는 '학업중단자'로 규정되면서 받아야 했던 차별과 부정적 시선에 대한 억울함이 담겨있었다.

    (자료사진)

     

    ◈ "부끄럽지 않지만 알리고 싶지도 않아요"

    "고민하는 건 똑같은데…"

    희찬(가명·18)이가 학교를 떠난 뒤 가장 막막했던 것은 '정보'였다.

    진로 고민은 학교 안에 있든 밖에 있든 마찬가지인데, 지금은 친구에게 '어쩌다' 듣는 말이나 길에서 받는 전단지가 전부라고 했다.

    "학교에서는 그래도 이것저것 많이 하잖아요. 제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찾을 수 있게 여러 가지를 해보거나 알려주는 곳이 있으면 좋겠는데…다들 '학교 그만뒀으니까 기술 배우라'는 말만 해요."

    대학 진학을 생각하고 있다는 민수(가명·19) 역시 딱히 물어볼 데가 없다고 했다.

    이런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접근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여성가족부의 학교 밖 청소년 자립 및 학업지원 사업인 두드림·해밀 프로그램의 경우, 전국적으로 이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는 청소년은 10명 중 1명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에서는 대전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1곳에서만 운영이 되고 있다.

    대전은 공립형 대안학교가 한 곳도 없는 지역이기도 하다. 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대안·위탁교육 프로그램들은 이미 학교 밖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밖에 민간 차원에서 아이들을 위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규모면에서도, 홍보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희수(가명·19)에게 '학교 밖 세계'는 나름대로 신중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을 배우기 위해 결정했고, 주변에서도 인정해줄 정도로 착실하게 생활하고 있다.

    그런 희수도 때때로 '당혹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런 게 느껴져요. 살짝 꺼려하는 느낌. 왜 학업중단자, 학교 졸업 못한 사람들로 불려야 하는지. 왜냐면 그렇게 부르는 사람들이 학교를 나왔어도 저보다 못한 사람일 수 있잖아요."

    희수를 비롯한 많은 아이들은 "학교를 그만둔 게 부끄럽거나 후회되지 않는다"면서도 "알리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 "저는 이미 늦었어요" 체념하는 '10대들'

    아이들은 대화 도중 "이미 늦었다"는 말을 습관처럼 했다.



    현수(가명·18)는 "직업으로 하고 싶은 건 형사나 그런 건데 지금 준비하기는 늦은 것 같고,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없으면 직업군인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업군인을 꼽은 이유는 "집도 제공해주고 차도 제공해주고 월급도 받고 하니까…"라고 말했다.

    준희(가명·18) 역시 "뭔가 하고 싶어도, 돈 벌 수 있는 일을 찾아야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하고 싶은 일'은 반려동물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해 관련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엄청 좋아했거든요."

    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느냐고 묻자 이런 물음이 되돌아왔다. "제가 앞으로 나아질 수 있을까요.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방법이 있을까요?"

    혜원이(가명·19·여)는 재미를 붙였던 미용기술 배우는 일을 갑자기 그만뒀다. 처음으로 듣는 '칭찬'에 덜컥 겁이 났다고 했다.

    "제가 몰라서 틀린 건데도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부담스러웠어요. 너무 기대를 하는 것 같아서…기대에 부응 못할까봐."

    학교 밖에서 '부정적 현실'을 주로 마주해온 아이들은 아직 10대인데도 '체념'이 빨랐다.

    김원세 대전시이동일시청소년쉼터 소장은 "아이들을 만나보면 학교 밖으로 나온 기간이 길면 길수록 에너지가 떨어지고 위축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지난 6월 비행소년들과 지리산 둘레길 230㎞를 함께 걷는 '로드스쿨'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고춘순 대전가정법원 판사는 "아이들이 성취의 경험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긍정적 삶의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로드스쿨의 취지였다"고 설명하며 "학교 밖 청소년에게도 필요한 건 자존감을 높여주는 사회적 차원의 관심과 지지"라고 강조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