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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룡호 침몰, 세월호 이후 달라진 것 없다"



사건/사고

    "오룡호 침몰, 세월호 이후 달라진 것 없다"

    "무리한 조업이 선장 판단? 선사 눈치 안 볼 수 없어"

     



    -베링해 영하 25도, 유빙 위협도…
    -당시 풍속 태풍급, 배 전진 못해
    -선사 눈치 보느라 조업 무리한듯
    -2003년 개조? 오래된 배일 뿐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길수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조업을 하던 사조산업 소속 '501 오룡호', 침몰된 지 사흘째입니다. 지금까지 빈 구명보트 4척만 발견됐을 뿐 실종된 50여 명의 선원들 소식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지금 실종 선원들의 가족들은 사고원인과 관련해서 회사의 책임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 어떻게 보고 있을지 들어보겠습니다. 한국해양대학교의 김길수 교수를 연결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박재홍의 뉴스쇼 전체듣기]

    ◆ 김길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박재홍> 베링해라는 곳이 원양업계에서 굉장히 악명이 높다, 이렇게 알려지고 있는데 어떤 곳입니까?

    ◆ 김길수> 베링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베링해역의 아래쪽 태평양을 말합니다. 한겨울에는 해상기온이 영하 25도까지 내려가기도 하고요. 육지에 인접한 바닷물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서 연안 바다가 얼어붙고. 유빙은 배에 굉장히 위험하거든요. 이 유빙도 수시로 내려와서 항해하는 선박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저도 그쪽을 약 30회 정도 항해를 해 봤습니다마는 겨울에는 눈도 엄청 많이 오고 시정도 안 좋고 그렇습니다. 지금 현재 해상기온은 영상 2도쯤 되고 바닷물 온도는 영상 1도 정도로 한겨울은 아닙니다마는 그러나 여전히 열악한 곳입니다.

    ◇ 박재홍> 유빙이 떠다닌다, 그러니까 바닷물 위에 큰 얼음들이 떠다닌다는 말씀인가요?

    ◆ 김길수> 네, 그렇습니다. 얼음 위쪽은 조금밖에 안 보이는데 아래쪽에 얼음이 많기 때문에 이게 배하고 부딪히면 큰 충격이 오게 되어 있습니다.

    ◇ 박재홍> 그쪽이 해상기온이 굉장히 낮다고 들었는데 어느 정도 추운 건가요?

    ◆ 김길수> 우리나라도 온도가 지금 영하 한 5도까지 내려갔잖아요. 그쪽은 우리보다 위도가 엄청 높기 때문에 북위 약 70도쯤, 68도쯤 되기 때문에 영하 10도까지 내려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박재홍> 굉장히 악조건인 그런 상황이고 당시 또 바람도 초속 20m 정도 불었기 때문에 굉장히 좋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 김길수> 초속 20m이면, 초속 17m 이상이면 태풍이거든요. 그쯤 되면 사람이 걷기가 힘들 정도의 그런 바람이죠. 배 같으면 엄청나게 영향을 받게 되고요. 그런 바람이 이틀 정도만 연속 같은 방향으로 불어주면 파도가 엄청나게 높아집니다. 한 7, 8m까지 올라갑니다.

    ◇ 박재홍> 조금 전에 20m 정도면 사람이 걷기 힘들 정도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러면 배의 경우 운항하기가 얼마나 힘들어지는 건가요?

    ◆ 김길수> 배의 경우는 작은 배 같은 경우는 앞으로 나가고자 해도 배가 앞으로 나갈 수가 없죠.

    ◇ 박재홍> 그래요?

    ◆ 김길수> 앞으로 못 나가면서... 그렇게 되면 파도가 어느 방향에서 불던 파도에 적응할 수가 없죠. 파도를 그대로 맞는 수밖에 없는데 트롤선 같은 경우는 배가 좀 낮거든요.

    ◇ 박재홍> 트롤선이요, 이번에 오룡호 같은?

    ◆ 김길수> 그런 경우에는 파도가 바로 배 위로 들어올 가능성도 많아지죠.

    ◇ 박재홍> 파도가 높을 경우에 바닷물이 선내로 유입될 가능성도 많다?

    ◆ 김길수> 아주 많죠.

    ◇ 박재홍> 그러면 이 정도의 기상 상황이었으면 선장이나 선사 측에서 조업을 중단해라, 이렇게 지시할 수 있었던 아니었을까요?

    ◆ 김길수> 조업중단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판단해야 됩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또 선사의 눈치를 다 보고 있죠. 저도 선장을 했습니다마는, 요즘은 통신이 발달하다 보니까 본사에서 계속 지시를 하기 때문에 선장이 자기 혼자서 판단을 할 수 없습니다. 조업을 많이 해야 이익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그걸 원하고, 그래서 그랬다고 생각이 됩니다.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501 오룡호' 출항 전 모습

     

    ◇ 박재홍> 현재 사조 측에서는 선장의 판단에 맡기는 거다, 이렇게 해명을 하고 있는데 교수님은 요즘 선장들이 선사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있기 때문에 오룡호 선장의 경우도 약간 선사의 눈치를 봤을 정황이 있을 거다?

    ◆ 김길수> 모든 선장이 선사의 눈치를 안 볼 수는 없죠. 선사의 눈치를 보는데 조업을 하는 데 있어서 선사에서도 지시를 하고 종합적으로 본인이 판단을 하는 상황이죠.

    ◇ 박재홍> 실종 선원 가족들 말에 따르면, '사고 전 전화통화에서는 할당받은 어획량을 다 잡았었는데 선사에서 추가 조업지시를 했다', 이렇게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수님 말씀대로라면 뭔가 성과급 이런 것도 고민해서 무리하게 조업했을 가능성도 있겠네요?

    ◆ 김길수> 그렇죠. 다른 배들은 사실 이런 상황이면 다 조업을 포기하는 상황이거든요.

    ◇ 박재홍> 기상이 안 좋기 때문에?

    ◆ 김길수> 네. 우리나라에 이런 바람이 불었다고 한다면 우리나라의 모든 선박은 출항 통제를 하는 그런 상황입니다. 나가 있는 배들은, 특히 작은 배들은 바람이 안 부는 쪽으로 캄차카 연안 쪽으로 피항을 해서 좀 쉬었다가 며칠 후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그런데 다른 배들은 다 조업을 포기를 했는데 왜 이 배만 유독 거기에 있었겠습니까. 그건 상당히 무리했다, 이렇게 볼 수 있죠.

    ◇ 박재홍> 선장을 해 봤던 교수님의 경험으로 봤을 때도 당시에 무리한 조업이었을 가능성이 많다고 판단하고 계시는 것 같군요?

    ◆ 김길수> 네, 그렇습니다.

    ◇ 박재홍> 무엇보다 가장 궁금한 것이 사고원인입니다. 선사 측 얘기는 배가 기울기 시작하자마자 선원들이 배를 세우려고 펌프를 이용해서 물을 퍼냈고 어느 정도 복원이 됐다고 판단했는데 갑자기 배가 침몰했다는 것이거든요, 복원력이 상실돼서. 왜 그랬을까요?

    ◆ 김길수> 그럴 수 있죠. 일단 해수가 침수되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저는 판단이 됩니다. 하나는 기상이 너무 안 좋아서 파도가 높은 상태에서 파도가 선내로 들어왔고, 물이 제대로 안 빠져서 선내에 스커프 등이 있어서 선내로 물이 들어오면 조그만 있으면 빠지게 되어 있거든요.

    ◇ 박재홍> 스커프가 무엇입니까?

    ◆ 김길수> 스커프라고 하는 것은 배수구를 말하는 거죠. 그런 것이 있어서 물이 빠져줘야 되는데 물이 안 빠졌을 가능성이 하나 있고요. 아니면 이 배가 아주 노후화됐기 때문에 선체에 어딘가에 우리 눈에는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쇠가 다 부식이 돼서 없어지는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밑에 선두 쪽에 파공이 생겨서 그쪽으로 해수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 박재홍> 파공이 생겼다?

    ◆ 김길수> 선두 쪽에 10mm의 철제가 있는데 배가 오래 되면 그쪽에 습기가 많이 생겨서 부식이 되거든요.

    ◇ 박재홍> 그렇군요.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원양어선들이 굉장히 오래된 배가 많더군요?

    ◆ 김길수> 네. 원양어선이 지금 2013년 통계입니다마는 원양어선이 342척인데, 21년 이상된 배가 312척이니까 한 90% 이상되죠. 그러니까 우리나라에 노후된 선박이 너무 많은 거죠.

    ◇ 박재홍> 사조 측에서는 2003년 쯤에 개조를 해서 거의 새 배다, 이렇게 해명하고 있는데요?

    ◆ 김길수> 개조는 보통 상부구조만 개조를 하는 것이고 선체 자체를 개조를 하지 않죠. 물론 스캔은 합니다. 철판을 스캔을 해서 얇아진 부분은 새로 갈기도 합니다마는 그러나 오래된 배는 역시 오래된 배죠. 철판 어느 쪽이든 부식이 돼있을 수 있죠.

    ◇ 박재홍> 새로 개조를 했다 할지라도 오래된 배 자체를 근본적으로 고칠 수는 없는 구조라는 말씀이세요.

    ◆ 김길수> 그렇습니다.

    ◇ 박재홍> 현재 수색작업은 안타깝게도 성과가 별로 없네요. 구명보트가 4척이 발견된 상황인데요. 현재 생존자 발견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 김길수> 구명보트나 라이프 래프트를 미리 좀 하강을 시켜서 선원들이 탔으면 아마 거기 안에 많이 들어 있고 그러면 구출이 됐을 것인데요. 굉장히 늦게 배가 넘어가니까 갑자기 탈출을 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냥 바다에 뛰어드는 수밖에 없는데 바다에 뛰어들면 수온이 아주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상태에서는 길어봤자 1시간, 짧으면 30분 정도 밖에 견디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조금 빨리 퇴선을 판단했었어야 됐는데 그 부분이 좀 안타깝고요.

    ◇ 박재홍> 이번 사고가 일어난 직후에 보고가 된 지 4시간이 지났던 상황이었거든요. 선사에 보고가 된. 그래서 사고가 일어난 직후 대응 관련해서 국민안전처가 제역할을 못했다, 이런 비판도 있는데요. 교수님 어떻게 보세요?

    ◆ 김길수> 국민안전처는 사실 이런 상황이 왔을 때에 제역할을 빨리 해야 되는데 여전히 세월호 사고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습니다. 국민안전처가 새로 설립된 부처로서 아직은 경황이 없었을 것 같은데 이번 기회를 잘 생각해서 앞으로 이런 사고, 이 사고뿐만 아니라 앞으로 많은 사고들이 있을 지 모르잖아요. 거기에 대응할 수 있는 상황 장악 시나리오를 빨리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길수> 감사합니다.

    ◇ 박재홍> 한국해양대학교의 김길수 교수였습니다.

    [박재홍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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