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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표준어, '딴지'는 되고 '멘붕'은 안된다"

문화재/정책

    국립국어원 "표준어, '딴지'는 되고 '멘붕'은 안된다"

    "'이뻐'는 표준어 탈락, 다시 논의할 것"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이대성 (국립국어원 어문연구과 학예연구관)


    ‘삐지다, 허접하다, 개기다, 굽신거리다, 딴지를 걸다.’ 여기에서 표준어는 몇 개일까요? 정답은 모두 다 표준어입니다. 어제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새로운 표준어들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2011년에 짜장면 등이 표준어가 된 이후 3년 만에 표준어가 늘었는데요. ‘이게 아직도 표준어가 아니었나?’, ‘아니, 이 말이 표준어라고?’ 누리꾼들 반응이 뜨겁습니다. 오늘 표준어에 대한 궁금증을 함께 풀어보죠. 화제의 인터뷰, 국립국어원 어문연구과 이대성 학예연구관을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재홍의 뉴스쇼 듣기]

    ◆ 이대성> 안녕하십니까.

    ◇ 박재홍> 이제 "삐지지 마, 오늘 아침 메뉴가 허접하네." 이런 말들을 편하게 할 수 있게 됐네요.

    ◆ 이대성> 그렇습니다.

    ◇ 박재홍> 이번에 표준어로 인정된 단어가 13개인데요, 어떤 내용인지 설명해주실까요?

    ◆ 이대성> 이번에 새롭게 표준어로 인정된 것은 삐치다에 대해서 삐지다, 또 눈두덩에 대해서 눈두덩이, 또 구안괘사에 대해서 구안와사, 굽실에 대해서 굽신, 작장초에 대해서 초장초. 이렇게 5개 항목입니다. 이들은 사전에서 동의어로 처리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어감에 차이를 나타내는 단어 또 발음이 비슷한 언어들이 함께 쓰일 경우에 표준어로 인정한다. 이 조항에 따라서 이렇게 결정된 거네요. 그래서 이제 우리는 삐지다와 삐치다를 동시에 쓸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 "개기다, 꼬시다, 허접하다, 딴지" 이런 말도 표준어에 올랐네요?

    ◆ 이대성> 그런 말들은 별도 표준어입니다. 별도 표준어는 어감이나 뜻이 조금 차이가 나기 때문에 동의어로 보지 않고 별도로 인정한다는 건데요. 이렇게 인정된 말로는 '개기다, 꼬시다, 놀잇감, 딴지, 사그라들다, 섬찟, 속앓이, 허접하다' 이렇게 8항목이 있습니다.

    ◇ 박재홍> 이 개기다가 그러면 학교에서나 일상에서 흔히 쓰는 그 뜻인 거죠? 너 까부냐 이런 뜻이죠?

    ◆ 이대성> 그렇죠.

    (출처=국립국어원)

     

    ◇ 박재홍> (웃음) 이 말이 표준어가 됐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것이고요. 그런데 표준어에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의 차이. 일반 국민들이 보기엔 이 기준이 도대체 무엇인가 궁금한데요. 선정 기준이 뭔가요?

    ◆ 이대성> 표준어는 현대 언어 대중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널리 쓰이고 있는 말이면서, 국어의 전통성과 합리성에 부합하는 말이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잠시 유행처럼 쓰이다가 마는 말들, 또 심한 욕설과 낯선 외래어, 과도한 축약어 이런 것들은 아무래도 표준어로 삼기가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서 멘붕이나 열공 이런 말들은 아무리 많이 쓴다고 해서 표준어가 되기는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 박재홍> 표준 조어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아무리 멘붕, 열공 이런 인터넷 용어가 쓰여도 표준어가 되기 어렵고 우리 국어에 문법적인 특징을 바탕으로 표준어 선정을 한다는 말씀이세요. 그러면 예를 들어 '개기다' 이런 단어가 있으면 국립국어원 관계자 분들이 모여서 이걸 표준어에 올릴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토론하시는 거네요?

    ◆ 이대성> 네, 그렇습니다.

    ◇ 박재홍> 그러다가 토론하시다가 지금까지 이거는 표준어 하지 말자, 이렇게 탈락된 단어도 있었습니까?

    ◆ 이대성> 내부적으로 논의를 많이 하고요. 그중 어떤 단어들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해서 지금 더 두고 봐야겠다고 하는 단어도 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시기상조였던 단어는 뭐가 있었습니까?

    ◆ 이대성> 예를 들면 논란이 되고 있는 것 중에 '예쁘다'와 '이쁘다' 이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 박재홍> 예쁘다와 이쁘다.

    ◆ 이대성> 현재는 '이쁘다'가 비표준어인데요. 이런 말들이 표준어가 될까, 말까에 대해서 현재 논란 내지는 고민 중에 있다 이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우리 딸은 참 이뻐" 이거는 아직까지는 비표준어인데 언젠가는 표준어가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 이대성> 네.

    ◇ 박재홍> 요즘 인터넷 신조어들이 정말 많이 나오는데요. 그러면 이러한 신조어들은 대부분은 국어의 전통성이나 합리성을 바탕으로 볼 때, 표준어가 될 가능성이 좀 적다고 볼 수 있겠네요?

    ◆ 이대성> 네, 아무래도 그렇습니다. 신조어 중에서 말 그대로 국어다운 단어가 오랫동안 언어 대중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게 되면 그게 표준어가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신조어라는 것이 이른바 외계어로 불리는 인터넷 언어, 과도한 축약어 같은 건데요. 아무래도 이런 말들은 표준어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그리고 국립국어원의 순화어에 대해서도 많이 관심들 가지시는데요. 이를테면 텀블러를 통컵으로 바꾸는 부분이라든지요. 그런데 이 순화어가 쓰게 되면 솔직히 말씀드리면 좀 맛이 안 난다고 할까요? 참 어색한데요. 어떻게 보세요.

    ◆ 이대성> 그런 지적들 많이 하고 있죠. 그래서 힘든 부분이기는 합니다. 먼저 통컵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통컵 같은 순화어에 대한 첫 번째 반응은 촌스럽다는 겁니다. 사실 결국은 우리말로 하면 촌스럽고 또 외국어로 하면 세련된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죠. 어쩌면 우리 안에 언어적 사대주의가 있는 게 아닌가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고요.

    또 두 번째 반응은 이번 통컵 같은 경우에는 컵을 어떻게 순화어로 쓸 수 있느냐, 이런 문제인데요. 순화라고 하는 것은 오로지 우리 고유어, 토박이말만 쓰자는 것은 아니고요. 좀 더 쉬운 말, 더 다가설 수 있는 쉬운 말을 쓰자는 겁니다. 오히려 처음부터 우리가 텀블러라는 말이 들어오기 전에, 또는 유행하기 전에 통컵이라고 했다면 이처럼 사실 쉬운 말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 박재홍> 네. 우리 한글이 굉장히 과학적이고 위대한 글이기 때문에 저희가 적극 써야겠습니다. 영국 옥스퍼드 같은 경우는 이제 올해의 단어를 발표해서 또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요. 마지막으로 연구관님께서 개인적으로 2014년 올해의 단어를 하나 뽑아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이대성> 아무래도 올해는 큰 비극이 있었고, 국민 모두가 큰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올해의 단어는 ‘아픔’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년에는 ‘기쁨’ 이런 말이 올해의 단어가 되기를 바랍니다.

    ◇ 박재홍> 참 올해의 단어는 아픔이라고 선정을 해 주셨고요. 다가오는 2015년에는 즐거움 혹은 기쁨 이러한 단어들이 나오면 좋겠다는 말씀이세요.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대성> 예. 안녕히 계십시오.

    ◇ 박재홍> 화제의 인터뷰, 국립국어원 어문연구과 이대성 학예연구관과 함께 새롭게 선정된 표준어에 대해서 이야기 나눴습니다.

    [박재홍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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