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노근 의원 (자료사진)
청와대문건 유출과 비선의 인사개입 의혹에 대한 국회 긴급현안질문이 막말로 얼룩지고 있다. 여야가 이 사건과 관련, 서로를 비난하며 극렬히 대립하면서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16일 이틀째 이어진 긴급현안질문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을 향해 "공상소설을 쓰고 있다. 정치인들 버릇부터 고쳐야 한다"면서 고성을 지르며 비난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사과하라", "누구 버릇을 고치냐", "동료의원에게 할 소리냐"며 이 의원의 발언에 거세게 항의했다. 여야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가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오히려 "가만히 있어라"고 윽박지르며 "요새 정치인들은 문제를 제기하고 조사하고 재판하고 처형까지 하는 모든 것을 국회의원 직위를 이용해 개탄스럽다"고 야당을 계속해서 자극했다.
이 의원은 특히 "광우병 사태 당시 유모차를 끌고 간 야당 일부 정치인들이 여기 있다. 이들의 혹세무민 프로세스를 알려드리겠다"면서 "처음에 미확인 의혹 전파시키고 그 다음 소위 진상조사위원회니 TF를 구성하고 검찰수사와 국정조사를 요구한다. 그리고 특검을 요구한다"며 야당을 향한 수위 높은 비난을 이어갔다.
결국 새정치연합 최민희 의원은 신상발언을 신청해 "방금 새누리당 의원이 제 버릇을 고치겠다는 깜짝 놀랄 발언을 했다. 질문시간의 3분의 1 이상을 제 질의를 비난하고 폄훼하는데 썼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본 의원은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다"면서, 새누리당 지도부에 공개사과를 요청했다.
여야의 막말로 아수라장이 된 국회 본회의장에는 덕성여고 학생 70명이 방청석에 앉아 지켜보고 있었다. 사회를 본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여야간 고성이 오가자 "학생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지만 여야 의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국 오후 본회의가 재개되자, 이노근 의원은 신상발언을 신청해 오전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이 의원은 "오전 질의 과정에서 다소 거친 표현을 쓴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본의아니게 소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사과로 끝이 날 줄 알았던 여야 막말 공방은 마지막 질의자로 나선 새누리당 윤영석 의원이 최 의원에게 "그러고도 국회의원이냐"라고 비판하면서 다시 장내 공방으로 이어졌다.
원내대변인인 윤 의원은 "최 의원이 시계 몰카라는 어마어마한 용어로 포장해 국민들을 놀래키고 있다"며 몰카라고 하는 것도 경악스럽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청와대 비서실에서 해명을 했음에도 여러가지 없는 사실을 붙이고 의혹을 확대 재생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 의원이 동료 의원들에게 왜 지탄을 받는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그러고도 국회의원이라 할 수 있느냐"며 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
이에 정의화 의장은 "동료 의원을 존함을 지목하면서 자극을 할 수 있는 부분은 기교를 부려서 할 필요가 있다"며 "상호 존중하는 가운데 국회 본회의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여야가 협조를 잘 해주길 바란다"고 수습했다.
하지만 최 의원은 오전에 이어 또다시 신상발언을 통해 "저는 오늘 두번에 걸쳐 모욕을 당했다"며 "조금 전 발언한 의원께서 제 이름을 열 번 가까이 언급하며 모욕을 줬다"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최 의원은 그러면서 "제 이름을 10번 언급하면서 모욕을 준 부분에 대해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저의 명예회복을 위해 잘 처리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전날에도 "종북숙주다", "수구꼴통이다"라며 서로 고성을 지르고 자극적 표현을 써가며 언성을 높인 바 있다.
이같은 여야의 원색적 비난과 감정적 질문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현안질의를 하기로 할 때부터 이미 예고돼 있었다는 지적이다.
여당은 질의자를 친박 강성파로 배치시키면서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을 치를 것을 벼른 바 있다. 야당도 국정농단 의혹을 국회에서 대대적으로 알리겠다는 방침을 세워 여야가 서로 강하게 격돌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기 때문이다.{RELNEWS:right}
결국 이번 현안질문도 과거 대정부질문과 마찬가지로 진상 규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여야의 색깔론· 정치 공세를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