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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의 성탄 "바다에 케이크 던져주며 눈물만…"

사회 일반

    팽목항의 성탄 "바다에 케이크 던져주며 눈물만…"

    "약먹고 주사 맞아도 늘 아파…'업'이라 생각"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최태현 (故 최정수 군 삼촌,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 간사)

    오늘이 누구에게는 기쁜 성탄절이지만 또 다른 누구에게는 슬픈 성탄절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 아기 예수 탄생의 소식이 특히나 이분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면 좋겠는데요. 성탄절 오늘, 진도 팽목항으로 가보겠습니다. 길어야 한두 달이면 끝날 거라고 생각했던 세월호 참사, 추운 겨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진도 팽목항을 지키고 있는 유가족 연결하겠습니다. 최태현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 최태현> 네, 안녕하십니까?

    ◇ 박재홍> 지금 서울은 영하 5도인데 진도 팽목항도 많이 춥겠네요.

    ◆ 최태현> 춥다기보다는 바람이 많이 불고 있고요. 그래도 서울보다는 많이 따뜻합니다.

    ◇ 박재홍> 그래도 기온은 서울처럼 그렇게 많이 내려가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지금 팽목항에는 몇 분이나 머물고 계신 건가요?

    ◆ 최태현> 지금 15명~20명 내외로 계속 유지를 하고 있습니다. 유가족 분들이 내려오시기도 하시고 꾸준하게 자원봉사하시는 분들도 다섯 일곱 분 정도 계시기 때문에 15명~20명은 항시 유지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겨울이 됐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팽목항에 계시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분들이 감기약을 달고 사신다고 들었습니다. 건강들은 어떠신가요?

    ◆ 최태현> 아무래도 자식을 잃어버리고 아버지를 잃어버리고 어머니를 잃어버린 분들이 모이는 공간이기 때문에 마음의 병을 안고 계신 분들이 많아 면역력이 상당히 떨어지세요. 그래서 감기가 걸리셔도 약을 드시고 주사를 맞아도 잘 낫지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저희들의 어쩔 수 없는 업이다’라고 참고 견디고 있는 상황입니다.

    ◇ 박재홍> 팽목항에 계신 분들은 항구에 마련된 조립식 가옥에 계시는 거잖아요. 난방이라든지 그런 것은 다 지내시기 괜찮으신 겁니까?

    ◆ 최태현> 바닥은 따뜻하고요. 이쪽이 바람이 세차다 보니까 외풍이 좀 센 편이에요. 그래도 그럭저럭 지낼 만합니다. 그리고 국민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고 계세요. 김장하셨다고 김장김치도 보내주시고, 가을걷이 끝났다고 쌀도 보내주시고 있고요. 그래서 저희들은 큰 어려움 없이 아이들만 생각하고 돌아오지 못한 세월호 가족들만 기다리고 중입니다.

    ◇ 박재홍>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주위에서 조언하시는 분도 계실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현장을 떠나지 못하시는 분들, 어떤 마음으로 그곳에 계시는 걸까요?

    ◆ 최태현> 저희들이 얼마 전에 가족들하고 같이 사고해역인 맹골수도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죽음, 세월호의 침몰 당시를 생중계했던 동거차도 언덕 위에 올라간 적이 있거든요. 그때 방송사에서 쓰던 테이프들이 널브러져 있고요. 돌무더기만 쌓여 있는 모습을 봤을 때 저희들이 방송사, 언론 관계자들한테만 잊힌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똑같이 지워지고 있다는 식의 아픔을 느끼면서 많이 울다가 왔습니다.

    ◇ 박재홍> 잊혀진다...

    ◆ 최태현> 그렇죠. 지금 전체적인 사회적인 분위기를 봤을 때 이것이 정치논리로 한쪽 구석으로 밀리고 있지는 않는가라는 두려움도 있고요. 그리고 ‘계속해서 이러한 사건이 또 일어나면 어떡하지?’라는 염려의 마음도 사실은 같이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좀 답답한 심정입니다.

     

    ◇ 박재홍> 세월호 사고 후에 자주 언급되었고 SNS상에서 많이 회자됐던 얘기가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였는데요. 현재 상황은 그렇게 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네요.

    ◆ 최태현> 그렇죠. 어찌 됐건 지금은 현실적으로 아이들을 잃어버리고 아이들을 찾지 못한 이 아픔을 나누고 싶다는 취지이고요. 그동안 계속 언론에서 다뤄졌던 부분처럼 저희들이 물질적이나 다른 부분에 있어서의 대책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는 실질적으로 세월호 사건 사고가 왜 일어났고 세월호 인양에 대한 부분과 그다음에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을 다독여주면서 뼈라도 찾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러한 신념마저 꺾으려 한다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나저나 선체 인양작업은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진도 현지에서 나오는 얘기라든지 혹은 얼마 전 세월호 가족대책위에서 기자회견도 한 바가 있는데요?

    ◆ 최태현> 저희들이 해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요. 처음에 여당 심재철 의원도 특위가 구성이 돼서 출범하는 시점에서 ‘이제는 세월호 인양을 검토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때 당시에는 인양이라는 단어는 저희 가족들 사이에서 금기어였거든요. 그런데 지금 와서는 ‘인양은 돈이 많이 든다.’ 혹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라는 식으로 자꾸만 피하고 계시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그래서 저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양에 대해 준비해 왔던 정부인데 이제 와서 ‘인양은 공론화과정을 거쳐야 된다. 기술적으로 더 연구를 해 봐야 된다’라고 말씀을 하시기 때문에 저희들은 인양에 대한 부분은 이해를 못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 박재홍> 논의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봐야겠고요. 그래도 오늘 성탄절 아니겠습니까? 진도 팽목항에서 성탄절 관련 행사라든지 혹은 주위에 함께 찾아오신 분들 없으신가요?

    ◆ 최태현> 어제가 크리스마스 이브였는데요. 팽목항에 보면 우리 가족들이 이름을 붙인 ‘기다림의 등대’라고 있습니다. 기다림의 등대에 가서 바람이 불어서 케이크에 촛불은 못 밝혀주고요. 케이크를 쪼개서 바다에 던져주고 그다음에 노래도 부르면서 가족끼리 조촐하게 그렇게 울다 들어왔습니다.

    ◇ 박재홍> 기다림의 등대에서 케이크를 아이들과 함께 나누셨는데 예년 크리스마스와 정말 남달랐던 그런 시간들이었을 것 같네요.

    ◆ 최태현> 그렇죠. 예전에 크리스마스는 가족들과 보내든가, 나가서 술 한 잔 한다거나 영화를 본다거나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냈는데요. 최소한 울면서 보냈던 크리스마스는 제 생에 처음이지 않을까... 이게 또 마지막이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박재홍> 2015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새해 어떤 바람을 갖고 계세요?

    ◆ 최태현> 새해 바람이라면 한 가지입니다. 1주기가 되었을 때만큼은 세월호 인양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나오지 못한 9명의 실종자분들도 나왔으면 좋겠고요. 4월 16일이 되기 이전에 원래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제 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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