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목 부위 잡은 것 가지고 성추행으로 보지 않은 듯
- 자고 가라 했고 방이라는 장소 맥락 있는데, 성폭력 제대로 이해 못한 판결
- 성희롱은 성적 굴욕감, 혐오감 느끼게 하는 언동을 지칭
- 성희롱은 성추행도 포함하는 건데 대법원은 언어적인 것으로 얘기
- 외국은 성폭력 범죄 안에 성추행, 성희롱, 강간을 같이 포괄
- 2014년 200건 상담 중, 12건 지원, 5건 형사소송, 2건 기소, 1건만 유죄
- 대부분 피해자 형사고소 못하고 직장 떠나
- 직장 내 성폭력, 상담 중 20% 차지
- 재판부 인식 바뀌어야 하고, 성폭력 관련 법 포괄적으로 정비돼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5년 1월 2일 (금)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조재연 (여성의 전화 성폭력 상담소 부장)
◇ 정관용> 60대 남성 직장상사입니다. 자기 집을 찾아온 여직원에게 자고 가라며 손목을 잡았는데 대법원이 '성희롱은 맞지만 성추행은 아니다' 이런 판결을 내려서 여성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네요. 성추행 관련 법적 공백은 과연 없는지 여성의 전화 성폭력 상담소 조재연 부장 연결해 봅니다. 조 부장, 나와 계시죠?
◆ 조재연> 네.
◇ 정관용> 우선 어떤 사건인지 좀 간략히 짚어주시겠어요?
◆ 조재연> 네. 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6월에 발생한 사건인데요. 세탁공장 소장인 서씨가 밥상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했는데 그 부탁을 받고 물건을 가지고 박모씨에게 잠깐 있다 가라고 하면서 술을 권하고 이후에 돌아가려는 박 씨의 손목을 붙잡고 자고 가라고 말한 사건입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게 1심, 2심에서는 성추행으로 인정이 됐다면서요?
◆ 조재연> 네, 성추행으로 인정이 되고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는데요. 이번에 대법원에서 그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취지로 다시 파기해서 돌려보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대법원은 뭐라고 그러면서 이것을 무죄라고 한 거죠?
◆ 조재연> 대법원에서는 이제 그 언론 보도 내용을 보면 기본적으로 가해자가 피해자의 손목 잡고서 자고 가라고 했는데 손목이라는 부위 자체가 혐오감을 일으키는 부위가 아니고 그냥 손목을 잡은 행위는 그냥 돌아가는 피해자를 자리에 앉히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래서 이거를 성추행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성적 혐오감을 일으킬만한 부위가 아니다, 손목은?
◆ 조재연> 네.
◇ 정관용> 그 때문에 추행은 아니다?
◆ 조재연> 네.
◇ 정관용> 성희롱은 인정했나요?
◆ 조재연> 이 재판 언론 보도를 보면 '성희롱이기는 하지만 추행은 아니다'라고 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대법원에서 얘기하는 성희롱이라는 것은 이제 언어적인 것에 국한해서 보는 것 같고 손목이라는 부위 자체를 잡은 게 성적인 행위로 보지 않아서 추행이 아니라고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여성의 전화는 이 판결,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십니까?
◆ 조재연> 기본적으로 대법원 판결은 성폭력에 대한 사법부, 그 재판부의 잘못된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판결이라고 생각하고요. 손목이라는 부위 자체가 어떤 성적 수치심이나 그런 것들을 일으키는 특정 부위가 있다고 딱 정하는 것도 웃기고 그리고 좀 납득할 수가 없기도 하고 그리고 분명히 가해자가 자고 가라고 했고 그게 또 침대 방이라는 어떤 장소의 그런 맥락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고 이게 성추행이 아니다라고 판결하는 것은 성폭력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판결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성희롱은 맞지만 성추행은 아니다' 이런 논리죠, 대법원은?
◆ 조재연> 네.
◇ 정관용> 그러면 성희롱과 성추행의 그 판결 기준이 어떻게 달라요?
◆ 조재연> 사실 성희롱이라고 하면 용어가 주는 느낌상 뭔가 성추행보다는 약하고 보통 우리가 인식하기에는 언어적인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실제로 성희롱을 규정한 여러 법들이 있는데 그 법들을 보면 업무상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상대한테 어떤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모든 어떤 성적 언동을 다 포함하는 개념이거든요.
◇ 정관용> 언동이면 언어와 행동까지군요?
◆ 조재연> 네, 그렇죠. 그래서 사실 성희롱이라는 개념 자체는 성추행도 포함할 수 있는 내용인데 이제 대법원에서는 성희롱은 언어적인 것 그리고 좀 약한 정도의 피해, 이런 식으로 보고서 희롱으로 인정이 된다라고 얘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이번 사건의 경우 검찰 측에서는 성희롱죄는 전혀 기소를 하지 않고 그냥 성추행죄로만 기소를 했던 모양이군요?
◆ 조재연> 사실 성희롱이나 성추행, 성폭력 관련돼서 범죄를 규정하는 법들이 굉장히 많이 있는데요. 그래서 이번에 이제 피해자가 고소하였을 때 적용된 법은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고 그중에서 이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로 이것을 고소한 사건이에요. 그래서 성폭력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규정된 제목에서는 이제 그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에 해당이 되는 거고 성희롱 같은 경우는 국가인권위법이나 여성발전기본법이나 이런 것에 적용이 되거든요.
◇ 정관용> 아하
◆ 조재연> 이것은 약간 형사처분과는 좀 다르게 처리과정이 있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검찰 측에서는 어쨌든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여서 더 강한 법률을 적용해서 기소를 했고 1, 2심은 유죄를 받았는데 대법원에서 무죄가 났다, 정리는 이렇게 하고요. 외국도 이렇게 성희롱, 성추행 이런 걸 따로따로 규정하고 따로따로 법률로 지정하고 그렇게 합니까?
◆ 조재연> 제가 아는 선에서는 우리 같은 경우에는 성폭력의 개념을 성희롱, 성추행, 강간, 굉장히 세부적으로 나누어지고 법들도 굉장히 산발적으로 되어 있는데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 좀 광범위하게 법으로 같이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외국은 성폭력 하면 그 안에 모든 것을 다 한꺼번에 넣어서?
◆ 조재연> 네.
◇ 정관용> 우리는 그걸 따로따로 이렇게 또 규정하고 있다, 이런 말이군요?
◆ 조재연> 네. 조금 다른, 저희가 다른 나라보다는 조금 더 성폭력의 개념을 되게 하나하나 행위 중심으로 세분화해서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렇게 세분화했기 때문에 혹시 처벌받지 않는 그런 유사 사례들이 또 많습니까?
◆ 조재연> 사실 이제 저희도 성폭력 피해자들이 상담을 오면, 상담이 와서 고소나 이런 것을 고려했을 때 어떤 같은 피해 사실이라도 어떤 죄목으로, 어떤 내용으로 고소할 지에 따라서 사실 결과도 좀 많이 달라지기는 하는데요.
◇ 정관용> 그렇죠, 그렇죠.
◆ 조재연> 그래서 사실 직장 내 성폭력 같은 경우에 호소하는 피해자들의 대다수가 사실은 형사고소를 하지를 못하고요. 아무래도 직장 내에서 얘기를 해서 처리를 하든지 그냥 참고 그냥 직장을 떠나는 그런 식의 과정이 사실은 더 많고 저희가 지원한 사건 중에서 형사고소를 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고소를 한 경우에도 대부분 불기소가 되거나 기소가 되더라도 유죄판결을 받는 경우는 작년 같은 경우에는 한 건만 유죄판결을 받았고요.
◇ 정관용> 여성의 전화에 상담한 것 가운데서?
◆ 조재연> 네.
◇ 정관용> 모두 몇 건 상담이 들어왔는데요?
◆ 조재연> 상담이 1차 전화상담 같은 경우는, 작년 같은 경우에는 거의 200건 가까이 들어왔는데요. 저희가 1차 전화상담 주시고 지속적으로 상담하고 지원을 하는데 총 한 12명 정도를 지원을 했었어요. 그중에 다섯 분이 형사고소를 하셨는데 기소된 것은 두 명이고 그러니까 세 분은 다 불기소가 났고요. 두 명 중에 한 분은 무죄가 나오고 한 분만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 정관용> 200건의 전화상담, 그 가운데 열두 명은 지속적으로 상담, 그 가운데 고소한 것은 다섯 명?
◆ 조재연> 네. 저희 상담소에서 계속 전화가 많이 오는데 그중에서 데이트 폭력 상담 다음으로 많이 차지하는 게 직장 내 성폭력 상담이고요. 저희 쪽에 오는 상담의 한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유죄까지 받은 건 한 건에 불과했다?
◆ 조재연> 네.
◇ 정관용> 자, 그러면 이 법망, 법체계부터 좀 바꿔야 합니까? 아니면 법원의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까, 대책을 좀 말씀해 주시면요?
◆ 조재연> 기본적으로 이제 재판부의 인식이 바뀌는 게 중요할 것 같고요. 이번에 대법원 판결도 그렇지만 이제 일반 대중의 인식에도 따라가지 못하는 그런 식의 판결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서 좀 사실 성폭력 피해를 받는 피해자들도 그렇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저희 단체들도 굉장히 이제 어떤 법적 대응을 하는 데 위축이 되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인식을 바꾸는 부분이 가장 클 것 같고요. 지금 계속 성희롱이냐 추행이냐 이런 얘기가 나왔지만 지금 성폭력 범죄를 규정하는 법들이 굉장히 산발적으로 되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조금 아우를 수 있는 기법 같은 게 생기면 좋겠고 그리고 성폭력의 개념을 볼 때도 지금은 굉장히 이번 대법원도 그랬지만 어떤 특정 부위만 성폭력이고 다른 부위는 성폭력이 아니다라고 한다든지 성폭력의 개념 자체를 굉장히 협소하게 보는 문제, 그런 것들에 대해서 좀 바뀔 수 있는 그런 규정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