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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디', 세상을 바꾸는 작은 디자인의 힘

사회 일반

    '세바디', 세상을 바꾸는 작은 디자인의 힘

    줄 하나 그어 보행로 만들고 잔반량도 90% 절감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빗금 간격만큼 비워둔 통로로 보행자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장종원 씨

     

    버스 정류장 앞 사람들이 늘어선 인도 바닥에, 또 급식 식판이나 버스에서도 작은 아이디어가 만든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 '테이프 두 줄'이 바꾼 거리의 풍경, 보행자가 통했다

    버스 정류장 앞에 10m도 넘게 늘어선 사람들의 줄. 매일 출퇴근 시간이면 시내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 사람들의 줄을 얼굴을 찌푸린 채 뚫고 가는 보행자들의 모습 역시 낯설지 않다.

    그 익숙한 장면에서 최근 공공소통연구소 라우드(LOUD)팀은 버스 대기열 중간쯤에 ']▶▶▶▶▶[' 모양 테이프를 붙이는 작은 실험을 했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 앞에 새로운 '보행자 통로'가 설치됐다. /사진=장종원 씨

     

    안내문도, 시키는 사람도 없었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테이프 간격만큼 자리를 비웠고, 보행자를 위한 통로가 만들어졌다.

    아이디어를 처음 내놓은 공공소통연구소 장종원(25) 연구원은 "합정역 버스정류장에서 혼자 설치해 봤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SNS를 통해 설치해달라는 요구가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장 씨는 "서울시의 제안도 받아 지난 8일 오후 남대문 신한은행 본점 앞 광역버스정류장에 정식으로 설치했다"며 "잘 훼손되지 않는 특수테이프로 제작했고, 앞으로 테이프 보행자 통로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SNS 인기 폭발 '무지개 식판'… "90%나 줄어든 잔반"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서는 칸마다 무지개 모양의 빗금을 새긴 식판 사진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빗금마다 한 공기, 반 공기 등으로 양을 표시해 빗금만큼 음식을 담으면 자연스럽게 먹을 만큼의 밥과 반찬을 받을 수 있다.

    이 식판을 발명한 주인공은 놀랍게도 중고등학교 학생들. 양정중학교 이정훈(40) 교사의 지도 아래 영일고등학교와 양정중학교 학생 7명이 머리를 맞댄 결과다.

    잔반량을 줄이기 위한 '무지개 빗금 식판' /사진=삼성전자 투모로우 솔루션 제공

     

    특히 이 학생들은 '무지개 식판'으로 지난해 한 기업 공모전에서 상금 500만원을 받은 뒤 전자제품을 구매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독거노인, 다문화가정 등 11가족에게 기증하기도 했다.

    발명에 참여한 양정중학교 박민규(16) 군은 "실제로 학교 친구들을 상대로 실험해봤더니 잔반량이 90% 가까이 줄어들었다"며 "공모전에 응모하면서 오히려 효과를 과장했다고 의심할까 봐 6~70%만 줄어들었다 소개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무지개 식판'을 발명한 '목동잔반프로젝트' 팀원들. 영일고 조준우(18), 양정중 신정빈(14), 이지석(14), 이준후(15), 박민규(16), 정성균(16), 구창현(16), 양정중 이정훈(40) 지도교사 /사진=삼성전자 투모로우 솔루션

     

    박 군은 "학교에서는 늘 '급식 잔반 안 남기는 날' 캠페인처럼 뻔한 얘기만 한다"며 "아이디어 하나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버릇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군은 "군부대나 학교에서 '무지개 식판을 사용하고 싶다'는 연락이 온다"면서 "앞으로 경북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식판을 시험 사용할 예정이고, 결과가 좋으면 중국 등 우리와 식생활이 비슷한 나라에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타요버스' 아이들 호응에 안전운전까지 유도

    서울 어린이들의 친구가 된 타요버스도 아이들의 웃음만이 아닌 뜻밖의 효과를 낳고 있다.

     

    타요버스를 운전하는 버스 기사 김지근(71) 씨는 "어느새 안전운전 지킴이가 됐다"고 말했다.

    {RELNEWS:right}김 씨는 "어린아이들이 많이 타기 때문에 특히 안전운전에 신경 쓴다"며 "어린이나 부모님들의 모범이 돼야 한다는 사명감까지 생기다 보니 옷차림도 깔끔하게 유지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얼마 전 손주가 할머니와 함께 버스를 타면서 '할아버지가 타요버스를 운전한다'고 무척 좋아했다"며 "버스 운전은 고되지만,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피로도 풀린다"고 귀띔했다.

    막대한 예산이 드는 사업이나 거창한 담론이 아닌 작은 아이디어가 세상 곳곳에서 즐거운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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