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 혁신은 세상에 온기만 불어넣지 않는다.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거나 소외되고 있다. 질서의 재편으로 떠밀려나는 이들에게서 저항의 움직임도 보인다. CBS노컷뉴스는 인간과 디지털 기술 간 공존의 길을 모색해 보는 ‘디지털 러다이트-파괴가 아닌 상생’ 5회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글> |
①셀카봉과 드론택배…내 일자리를 빼앗다 ②뛰어봤자 GPS·스마트폰 안…'유리감옥' 속 우리 ③'디지털 포식자' 원격진료와 우버택시에 맞서 ④라디오DJ와 스마트오디오, 최후의 승자는? ⑤디지털 러다이트 달래는 디지털 하모니의 첫걸음 |
남산 서울타워 밑에서 50년째 사진사로 일하는 김재만(76) 할아버지에게 더욱 막강한 경쟁자가 나타났다.
스마트폰에 이어 등장한 '셀카봉'이다.
"예전엔 남산에 사진사만 100명도 넘었어. 근데 그놈의 핸드폰 때문에 이젠 사진사들이 다 죽었어. 여기도 노인네 여섯만 남았지, 뭐…."
아마존이 무인기를 이용해 30분 안에 배송을 완료하겠다는 '프라임 에어' 서비스.(출처=아마존)
집주소를 받아적어 우편으로 사진을 보냈던 시절로부터 즉석카메라로, 디지털카메라·프린터까지 변화의 속도를 좇아보았지만 "고작 풀칠 정도"라는 게 김 할아버지의 요즘 벌이다.
지난 2007년 도입된 하이패스를 이용하는 차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달 7천만 대에 이르면서 톨게이트의 요금수납원 1,639명은 일자리를 잃었다.
기계로 대체하지 못한 고객서비스는 남은 수납원들에게 강요된다.
고객에게 인사할 때는 항상 눈을 맞춰 웃어야 하고, 목소리는 '솔'음을 유지해 활기있게 보여야 한다는 식이다.
성대결절에 걸렸다는 이연재(40·여)씨는 "20가지 이상의 고객서비스 평가 항목에 맞춰 감정조절도 못한 채 로봇처럼 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CCTV·전자카드출입 같은 무인경비시스템, 영화관·야구장·식당 등의 티켓판매기, 사무 자동화 소프트웨어, 현금인출기·스마트뱅킹이 경비원, 단순 사무직, 은행원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는 건 '오래된 미래'다.
은행원 출신 정주헌(33)씨는 "금융업 자체가 사양 산업은 아니지만 스마트뱅킹이 늘면서 단순한 입출금 업무를 맡은 은행원들이 지점마다 절반 수준으로 줄고 있는 건 현실"이라고 말했다.
피자배달도 한다는 드론택배가 배달기사를, 무인자동차가 버스나 트럭 운전직 종사자를, 결과물을 미리 뽑아볼 수 있는 3D프린팅 기술이 제조업 분야를 위협하는 건 숙명처럼 다가오고 있다.
IT분야 리서치 및 자문 회사인 가트너(Gartner)는 2013년 이후 10년 동안 일어날 10가지 혁신적 변화를 꼽으면서 3D 프린팅과 무인자동차 기술 등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일자리를 빼앗을 것으로 전망했다.{RELNEWS:right}
한국고용정보원 김동규 연구원도 3D프린팅과 관련해 "3D프린터샵이 등장하고 디자인 산업 , 맞춤형 인공장기 제작 분야에서 새로운 직업이 등장하겠지만 숙련된 기술자나 부품조립·수리기사, 트럭운전사와 창고관리원 등 물류 관련 일자리는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육체노동을 넘어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기술 혁신은 지식노동 분야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까지 20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의 우울한 예언에 앞서 기술의 일자리 습격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