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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급 호텔들의 '★ 별떼기 소동'



아시아/호주

    중국 최고급 호텔들의 '★ 별떼기 소동'

    • 2015-01-27 17:15

    [김선경의 비하인드 차이나]

    싱궁호텔(사진=바이두 자료사진)

     

    중국 허베이(河北)성 청더(承德)시에 있는 싱궁(行宫)호텔은 이 지역에서 가장 고급 호텔로 꼽히는 곳이다.

    청더는 청나라 황제가 여름 행궁(行宫)으로 사용하던 피서산장(避暑山莊)이 있는 곳으로 이 곳에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의 중국 여행기인 열하일기(熱河日記)의 열하(熱河)가 있어 우리에게 친숙한 곳이다.

    청더시의 싱궁호텔은 황제의 궁궐이란 의미의 이름에 걸맞게 넓은 면적의 단층형 구조에 훌륭한 조경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경관이 뛰어난 자리에 위치해 다른 지역의 5성급(五星级) 특급 호텔에 비해 시설이나 서비스가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청더시 여유국(旅游局) 자료에는 청더에는 5성급 호텔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싱궁호텔은 아예 호텔 등급을 받지 않고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싱궁호텔과 같은 최고급 호텔이 여관급의 위치를 감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13년 말 중국 정부가 ‘4풍(四風:관료·형식·향락주의·사치풍조)’ 척결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8항규정(八項規定)’을 시행하면서 중국 호텔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가 공직자들의 고급 호텔 출입을 엄격히 금하면서 호텔업계는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했다. 그동안 고급 호텔들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공금으로 값비싼 음식을 즐기며 회의를 하거나 호화판 행사를 여는 공직자들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싱궁호텔 내부 모습(사진=호텔 홈페이지)

     

    지난 2012년 20억위안(약 3450억원)의 흑자를 거뒀던 고급 호텔들은 지난 2013년에는 21억위안(약 363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저장(浙江)성 닝보(寧波) 항저우완(杭州灣)신구에 있는 5성급 호텔 라디슨플라자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 절차에 들어가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중국의 5성급 호텔들이 앞다퉈 4성급으로 스스로 등급을 낮추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중국관광호텔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전국 호텔에 대한 등급 평가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50여 개 호텔이 자진해서 등급을 내렸다"고 말했다.

    당정 기관 회의 호텔로 지정돼 많은 회의가 열리던 베이징진장푸위안'(錦江富園)호텔은 5성급이라는 이유로 회의 개최 자격이 박탈돼 한 건의 회의도 유치하지 못하자 5성 등급을 포기했다.

    일부 5성급 호텔들은 심지어 호화판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시설에 돈을 들여가면서’ 등급 강등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청더시의 싱궁호텔과 같이 최고급 호텔이 아예 등급을 받지 않고 영업하는 경우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이른바 무성급(無星級) 호텔이다.

    하지만 무성급 호텔 관계자들은 영업현장에서는 자신들이 최고급 호텔임을 강조하고 있다.

    {RELNEWS:right}5성급에서 등급을 강등한 호텔 관계자들도 “5성 모자만 벗었지 서비스 수준도 가격도 비슷하다”며 많은 이용을 당부하고 있다. 이들은 등급 하향조정으로 “회의 유치가 훨씬 자유로울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놓고 있다.

    위에서 정책이 나오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上有政策 下有對策:상유정책 하유대책)

    중국에서 중앙이나 지방 정부가 규제 ‘정책’을 내놓으면 아래에서는 여러 가지 명목을 단 '대책'으로 이를 빠져나가는 것을 빗댄 말이다.

    중국 정부는 ‘무늬만 4성’급으로 바꿔 별만 떼는 ‘대책’을 막기 위해 가격도 관리 감독을 할 계획이다.

    시진핑 지도부 출범 이후 3년째 몰아치고 있는 반부패드라이브 속에 중국 고급 호텔업계의 대책이 자구책으로서 효과를 거둘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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