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10대 대기업 사내유보금의 0.8%만 써도 43만개 정규직 일자리가 생긴다."
노사정 간 노동시장구조개선 합의안 도출 목표 시한을 한달여 앞두고, 대기업부터 비정규직 문제를 풀자는 주장이 관심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용을 사내유보금으로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인데, '비정규직=중소기업 문제'이라고 인식해 온 정부와 경영계의 시각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를 단순히 '돈'의 관점으로 접근해선 근본 해결이 어렵다는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아 단기간에 대기업의 변화를 유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일 고용노동부 고용형태공시에 따르면 2014년 3월 기준으로 300인 이상 대기업 소속 노동자 436만명 중 37.3%인 162만명이 비정규직이다.
이 중 사내하청과 파견·용역을 포함한 간접고용 노동자는 87만명으로 전체의 20.0%를 차지하고 있다.
10대 재벌그룹(계열사 포함)으로 가면 간접고용 노동자 비중은 더 커진다.
2014년 3월 현재 10대 기업의노동자 120만명 중 비정규직은 43만명(36.3%)인데, 기간제 등 직접고용이 7만명(6.1%),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이 36만명(30.2%)이다.
10대 그룹의 간접고용 비중이 일반 대기업 보다 10.2%포인트 더 높은 것이다.
노동계는 10대 재벌그룹 비정규직 전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연봉이 1000만원씩 오른다고 했을 경우 약 4.3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2013년 1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522조원)의 0.8%수준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민간부문에 있어서는 재벌그룹의 비정규직부터 상시지속적 일자리,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며 "사내유보금의 0.8%만 투자해도 43만개의 좋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비정규직 문제를 단순히 비용 측면으로 접근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특히 노동계가 주장하는 간접고용에는 협력업체의 정직원도 포함돼 있어 통계의 오류가 있다고 항변한다.
한국 경총의 한 관계자는 "사내하도급은 비정규직이 아니다"라며 "대기업 협력사의 정직원들을 비정규직으로 몰아가서 이들까지 혜택을 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사내유보금은 현금과 자산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되는데 단순히 현금이라고 생각해서 돈을 써서 일회성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한다고 해서 비정규직 문제가 모두 해결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직 운영의 효율성과 노동의 유연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부도 경영계와 비슷한 논리를 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노동자의 88%가 중소기업에 몰려있고, 비정규직 대부분이 중소기업에 쏠려 있어 대기업만으로는 문제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