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발생 전국 2위' 3년째 대구 지역은 ‘교통사고 도시’라는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교통사고 건수가 감소하는데 반해 대구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대구CBS는 지역의 교통사고 실태를 분석하고 대책을 모색해보는 <교통환경 개선="" 기획보도="">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교통환경>
[그래픽=CBS스마트뉴스팀 임금진]
지난해 대구의 교통사고 사망자 173명 중 67명은 노인이었다. 노인(65세 이상) 사망자 비율이 38.7%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이 가운데 44명은 보행 사망자였다. 노인 10명 중 6명이 보행 중 변을 당하는 셈이다.
대구의 노인 교통사고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4년간 대구 지역의 노인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341건, 사망자 수는 6명이 늘었다.
이에 대구가 노인 교통사고에 취약한 교통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노인 보행 사고 38.7% 전국 최고..도로 안전망 ‘허술’ 노인들은 행동 속도나 인지, 판단력이 일반인에 비해 뒤떨어지는 데다 교통 신호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사고 위험이 높다.
그러나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도로 안전망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실정이다.
대구 지역에 설치된 노인보호구역(실버존). 이곳에선 차량 속도가 시속 30~40km로 제한되고 주정차가 금지된다. (대구시 제공)
대구 지역 내 노인보호구역인 실버존으로 지정된 곳은 23개다. 이는 6개 광역시 중 울산(18개) 다음으로 적은 수치다. 또 노인 사망자 비중이 대구 다음으로 높은 광주 지역 실버존 수(47개)의 절반 정도다.
더구나 23곳 중 5곳은 실버존 안전시설 설치 등 개선작업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또 노인 교통사고가 빈번한 구역이 정작 실버존으로 선정되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버존은 노인들의 왕래가 잦은 요양원, 경로당, 복지시설 위주로 설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 주변은 상대적으로 사고 위험이 적은 주택가 안에 위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실질적으로 노인들이 많이 모이고, 사고 위험이 큰 공원이나 고물상 주변을 노인보호구역으로 선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유명무실’ 실버존, 공원 고물상 등 노인 보호 ‘사각지대’실제 노인 보행 사망자 중에는 파지 등을 줍다 도로에서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꽤 있다.
고물상 밀집 거리는 손수레나 자전거에 폐기물을 싣고 다니는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다. 위태롭게 짐을 쌓아 다니는 노인들 바로 옆으로 차량이 지나가 교통사고 위험이 크다.
매년 대구 지역에서 약 3~4명의 노인들이 파지를 줍다 교통사고를 당해 숨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노인들이 여가 시간을 보내는 공원 주변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다.
차량과 사람이 뒤엉켜 사고 위험이 큰 대구 달성공원 앞 도로.
대구 중구에 위치한 경상감영공원과 달성공원 주변은 도로와 인도가 연석으로 분리돼 있지 않아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달성공원의 경우 최근 보행자 안전 펜스를 설치했지만, 펜스 밖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노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도로를 역주행해 자전거를 타는 아찔한 장면도 연출된다.
매일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찾는다는 우홍근(60)씨는 “차와 사람이 뒤엉켜 다니다 보니 위험하다고 느낀다”며 “아무래도 노인들이 상황 판단이 느릴 수밖에 없다. 도로가 이렇다보니 우리가 알아서 조심히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 도로 개선 더불어 교통약자 인식 자리 잡혀야지난해 달성공원 주변에서 노인 보행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 사고 인근이 생활도로로 지정됐다. 생활도로에서는 차량속도가 시속 30km로 제한되지만 이를 상시적으로 단속, 감시하는 체계는 없는 실정이다.
대구시는 “공원 주변 등 안전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실버존 5곳을 올해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로교통공단 김정래 박사는 “노인들은 신체적 제약 등으로 통행 패턴이 일반인과 차이가 있다. 노인들을 교통약자로 인식하고 그들이 최소한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보행 여건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