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분단 70년, 본격적 탈북 20년을 맞는 오늘 탈북자들에게 대한민국은 더 이상 '따뜻한 남쪽 나라'만은 아니다. CBS노컷뉴스는 북녘을 떠난 이들에게 다가온 '새터'의 새로운 의미를 집중 조명하면서, 남북이 하나되기 위한 과제와 해법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경제이주민' 된 탈북자, '남조선 판타지' 깼다" ② 이미지 파는 탈북 장터… "막말해도 됩네까?"③ '완장 찬' 탈북 1세대는 왜 '반기'를 들었나?
지난 1월 20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탈북단체 관계자들이 기자회견 장소 옆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던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행동' 회원의 전단살포 반대 피켓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 (자료사진/노컷뉴스)
지난 1996년 휴전선 비무장지대를 통해 귀순했던 한 탈북자 단체 대표 장모(42)씨가 지난달 12일 서울 노원구 자신의 임대주택에서 숨진 지 1주일여 만에 발견됐다.
간암 판정 후 두 달도 안 돼 숨진 장씨는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남북하나재단) 정옥임 이사장으로부터 협박죄로 고소를 당한 탈북자다.
지난해 1월 탈북자단체 대표들과 재단 측 인사들이 만난 자리에서 정 이사장을 겨냥해 "용광로에서 한 번 쇠에다 달아야 되겠다"라고 발언한 게 문제가 됐다.
탈북자 단체들은 "장씨가 고소 사건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면서 정 이사장을 겨냥한 해임 촉구에 나설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처럼 탈북자 단체와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산하 기관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진 배경에는 탈북자 지원 사업 예산 250억 원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있다.
다툼의 한 축은 장씨를 비롯해 탈북자 단체 100여 곳이 모였다는 '북한이탈주민정책 참여연대'(이하 북정연)로, 지난 2013년 11월 결성됐다.
이들은 통일부와 재단에 탈북자들을 일정 비율 이상 채용해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시킬 것과 각종 탈북자 사업에 탈북자 단체들의 참가비율을 높여줄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994년 귀순해 현재 북정연 공동대표라고 밝힌 한창권 씨는 "탈북자는 탈북자가 안다"면서 "잘 알지도 못하는 공무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정작 탈북자들은 수혜를 입지 못하고, 공무원 월급 등 재단 유지비로 100억대 예산이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탈주민정책참여연대 공문
탈북1세대로 불리는 이들의 단체가 이제는 통일부 산하 기관을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맞서 정옥임 이사장도 한씨와 정씨 등을 고소한데다 탈북자 단체들과의 간담회에서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사항을 바로잡겠다"는 발언으로 전면전을 예고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씨가 3년여 동안 4개 단체장을 지내며 1억 9000만여 원을 받은 사실이 지적된 점을 거론하면서 갈등의 불씨에 불을 지핀 것.
여기에 귀순한 지 20년 안팎 된 탈북 1세대의 발언이 탈북자 사회 전체를 대표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일부 탈북 1세대들이 예산을 타내기 위해 우후죽순 단체를 만들고 간판도 없는 단체들까지 생겨나는 현실 속에 오히려 '조용한' 탈북자들은 소외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