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금지법)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 전 위원장은 전체적으로 원안보다 축소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쉽다"며 유감을 표명했지만, 언론인·사립교원 등으로 적용대상이 확대된 것과 관련해서는 "놀랐지만 과잉 입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공직자 등 사익추구 금지한 '이해충돌방지' 빠져김 전 위원장은 10일 오전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이 최초 제안해 지난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영란법'에서 '공직자이해충돌방지' 부분이 빠진 것에 대해 "원안에서 후퇴한 것이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이해충돌방지 조항은 쉽게 생각하면 장관이 자기 자녀를 특채고용하거나 공공기관이 특혜 발주를 하는 사익을 금지시키자는 것"이라며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함께 시행돼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분리돼 일부만 통과됐다"고 지적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자신이 처음 제안해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금지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성호기자
공직자 직무행위와 관련된 금품수수 처벌에 있어서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로 축소한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김 전 위원장은 "원안에서는 가족 개념을 배우자와 직계혈족, 형제자매까지 규정하고 같이 사는 장인, 장모, 처제, 처남 등도 포함했지만 통과된 법안에서는 배우자만으로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직 대통령들의 자녀, 형들이 문제된 전례를 볼 때 규정 개정의 필요성을 느낀다"며 "원안은 본인이 받은 금품과 동일시해 처벌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원안에서는 직무관련성 부분이 없었지만 통과된 법안에는 배우자의 금품수수 시 직무관련성을 요구했다"며 "이 부분도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100만원 이하 금품수수 시 직무관련성을 확인하도록 요구한 부분에 대해서도 "현행형법상 뇌물죄에 관해 대법원은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대가성이 없고 금액이 적더라도 뇌물죄를 묻도록 판시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최종 통과안이) 왜 이렇게 됐나 잘 모르겠다"며 "현행 형법상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는 행위를 오히려 과태료만 부과하겠다는 것이어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자신이 처음 제안해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금지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성호기자
◇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 가치, 특별히 보호돼야"한편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공직자 외에도 언론사, 사립학교, 학교법인 임직원 등으로 확대된 데 대해서는 "애초에 확대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던 적용 범위가 일찍 앞당겨졌다"고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당초 원안에는 공직사회 반부패 문제에 대한 혁신적 접근을 하기 위해 그 대상을 '공직자'로 한정했다"며 "가장 먼저 공직분야가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공직분야의 변화를 추진한 뒤 그 다음 단계로 민간 분야에 확산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위원장은 "민간 분야의 부패문제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공직사회의 반부패문제를 새롭게 개혁하고 차츰 2차적으로 기업, 금융, 언론, 사회단체 등을 포함하는 모든 민간 분야로 확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적용 범위를 너무 넓혀 '과잉입법' 혹은 '위헌'이라는 의견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우리 국민 69.8%가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까지 법적용 대상에 포함된 것에 대해 바람직하다고 평했다는 언론 조사결과를 봤다"며 "과잉입법이나 비례의 원칙을 위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공직자 부분이 2년 넘게 공론화 과정을 거친 반면 민간 분야는 적용범위와 속도, 방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급하게 확대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언론인 포함 부분에 대해서는 "언론의 자유는 특별히 보호돼야 하기 때문에 헌법상 언론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