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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영화제 시계 거꾸로 돌리지 말라"

    공청회 패널들 개선책 제시…"영화제는 문화적 성숙 위한 곳"

    '쇄신'이라는 단어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 보면 '묵은 것이나 폐단을 없애고 새롭게 함'이라고 나온다. 올해로 20주년을 맞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10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었다. 하지만 이날 자리한 영화인들은 지난 20년간 수많은 이들의 땀과 눈물 덕에 세계적인 영화제로 성장한 부산영화제에 쇄신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정치적 접근에 불과할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패널들이 제안한 부산영화제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길을 전한다. [편집자 주]

    10일 저녁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부산국제영화제 미래비전과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박찬욱 감독=부산국제영화제는 제 연배와 함께 성장해 온 영화제다. 한국영화가 세계에서 주목받고 가장 역동적인 영화를 생산하는 나라로 성장한 것은 산업과 관객이 힘을 합쳐 이뤄낸 결과다. 서로에게 빚을 진 것이다. 너무 많은 추억을 갖고 있다.

    해외 영화제에 나가보면 젊은 영화인들이 "부산영화제에 출품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묻는다. "부산영화제에 아는 프로그래머 있으면 소개해 달라"는 청탁을 받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촉망 받는 감독들도 저에게 자기 영화가 초청 안 됐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한다.

    제 영화가 매년 나오는 것도 아닌데 매년 부산영화제를 찾는 것은 여러 나라에서 오는 손님과의 만남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 예로 올해 미국 LA에서 헤어지는 사람에게 "내년에 부산에서 보자"고 말하는 식이다. 그런 비즈니스와 우정과 연대의 시간을 만드는 공간인 것이다.

    부산영화제는 건드리지 않으면 잘 될, 내버려 두면 잘 돌아갈 상황이다. 전근대적인 접근으로 시계를 거꾸로 돌려 망가뜨리지 않았으면 한다.

    무엇보다 부산 영화의전당이 텅텅 빈 창고 같은 공간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영화제 기간만 영화를 트는 게 아니라, 1년 내내 영화 역사를 관통하는 당대 세계 영화 주류를 계속 볼 수 있는 환상적인 공간으로 영화제와 연계돼 발전해야 한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정책적 입장은 이제 옛말이 됐다. 사실 2005년 부산이 문화도시로 선정되고, 최근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되는 데 부산영화제가 큰 몫을 햇을 것이다.

    부산영화제의 전향적인 발전을 위하는 것이 뭐냐고 했을 때 미흡한 행정처리 개선이 있을 것이다. 방만하게 운영됐다면 시스템을 구축하고 개선하면 된다. 지난 1월에 부산시의 부산영화제에 대한 보도자료 보고 놀란 게 '일자리 창출' 부분이었다. 일자리 창출은 우리 같은 기업이 해야 하는 일 아닌가.

    영화제는 문화적 성숙을 위해 필요한 곳이다. 그렇다면 영화제는 문화로서 성숙해 가면 된다. 제가 알기로 부산시는 부산영상위 등 영화 네트워크가 잘 꾸려져 있다. 최근에는 영진위도 이전했다.

    그렇다면 경제적인 문제는 그러한 기구에서 논의해야 한다. 영화제에 주문해야 할 것들에 대해 부산시도 제대로 파악하고 알아야 한다.

    동국대 영화영상제작학과 민병록 교수=올해 부산영화제 기간에 국제영화제 관계자들을 초청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공청회·세미나 등을 열어 토론을 하면 어떨까. 국제적으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영화 관객층이 수평적으로 확대됐으니 프로그램 중에 연배 높은 분들이 볼 수 있는 섹션을 만들어서 그분들이 영화를 보고 참여할 수 있도록. 젊은이뿐 아니라 보다 다양한 연령층이 영화제에 와서 참여하고 토론회 같은 것을 추진하기를 권한다.

    인디스토리 곽용수 대표=영화제는 축제의 장이다. 과거 영화를 재조명하고 동시대 영화를 조명하고 미래 영화를 보면서 감독, 작가를 발굴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독립영화가 중요한 지점에 와 있다. 부산영화제는 독립영화가 산업적으로 진입하는 데 요충지가 됐다. 해외 영화제, 시장에 진출하는 데도 교두보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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