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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아부지 뭐하시노?"…토끼띠 아닌 토끼급 학생?

칼럼

    "니 아부지 뭐하시노?"…토끼띠 아닌 토끼급 학생?

    [변상욱의 기자수첩]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박재홍의 뉴스쇼=""> '기자수첩'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벌어진 학교 내 차별과 인권침해에 대해 징계를 결정했다. 해당 사례는 다음과 같다.

    서울시 금천구 모 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 A 씨는 학생들을 개미, 토끼, 표범, 호랑이, 용 등에 비유해 등급을 나누고, 이에 따라 수시로 자리를 옮기게 해 학생들에게 모멸감을 안겨주었다며 학부모로부터 수업거부 및 고발조치된 인물.

    학생 앞에서 부모를 직접 언급하며 '누구의 부모는 못났다, 훌륭하다' 등 막말로 평가를 했고, 화가 나면 학생에게 '등신xx', '학교를 못 다니게 하겠다' 등 폭언을 했다는 것.

    당사자는 무고하다며 학부모들을 맞고소한 상태지만 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 등의 조사 결과와 학부모, 학생 진술 등을 토대로 담임직위 박탈과 수업중단 조치가 결정됐다.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자료사진)

     

    ◇ 토끼띠가 아니라 토끼급 학생?

    또 서울 00고등학교는 학생을 대상으로 급식 미납 여부를 확인하면서 학생들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인정돼 관련자에 대한 징계, 인권교육, 재발방지 등을 권고받았다.

    급식비를 못내고 있는 학생에게 '내일부터 오지 마라, 꺼져라' 등의 막말을 했다는 것.

    급식비를 못 낸 학생에게는 개인정보보호법,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등 인권 관련 법령 등에 입각해 신중히 적절한 선에서 급식비 납부를 고지해야 한다. 급식비 납부대상자는 학부모이지 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에게 모욕감이나 수치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언사를 행하는 건 옳지 않다.

    청주의 모 고교는 교내 영어경시대회를 열었다. 참가 대상자는 성적순으로 1학년 20명, 2학년 20명을 선발해 대상자 그룹을 정한 뒤 이 안에서 신청을 받도록 했다. 그 이하의 성적순위자는 경시대회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한 셈이다. 시험 성적으로 학년 석차 20 등 밑이지만 영어에 소질이 뛰어난 학생은 얼마든지 있을 텐데 학교의 기준은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

    황당한 건 학교 측의 해명. 학생들의 인성과 잠재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하려다 보니 그랬다는 것이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시험성적이 아래면 인성과 잠재력도 뒤떨어진다는 걸까?

    중등교육 과정의 이런 평가는 대학으로도 이어진다. 몇몇 명문대를 가지 못하면 마치 낙오자가 된 듯 심리적 부담을 갖는다.

    명문대도 법학과, 의예과, 경영학과, 첨단공학과는 우수한 학생이 가는 학과고 다른 학과는 뒤떨어진 학생들이 성적에 맞춰 지원하는 학과라는 케묵은 고정관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한다. 이런 교육환경 속에서 스티브 잡스는 철학을 공부했고 페이스북을 만들어낸 마크 저커버그는 심리학을 전공했고 아인슈타인, 에디슨, 처칠은 성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해도 소용없는 이야기이다.

    학교가 이러니 학원들도 학생을 성적점수와 학교서열로 차별한다.

    최근 세칭 일류 학원들은 일반고 학생의 학원 수강을 거부하기 일쑤다. 레벨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것도 아니고 단지 일반고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등록을 거부당하는 건 황당하다. 학원 측은 "일반고 학생이 등록하는 것을 특목고나 자사고 학부모들이 싫어한다"고 이유를 댄다.

    학원들이 주장하는 이유가 어느 정도 사실일수도 있지만 전부는 아니다. 학업 수준이 나름 높은 학생, 선행학습이 되어 있는 학생만 받아서 반을 짜고 진도를 맞추어 나가면 학원은 수익 증대에 유리해진다.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들만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 학원으로 학생들이 몰리기도 한다. 특목고·자사고·일반고로 이뤄진 공교육의 서열화가 사교육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우수한 학생에게조차 학교서열로 인해 적절한 수준의 교육기회가 차단되는 진입장벽이 생기는 것이다.

    대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학생차별도 있다. 한국 F 대학교는 최근 발전협력팀 이름으로 각 학과에 '주요 학부모'를 파악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내 파문이 일었다. 그 대상이 주로 권력층 혹은 부유층이다. 2급 이상의 고위공무원과 국회의원, 과장 이상의 의사와 법조계 인사, 대기업 임원 등과 기타 학과장 판단으로 학교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학부모들을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니 학교발전기금 모금을 위해 대상자를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 "니 아부지 뭐하시노?"

    보건복지부와 법무부는 '비혼·동거가구 차별금지법'(가칭)을 추진하고 있다.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상황 등을 교육과 채용 과정에서 캐묻는 것을 차별로 간주해 금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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