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시가 30여 년 전 경찰 수사를 받다 고문을 당한 흑인 피해자들에게 전례없는 보상을 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흑인 과잉진압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시카고시에서 피해자들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나선 것이다.
6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시카고 시의회는 경찰 고문 피해자들에게 제공할 보상금으로 550만 달러(약 60억 원)의 예산을 승인했다.
고문 피해자 대부분은 흑인으로, 1970~80년대 시카고 경찰 당국 수장이었던 존 버지의 재임 기간에 경찰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했다.
보상금은 생존자 1인당 10만 달러(약 1억 원)까지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람 이마누엘 시카고 시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시카고 역사의 암흑기를 종결하고, 시카고의 명성에 남아있는 오점을 지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1972년부터 1991년까지 시카고 경찰 간부였던 존 버지는 '폭력과 위협'의 기조 하에, 흑인들을 붙잡아 가혹행위를 가했다. 주로 시카고 남부의 빈민가 출신이었던 고문 피해자들은 100명이 넘는다.
당시 경찰은 구금된 이들에게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전기 충격이나 질식 등 잔인한 고문을 가하거나, 강제로 '러시안 룰렛'을 시키는 등 위협을 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1993년 해고된 버지는 2010년 사법 방해 혐의 등으로 유죄 선고를 받고 4년 넘게 복역한 뒤 2014년에 석방됐다.{RELNEWS:right}
경찰 고문의 생존자이면서 시카고 시장의 전 고문이었던 프렉시 네스빗은 "이번 보상 결정을 계기로 인종이나 경제력을 기준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경찰의 행태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경찰의 인종차별적인 경찰력 행사를 반대하는 운동을 이끌고 있기도 한 네스빗은 "피부색과 상관없이, 세계적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나서서 시민들에 대한 정부나 경찰의 인권 침해적인 행위를 더이상 묵과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