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기모 (도곡시장 상인), 노신회 (진선여고 학생)
지난 1월, 큰 화재가 났던 서울 도곡시장. 4개월이 지난 지금 다행히 시장은 다시 문을 열었지만 화재의 피해를 겪었던 상인들의 마음에는, 아직도 화재의 아픔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에 특별한 카네이션이 도곡시장 상인들을 모처럼 웃게 만들었다는 소식이 들렸네요. 이름을 밝히지 않은 누군가가 종이 카네이션을 만들어서 상점마다 하나하나씩 붙여놨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카네이션에는 아픔을 딛고 일어서시라라는 문구가 있었는데요. 화재가 휩쓸었던 도곡시장에 출현한 카네이션 수십송이의 사연,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나보겠습니다. 먼저 이 특별한 카네이션을 선물 받은 분입니다. 도곡시장에서 양말가게를 운영하는 김기모 씨입니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 김기모> 안녕하세요.
◇ 박재홍> 반갑습니다. 제가 듣기로, 어버이날 아침에 가게 문에 종이로 만든 카네이션이 붙어 있었다고요?
◆ 김기모> 네. 아침에 가게 문을 열려고 천막을 내렸는데, 그 천막 앞에 색종이로 만든 카네이션들이 집집마다 다 붙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누가 이렇게 예쁜 짓을 했나’ 싶어서 시장 골목을 봤더니 한 30가구 되는 집에 다 붙어있더라고요.
◇ 박재홍> 그러니까 한 30여 개의 가게 문에 거의 다 붙어 있었네요, 그렇죠?
◆ 김기모> 네.
◇ 박재홍> 카네이션이 종이로 만들어져서 정성스럽게 있었고, 또 메모도 있었다고 하죠?
◆ 김기모> 메모지에 글이 써져 있더라고요.
◇ 박재홍> 어떤 내용이 있었나요?
◆ 김기모> 이렇게 (화재의) 어려움 속에서도 잘 참고 견디고 수고하신다고 그러면서, 너무 감사하다고 그런 글귀가 써져 있더라고요.
◇ 박재홍> 그러니까 '화재 때문에 마음고생 많으셨다, 힘을 내셔라' 이런 내용이었군요. 어머님은 카네이션을 받으니 어떠셨어요?
◆ 김기모> 이 아이가 이다음에 커서 큰 일 좀 하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 박재홍> 큰 일이요? (웃음)
◆ 김기모> 네. 아직은 세상이 메마르지 않았구나라고 얘기하는 상인들도 있었고요. 그날은 하루 종일 우리 자식들한테 받은 것 보다도 더 기분이 좋았어요.
◇ 박재홍> 그러니까요. 대개 자식들이, 가끔 그러기는 합니다마는… 꽃을 밖에서 사오잖아요. (웃음) 저희 집도 사왔는데, 직접 만드는 경우는 드문데말이죠. 이렇게 직접.
◆ 김기모> 그렇죠. 유치원생들 같이 색종이를 오려서 그렇게 만들었더라고요. 그리고 화재난 집 중에 어려운 할머니가 계세요. 그런데 그 할머니한테는 '옥수수 할머니, 화재 속에서 너무 얼마나 힘드셨어요'라고 써놓고 그랬더라고요.
◇ 박재홍> 시장을 자주 왔다 갔다 하는 분이 만들었나봐요. 가게마다 사연을 다르게 담았네요.
◆ 김기모> 학생이 가게마다 특성을 아나보더라고요.
◇ 박재홍> 결국에 카네이션을 만들었던 주인공을 알게 되셨다고요?
◆ 김기모> 예, 그날 저녁에 알게 됐는데요. 카네이션을 붙이다가 어느 한 집을 빠뜨렸다면서, 그것 때문에 다시 나왔다고 얘기를 했나봐요. 그래서 그 학생을 봤어요.
◇ 박재홍> (웃음) 학생을 직접 만나보니 어떠셨나요?
◆ 김기모> 학생이 진짜 예쁘고… 고3인데 어떻게 이런 머리를 썼냐고 제가 너무 고마워했죠. 그래서 주위에서 몇몇 엄마들도 정말 감사하다고 이야기하니까, 아이가 되려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해 준 것도 없는데 상인 아주머니들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도리어 아이가 울더라고요.
◇ 박재홍> (웃음) 그래요?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울었을까요. 참 마음도 기특합니다.
◆ 김기모> 우리가 너무 고마워하니까요.
◇ 박재홍> 그날은 이 학생이 도곡시장의 딸이 된 건네요.
◆ 김기모> 예, 예.
◇ 박재홍> 그래요. 주위 상인들이 닭강정이나 양말이나 한 켤레 주시면 좋았을 텐데. (웃음)
◆ 김기모> (웃음) 그 닭강정 가게 언니는 닭 한 마리를 튀겨줬어요.
◇ 박재홍> (웃음) 그래요? 제가 더 감사하네요. 김기모씨께서는 학생을 직접만나서 뭐라고 말씀하셨나요?
◆ 김기모> 제가 그랬어요. '너는 이다음에 대통령감이야, 열심히 공부해.' 라고… 격려해줬죠.
◇ 박재홍> 그러셨군요.
◆ 김기모> 저도 눈물이 나고, 그 학생도 막 울더라고요.
◇ 박재홍> 이런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서,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머니, 말씀 여기까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 김기모> 감사합니다.
◇ 박재홍> 이번에는 특별한 카네이션으로 시장 상인들을 웃게 만들었던 주인공,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저희도 수소문 끝에 전화연결이 됐네요. 진선여고 3학년인 노신회 양입니다. 신회 양, 안녕하세요.
◆ 노신회> 안녕하세요.
◇ 박재홍> 도곡시장 상인분들에게 '화재로 마음고생 많으셨다, 힘내세요.' 라는 메모랑 카네이션을 직접 만드셨다고요?
◆ 노신회> 네. 그런데 사실 카네이션은 저랑 학교에서 친구들이 가위질을 같이 해 주고, 메모는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민 분들께서 적어주신 거예요.
◇ 박재홍> 그래요. 그 메모들을 취합을 해서 (도곡시장) 사람들에게 전달하신 거네요.
◆ 노신회> 네.
◇ 박재홍> 어떻게 이렇게 기특한 생각을 하신 거예요?
◆ 노신회> 사실 저희 집이 시장 뒤쪽에 위치한 건물이라서 시장을 통과해서 등하교를 하거든요. 그래서 시장의 전체 분위기를 좀 살리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서, 모든 상인분들한테 전달하게 됐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화재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상인들의 모습을 보고, '전체 상인 분들, 힘내시라' 이런 의미로 메모와 카네이션을 직접 만드신 거네요. 어버이날 아침에 상인들이 문을 열기도 전에 카네이션을 붙이는 깜짝 이벤트를 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렇죠?
◆ 노신회> 네.
◇ 박재홍> 상인 분들이 보통 새벽 6시에 문을 여시는데, 그러면 그 전에 가셨겠네요?
◆ 노신회> 새벽 2, 3시쯤에 갔던 것 같아요.
◇ 박재홍> 전날 밤 11시에 집에 왔는데 어떻게 붙였어요? (웃음)
◆ 노신회> 11시에 집에 왔는데요. 카네이션이 만들어진 상태에서 코팅을 또 해야 돼서, 그걸 코팅지에 붙이고 자르고 완성시켜서 배달을 하러 갔죠. 새벽 2, 3시에 나간 이유는 아무래도 아무도 안 계실 때 카네이션을 붙여서 깜짝 놀라시는 것을 원했기 때문에 몰래 붙이는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새벽 3시가 됐는데도 문을 열고 계신 떡집 상인이 한 분 계시더라고요. 그 옆에 붙여야 되는데 하필 나와 계셔서 몰래 붙이고 바로 뛰어갔습니다.
◇ 박재홍> (웃음) 떡집 아줌마에게 안 들키려고 뛰었군요. 다음에 갈 때는 친구랑 함께 가세요. 혼자 가지 마시고.
◆ 노신회> (웃음) 좋은 경험이었어요. 그런 식으로 밤에 나가서 해 본 적은 처음이어서요.
◇ 박재홍> 자, 그런데 우리 신회 학생, 고3인데 말이죠. 꿈이 있을 것 같아요. 무슨 공부하고 싶어요?
◆ 노신회> 저는 문화기획자가 되고 싶어요. 여러분들이 지금 느꼈던 행복을 공연이라든가 전시회라든가 아니면 이런 형태의 작은 이벤트를 통해 전달하고 싶고요.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기획을 하는 기획자가 되고 싶습니다.
◇ 박재홍> 우리 노신회 학생의 첫 번째 기획은 대성공이었고요. 앞으로 우리나라, 전세계를 아름답게 만드는 공연 기획들로 가득 채워주시면 좋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 노신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도 될까요?
◇ 박재홍> 그래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 노신회> 일단 영문도 모른 채 카네이션 오려준 소혜림, 김지연 너무 고맙고요. 제가 이런 일을 했을 때 쓸데없는 짓이라고 얘기 안 해 주신 저희 부모님께도 너무 고맙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많은 의견과 시선들로 봐주시더라고요. 그 속에는 진실이 아닌 것도 있고 왜곡된 것도 있지만, 그런 분들까지도 제가 직접적으로 행복을 전달할 수 있는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할 테니까 조금만 응원하는 시선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박재홍> 그럼요. 저희가 응원하겠습니다. 힘내시고요.
◆ 노신회> 감사합니다.
◇ 박재홍> 소혜림 양과 김진아 학생이 친구인 거죠?
◆ 노신회> 네.
◇ 박재홍> 그 두 학생에게도, 고맙단 말을 제가 대신 전합니다.
◆ 노신회> 감사합니다.
◇ 박재홍> 말씀 고맙습니다.
◆ 노신회> 네, 감사합니다.
◇ 박재홍> 화제의 인터뷰, 화재를 아픔을 겪은 도곡시장의 상인들에게 카네이션을 전달해 위로한 진선여고 3학년 노신회 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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