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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곳간, 총선용 쪽지예산 '올인'…부처, 지자체 '뿔났다'

텅빈 곳간, 총선용 쪽지예산 '올인'…부처, 지자체 '뿔났다'

대통령 대선공약 사업 예산 '0원', FTA 대책비 '갸우뚱'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제공)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짜고 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재정난을 이유로 대통령 공약사업과 FTA 예산까지도 손보겠다고 벼르고 있어 중앙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궁여지책으로 이른바 ‘국회 쪽지예산’에 기대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기재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예산을 숨겨두면, 국회의원을 통해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국가 재정난이 심각해지면서 예산 편성에 꼼수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관행처럼 되풀이돼온 총선용 선심성 예산이 국가 재정난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대통령 공약사업…예산 0원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웠던 대선 공약 가운데 ‘동서통합지대 조성사업’이 있다. 여기에는 43개 소규모 개발사업이 담겨져 있다. 전체 사업예산은 1,880억원에 이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공모를 통해 전남 섬진강 유역의 8개 시.군이 공동 참여하는 뱃길복원과 수상레포츠공원 조성사업 등을 우선 대상 사업으로 선정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올해 예산을 단 한 푼도 배정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내년에는 반드시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지방자치단체들이 ‘남동권 발전협의회’를 구성해 기재부에 건의서를 제출하는 등 예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기재부는 동서통합지대 조성사업이 대선공약일지라도 신규 사업이라며 예산 편성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와 국회의원들이 조바심을 낼 정도로 매우 급한 사업인데 재정 형편이 어렵다보니 기재부가 확답을 해 주지 않고 있다”며 “직접 몸으로 부딪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국토부가 차선책 마련에 나섰다. 기재부가 끝까지 반대하면 연말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쪽지예산을 통해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국토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예산 편성 과정에서 기재부 세부사업 항목에 들어가지 못하면 국회 쪽지예산마저 확보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재부 세부사업 항목에 동서통합지대 조성사업이 개설될 수 있도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FTA 보안대책 사업 예산…기재부 ‘갸우뚱’

기재부는 심지어 논란이 됐던 FTA와 관련해서도 예산 편성에 매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다음 달 국회 비준동의서 제출을 앞두고 있는 한.뉴질랜드 FTA가 발효되면 한우와 낙농 등 국내 축산업계 피해 규모가 3,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10년 동안 지원하기로 확정된 영연방 FTA 대책비 2조 1,000억 원과는 별도로 한.뉴질랜드 FTA 대책비 3,500억 원을 추가해 줄 것을 기재부에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재부가 큰 틀 안에서 뭉치 예산을 세워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암소개량사업 등 일부 세부사업은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겠다며 예산 배정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어서, 좀 더 협의해 봐야겠지만 경우에 따라선 한.뉴질랜드 FTA 대책비가 조정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 역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농촌지역 출신의 국회의원들이 알아서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농식품부의 한 간부 직원은 “FTA 대책 예산은 워낙 민감하기 때문에 기재부도 어설프게 다루지는 못할 것”이라며 “정 안되면 국회에서 확보하면 된다”고 전했다.

◇ 기재부, 총선용 선심성 사업예산 확보…생색내기 ‘꼼수’

정부 세종청사의 한 간부공무원은 “정부의 곳간이 비었기 때문에 지출예산을 꼼꼼하게 살펴서 아껴 쓰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꼭 필요한 사업예산 마저도 삭감하는 묻지 마 식 예산편성이 이뤄지고 있다”며 불만을 전했다.

{RELNEWS:right}또 다른 간부 공무원은 “아껴 두었던 예산은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의 선심성 사업에 배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기재부만 생색낼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국토교통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 15개 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쪽지예산 등을 통해 무려 15조원 정도를 증액 요구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을 빚었다.

특히, 국토위의 경우 도로와 교량 등 지역의 소규모 SOC 사업에 3조 3,000억 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해 생색내기 예산편성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올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같은 선심성 예산편성이 더욱 극성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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