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경로가 분명하지 않은 메르스 환자가 20명에 육박하면서 이미 '지역 전파' 국면이란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당국은 여전히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사태 발생 한 달이 넘도록 위기경보는 '주의' 단계만 고수하고 있다.
24일 메르스 환자로 확인된 경기도 평택의 178번(29) 환자는 지난달 18일부터 평택성모병원과 평택박애병원에서 아버지를 간호했다.
그런데 지난 6일 간암으로 숨진 이 환자의 아버지는 두 차례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178번 환자가 다른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도 드러나지 않고 있어, 감염 경로가 오리무중에 빠진 것.
보건당국 관계자는 "역학조사 초기였던 당시에는 접촉자의 범위 등을 지금처럼 광범위하게 파악하지 않았다"며 "그런 시기에 노출이 됐던 환자여서 구체적 상황에 대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감염 경로를 정확히 알 수 없는 환자가 갈수록 속출하면서 20명에 육박한다. 당장 같은 지역인 평택에서 현직 경찰로 근무하던 119번(35) 환자의 감염 경로는 2주 넘게 미궁에 빠져있다.
삼성서울병원만 해도 4주간의 잠복기를 거쳤다는 177번(50·여)번 환자를 비롯해 암병동에서 가족을 간병했던 166번(62) 환자, 외래 진료중 감염된 115번(77·여)·141번(42)·174번(75) 등 세 명의 환자까지 줄잡아 10명 이상의 감염 경로가 수수께끼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지역 전파를 알리는 '시그널'일 수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최재욱 교수는 이날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감염경로가 불분명하다는 것은 통상 우리가 알고 있는 병원내 환자로부터의 감염이 아닌 또 다른 감염이 지금 어디선가 되고 있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감염관리통제망이 지금 무너지고 있다"며 "지역사회 감염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대 잠복기 논란에 대해서도 "현재 수준에서는 유연하게 상황을 놓고 판단해야 한다"며 20일 안팎의 잠복기를 전제로 관리 체제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현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 위기경보 상향 및 강도높은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지역전파 상황은 아니다"라며, 한 달 넘게 '주의' 단계로 유지중인 위기경보 격상에 부정적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을 통해 "사실상 심각 단계로 움직이고 대처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경보 수준에 대해선 충분히 검토해보겠다"는 말로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