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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의 시대, 부끄러운 친일마저 표절하다

국방/외교

    퇴행의 시대, 부끄러운 친일마저 표절하다

    [변상욱의 기자수첩]

     

    고품격 뉴스, 그러나 거기서 한 걸음 더! CBS <박재홍의 뉴스쇼=""> '변상욱의 기자수첩'에서 사회 현상들의 이면과 서로 얽힌 매듭을 변상욱 대기자가 풀어낸다. [편집자 주]

    군국주의 일본의 전쟁범죄, 종군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가 미국 주요 도시의 일본총영사관 앞에서 열리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박근혜 정부는 오히려 제대로 된 책임감과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행사에서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화해와 상생의 마음으로 내려놓자”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시민단체들은 이런 시각에 우려를 표한다. 1일 열린 수요집회에서 시민단체들은 “박 대통령이 말한 화해와 상생은 오직 고통 받은 사람들만이 제시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진정한 반성과 사죄가 없는 상황에서 한일수교 50주년이니 이만 내려놓자고 피해자들에게 종용한다면 그것은 한일수교로 모든 걸 계산해 치우자던(?) 50년 전의 굴욕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이 문제를 접근해 보자. 우리 할머니들이 타국의 전쟁터에 성노예로 끌려가 희생당하던 그 때에 일본 여성들은 무얼 하고 있었을까?

    ◇ 특공 아줌마와 반딧불 무덤

    첫째로 ‘근로정신대’이다. 여성에게 노동력이 있으니 공장에서 군수물자 생산하는데 동원되었다. 일본은 “배고픔과 결핍은 참으면 된다. 부족하다고 불평한다면 그것은 부족해서가 아니라 해결하는 방법이 부족한 것일 뿐”이라며 여성들에게 인내와 노동력을 강요했다.

    어떤 공장에서는 병사용 초콜릿을 만들었다. 이 초콜릿은 가미가제 특공대원들이 자살공격을 하기 전에 배급받았다. 항간에는 초콜릿에 필로폰을 넣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자살공격 출정 초콜릿을 본국의 젊은 여성들이 만들고 그들의 짝인 젊은 남성들은 전쟁터에서 죽음을 다짐하며 삼켜야 했다.
    여성들의 이런 역할을 ‘총 뒤의 여자’라고 부른다. 일본은 전쟁터 아닌 본국에서 여성들이 벌이는 것도 전투로 간주했다. 그 전투에는 공장에서 일하는 경제전이 있고 전쟁을 미화하는 사상전도 있었다.

    사상전에 나선 대표적인 조직이 ‘국방부인회’다. 국방부인회는 출정 병사들을 배웅하며 격려하고 상이용사들을 위로하고 간병했다. 어머니인 여성이 아들인 젊은 남성들을 전쟁터와 죽음으로 내모는 역할을 맡았다는 건 비극이지만 군국주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어머니들은 병사들에게 죽음 앞에서 물러서지 말라고 질타했다.
    “전쟁터에 나가면 내 걱정은 마라, 목숨을 아끼지 말고 앞으로 나가라. 뒤로 물러나면 내가 용서치 않겠다”
    젊은 병사가 “아주머니 반드시 살아서 돌아올 게요”라고 인사해도 애국심 가득한 아주머니는 “아니 아름다운 반딧불이 되어 돌아오기를 바랍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죽어서 반딧불이 되더라도 당당한 황군皇軍 병사로 돌아와야지 구차하게 살 생각 말라는 의미이다. 반전 이미지를 전하던 ‘반딧불 무덤’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제목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일본의 군국주의는 이렇게 병사들이 죽음 앞에서 겪게 될 두려움과 거부감을 여성들을 시켜 지워버리려 했고, 이걸 국가 이데올로기 정책으로 밀고 나갔다. 그 배경에는 일본의 이른 바 ‘천황제’가 도사리고 있다. 일본은 자신들의 왕과 그의 국가를 거룩한 어머니, 즉 모성애를 가진 존재로 선전했다. 그리되면 일본은 하나의 거대한 가족 국가가 된다. 아들은 가족의 아들이 아니라 ‘국가와 천황의 아들’이라는 이데올로기가 만들어진다. 남편과 자식의 목숨을 전쟁터에 내놓으며 여성들이 체념 아닌 자랑으로 여기는 이념의 토대를 구축한 것이다. 이런 역할을 수행한 여성들을 ‘특공 아줌마’, ‘할머니병사’라고 불렀다. 이런 환각 속에서 전쟁으로 남편과 자식을 잃은 여성들은 이 남자들의 영혼을 돌봐 달라며 야스쿠니 신사에 1 인당 3만 엔씩의 헌금을 내고 위패를 맡겼다. 그리고 이런 군국주의 세뇌를 맡은 것이 일본의 전쟁문학, 소설과 시였다.

    CBS노컷뉴스 변상욱 대기자

     

    ◇ 한일수교 50년이라고 친일마저 표절하는가?

    소설가 신경숙 씨의 표절 논란에서 거론된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 ‘우국’은 이런 전쟁 선동문학을 이어받은 대표적 작품이다. 소설에는 결혼한 지 반년도 채 안 된 신혼부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육군 장교들의 친위쿠데타 과정에서 군인인 남편은 ‘황군만세’ 한 마디의 유언을 남기고 자결한다. 남편의 자결을 도운 부인도 뒤를 따라 목숨을 끊는다. 일본 군국주의 앞에서 인간은 존엄한 독립의 존재가 아니고 일본 왕의 신하로서만 존재 가치가 있고 그 이념에 따라 목숨쯤은 언제고 버릴 수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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