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쌍문동 둘리뮤지엄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둘리와 그 친구들. 사진=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요리 보고 저리 봐도 알 수 없는 둘리 둘리~'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 캐릭터 둘리를 주제로 한 둘리뮤지엄이 24일 문을 열었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위치한 둘리뮤지엄은 연면적 4151.43㎡(약 1255 평)에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전시체험시설(뮤지엄동)과 어린이도서관(도서관동)으로 구성됐다. 총예산 176억원이 투입됐다.
쌍문동은 둘리의 본적지. 빙하 타고 내려온 둘리가 발견된 우이천이 쌍문동에 있기 때문이다. '둘리 아빠' 김수정 화백이 '아기공룡 둘리'를 그릴 때 실제 이 동네에 거주하기도 했다.
둘리뮤지엄 입구에서 둘리, 도우너, 또치, 마이콜, 희동이 등 '아기공룡 둘리' 속 캐릭터들이 관람객을 맞았다. 깜찍한 하트세례를 받은 관람객은 저마다 함박웃음을 지었다.
국내 만화 캐릭터를 내세운 박물관이 설립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24일 둘리뮤지엄에서 만난 김수정(64) 화백은 "예산문제 등으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막상 개관하고 나니 감회가 새롭다"며 "이제부터 시작이다. 좋은 콘텐츠를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게 과제"라고 했다.
'아기공룡 둘리'는 1983년 보물섬 4월호에 첫 연재를 시작했다. 이후 김 화백은 1996년 극장용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얼음별 대모험'과 2009년 TV시리즈 뉴 아기공룡 둘리'를 제작,감독했다.
어느덧 32살이 된 둘리가 '국민 캐릭터'로 자리잡은 비결은 뭘까.
'둘리 아빠' 만화가 김수정. 사진=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김 화백은 "둘리 이야기에는 판타지도 나오고, 때에 따라 둘리와 친구들이 이상한 나라로 모험도 떠난다. 하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가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로 느끼는 것 같다"고 웃었다.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로는 '희동이'를 꼽았다. "시나리오 쓸 때부터 각 캐릭터의 분량을 공평하게 하려고 신경을 많이 써요. 이전 회에서 많이 못 나왔으면 다음 회에서는 많이 나오게끔 하는 식이죠.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지만 굳이 하나 꼽으라면 고길동의 조카 '희동이'죠. 어린 놈이 아무래도 눈에 밟히잖아요. 하하."
김 화백은 "둘리 극장용 애니메이션 작업이 중단됐지만 (작업) 재개를 기약할 수 없다"고 아쉬워하며 "올 연말쯤 어린이 소설을 펴낼 예졍"이라고 했다.
뮤지엄동에는 전시체험관, 작가의 방, 3D 상영관, 카페테리아, 둘리네 가게 등이 있다. 둘리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에피스드를 직접 체험하고, 주제곡을 불러볼 수 있다. 김 화백의 작업공간도 재현해 놓았다. 한 켠에는 관람객이 만화 속 캐릭터를 그릴 수 있도록 색연필과 종이를 비치했다. 개관을 기념해 김 화백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원화 40컷을 공개한다.
도서관동에는 아동열람실과 이야기방이 있다. 어린이책 5천여 권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동화구연과 종이그림연극도 진행한다.
이날 8살 짜리 아들과 함께 둘리뮤지엄을 찾은 주부 김록희(45, 노원구 중계동) 씨는 "어린 시절 재밌게 봤던 둘리를 주제로 한 박물관에 오니까 옛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둘리를 잘 모르는 아들도 재밌어 한다"며 "둘리뮤지엄에 어린이를 위한 공연과 이벤트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했다. {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