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죤 이윤재 회장/자료사진
피죤 이윤재(79) 회장이 횡령금을 변제해 실형을 면한 다음, 몇개월 만에 "회사가 물었어야 할 돈을 대신 냈으니 돌려달라"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우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 논란이 일고 있다.
CBS 노컷뉴스가 이 회장의 소장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 회장은 지난해 4월 10일 피죤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총 96억 1827만여원을 지급하라"며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소장에서 "형사재판을 받은 상황에 양형에서 입게 되는 사실상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부득이 합의금을 지급한 것"이라며 "그 변제가 자기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횡령배임 사건에서 형량을 감축하기 위해 피해금액을 변제하기는 했지만 일부는 자신의 의사에 반해 지급됐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이 회장은 따라서 '회사가 갚았어도 되는 돈을 (자신이) 갚아 회사가 부당이득을 챙겼으니 다시 돌려달라'며 자신의 범죄 액수로 산정돼 변제됐던 금액 대부분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중국법인에 대한 대여금 채권 23억 3200만원 ▲중국법인 근무 직원에 대한 인건비 34억 4479만여원 ▲격려금 및 영업활동 지원비 등으로 허위 회계처리된 금액 8억 3048만여원 ▲격려금과 영업비용 등 30억원 등이 해당됐다.
그는 우선, 중국법인과 리모델링 공사를 체결해 18억 6545만원을 빼돌리는 과정에 허위 공사계약서를 이용한 사실을 감추기 위해 피죤이 대여금 23억 3200만원을 취득했었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법인에 근무하는 내국인 직원을 피죤에 근무하는 직원인 것처럼 직원 명부에 등재한 뒤 피죤에게 임금을 지급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 "지방국세청도 회사 수익 창출을 위한 비용으로 인정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격려금, 영업활동 지원비로 허위 회계처리된 이른바 '메모비용', 명절 떡값 명목으로 임직원들에게 자신이 지급해 온 격려금과 영업비용 등은 원래 회사 몫을 자신이 나서 지급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회사로서는 원래 지급해야 할 격려금 지급을 면하는 이익을 얻게 됐는데, 그 금액만큼 (자신에게) 손해배상금을 받게 된다면 회사가 부당이득을 한 경우"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13년 11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정석)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당시 이 회장은 지난 2002년 1월부터 2009년 7월까지 납품업체 8곳과 계약 체결을 하면서 실제 비용보다 거래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차액을 되돌려받는 수법으로 총 43억 24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또 지난 2008년 10월 21일부터 이듬해 3월 7일까지 수 차례에 걸쳐 허위 회계처리를 해 법인자금 8억 3000만원을 횡령한 혐의와, 중국 현지 법인 리모델링 공사계약을 추진하면서도 공사비를 부풀리는 계약을 체결해 차액 5억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았다.
지난 2007년부터 자신과 가족이 대주주로 있는 중국 현지 법인 벽진일용품유한공사의 인건비를 피죤 법인자금으로 지급해 회삿돈 40억원의 배임 혐의도 적용됐다.
당시 재판부는 이 회장이 피죤 측에 피해금액 113억원(공소장 변경과정에서 절감된 인건비 6억원 제외)을 변제한 점을 참작해 "피해가 모두 회복됐고 고령인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런 가운데 이 회장이 불과 몇달 만에 자신의 횡령금 변제액 대부분을 다시 돌려달라고 나선 것으로 드러나면서, 허술한 법망과 함께 재계 총수의 횡령·배임을 정당화하는 소송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말이 안 되는 소송"이라고 일축한 뒤, "만약 변제를 안 했으면 형사사건에서 선처를 받을 일도 없었을텐데, 집행유예로 형을 낮추려고 변제해놓고 몇 개월 만에 다시 돌려달라고 하는 건 어이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에 대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 대한 3차 공판은 오는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