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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레터] 미국인들이 교황에게서 듣고 싶은 메시지



미국/중남미

    [특파원레터] 미국인들이 교황에게서 듣고 싶은 메시지

    • 2015-09-22 13:59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을 앞두고 미국은 지금 한껏 들떠있다. 언론은 연일 교황의 미국 방문 일정과 준비 작업, 앞으로 미칠 영향 등을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일부 방송은 교황이 미국에 도착하는 22일부터 떠나는 27일까지 24시간 내내 교황 관련 소식만 전할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 내외는 직접 공항에 나가 교황을 영접할 예정이고 백악관에는 레드카펫과 예포 등 각별한 의전이 준비돼 있다.

    미국내 카톨릭 신자는 물론 비신자들도 교황의 방문을 꽤 기대하는 모습이다. 한 이웃은 “교황이 예전 한국 방문 때 소형차를 탄 뒤 그 차의 판매가 엄청 늘었다고 들었다. 이번에도 특별한 차를 탈지 궁금하다”며 관심을 나타냈다.

    카톨릭 신자인 한 지인은 “교황의 워싱턴DC 퍼레이드를 보려면 새벽 4시에는 시내로 들어가야 한다”면서도 “흥분되고 기쁘다”고 했다. ABC방송이 지난 주말 조사한 결과 교황의 호감도는 86%에 달할 정도로 교황은 지금 미국의 ‘인기 스타’이다.

    이를 반영하듯 오는 27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세계 천주교가족대회 행사 입장권은 온라인 신청 30초만에 동이 나고 뉴욕 맨하탄에는 교황의 모습을 담은 초대형 벽화가 등장했다.

    경호에도 비상이 걸렸다. 테러 단체의 공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워낙 대중들과 직접 접촉을 즐기는 까닭에 경호 수위는 한껏 높아졌다.

    관심은 교황이 5박6일의 방문 기간 전할 메시지다. 교황의 말 한마디가 미국 사회에 던질 파장은 엄청나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교황으로는 사상 처음하게 되는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이다. 교황의 연설을 앞두고 미 의회에는 기대와 우려, 그리고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교황은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경제적 불평등과 기후변화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이다. 구태여 정치적 성향을 가르자면 미 민주당 쪽에 가깝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로 교황을 의회 연설에 초청한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민자 문제와 환경 문제에 대해 언급해주길, 반면 공화당은 교황이 낙태 문제와 동성결혼에 대해 강한 메시지를 던져주길 기대하고 있다. 특히나 미국의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양당은 제각각 기대와 우려 속에 교황의 메시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

    {RELNEWS:right}하지만 평범한 미국인들이 교황에게 바라는 메시지는 조금 다를 듯 싶다. 격화되는 빈부 격차와 인종 갈등 속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사회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화해와 위로의 메시지일 것이다.

    교황이 오는 26일 필라델피아 연설에서 쓸 연단은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1863년 11월 19일 게티스버그 연설 당시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구태여 이 연단을 사용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비록 시대는 다르지만 미국은 지금도 남북 전쟁 때 처럼 갈갈이 찢겨 있다. 정치적으로, 피부색으로, 민족으로 나뉘어 서로 반목하고 있는 게 지금의 미국이다.

    링컨 대통령이 전쟁 속 분열을 딛고 새로운 화해를 주장했듯이 지금 미국 사회는 서로 다른 사람에게 대한 관용과 화해가 절실하다. 교황의 미국 방문이 미국인들에게 ‘화해’와 ‘공존’의 정신을 일깨울 수 있을지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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