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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 공기업 떠나는 신입사원들…왜?

사회 일반

    '신의 직장' 공기업 떠나는 신입사원들…왜?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최근 공기업 본사가 잇따라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신의 직장'이라던 공기업을 그만두는 젊은 사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다녔던 신모(29)씨는 이제 한 정유회사로 직장을 옮겼다.

    셔틀버스를 타도 매일 5시간씩 걸리는 출퇴근길도 문제지만, 야근이나 회식이라도 있는 날이면 버스가 끊기는 바람에 서울에 올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구르기가 예사였다.

    신씨는 "수도권에 사는 동료들은 셔틀버스를 타러 오는 데에만 1시간 넘게 걸리기도 했다"며 "공기업은 일찍 퇴근한다며 부러워하지만, 출퇴근에 시간을 낭비하니 '칼퇴근'도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회사 근처에 마련된 사택도 '그림의 떡'이었다. 임원에 이어 신입사원은 사택 입주 2순위였지만 신청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

    '나도 사택을 신청했는데 너도 벌써 신청하냐'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상사와 같은 팀이면, 신입사원이 사택을 신청하기도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사택에 들어간 동료들은 같은 건물에 사는 상사들에게 붙들려 밤마다 회식에 참여해야 하는 등 개인 시간을 갖지 못해 불만이 많다.

    무엇보다 신입사원들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걸림돌은 '연애사업'.

    신씨는 "서울에 있는 애인을 만나기도 쉽지 않고, 만나더라도 데이트를 오래 할 수 없어 사이도 나빠졌다"며 "지방 출퇴근 스트레스로 구안와사에 걸릴 정도로 건강까지 해쳤다"고 털어놓았다.

    사학연금관리공단을 다니다 그만둔 김모(29·여) 씨는 "회사에서 같은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한국전력공사 직원과 단체소개팅까지 주선한 적도 했다"고 귀띔했다.

    또 "애인이 없는데 직장 선후배만 가득한 사택에 사는 동료들은 연애대상을 찾기 쉽지 않아 불만이 많다"고도 말했다.

    결혼 이후엔 육아가 문제여서, 한국남동발전에 다니는 박모 씨는 "첫애를 낳고 부모님께 애를 맡기기 쉽지 않아 회사를 그만둔 동료도 있다"며 "30대 동료들은 육아로 골머리를 앓는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최근 산업자원부 산하 공기업들이 새정치민주연합 전정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면 공기업이 지방으로 본사를 옮긴 2013년과 2014년 무렵 공기업 퇴사자 수가 최대 3배까지 뛰어올랐다.

    특히 2010년 10명, 2011년 11명 남짓했던 한국전력공사의 퇴사자 수는 전남 나주로 본사를 옮긴 2014년 34명으로 치솟았고, 2015년 상반기에만 12명이 그만뒀다.

    대구로 본사를 옮긴 한국가스공사도 상황이 심각해서 2011년 13명, 2012년 15명이던 퇴사자가 2013년 22명, 2014년 20명으로 늘어났다.

    공기업에서 계속 일하고 있는 직원들도 대부분 수도권에서 출퇴근하거나 주말부부·기러기 아빠로 살아가는 현실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지방혁신도시의 공무원·공기업 직원의 가족동반 이주율이 평균 26.2%에 그쳤다.

    충북 신도시의 경우 이전 인원 1776명 중 절반이 넘는 893명(50.3%)가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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