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태연했지만, 속에서는 끓었다.'
미국이 5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지은 데 대한 중국의 속내를 베이징 관측통들은 6일 대체로 이같이 요약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TPP 협정이 아태지역의 중요한 자유무역협정(FTA) 가운데 하나라며 TPP에 대한 공식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이번 협정이 다른 아태지역의 자유무역을 상호 촉진하고 공동으로 이 지역의 무역투자, 경제발전에 공헌할 수 있기를 희망하다고 밝혔다.
또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칙에 부합하고 아태지역 경제일체화에 도움이 되는 제도건설에 개방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연자약한 입장 표명으로 보이지만, 구석구석에는 '뼈'가 들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세계무역기구의 규칙', '아태지역의 자유무역 상호촉진'을 거론한 것은 TPP가 추구하는 높은 수준의 지적재산권이나 환경 기준 등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것이다.
중국 전문가와 일부 관영언론은 TPP 타결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중국 견제 발언에 '독설'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꼽히는 롼쭝쩌(阮宗澤) 중국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이날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와의 인터뷰에서 아태지역을 전략적 기반으로 하는 TPP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을 배제하는 것은 정치외교적 고려가 작용했기 때문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을 배제할 경우 점차 쓴맛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또 미국이 TPP와 함께 병행 추진하는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도 투명성 부족과 다자무역체제인 세계무역기구(WTO)를 약화하는 작용으로 인해 비난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롼 부소장은 이어 TPP, TTIP 모두 브릭스(BRICS) 국가들을 배제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부작용이 점차 수면 위에 드러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최근 수년 10여개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데 이어 올해 들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기반으로 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영국, 프랑스 등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하면서 미국의 민감한 부분을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TPP 타결 직후 낸 성명에서 "우리(미국)는 중국 같은 나라가 세계경제의 규칙을 쓰게 할 수 없다"고 얘기한 것도 이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환구시보는 이날 'TPP가 중국경제를 붕괴시킨다고? 상상력도 풍부하다'라는 제목의 사설도 게재했다.
이 신문은 "곳곳에 사적 이익을 감춰놓고 이를 도덕적 호소력에 대한 구실로 삼으려는 것은 귀를 막고 방울을 훔치는 격"이라고 맹비난했다.
미국이 '자유로운 무역'을 명목으로 오히려 자국의 경제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새로운 규칙들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으로 읽힌다.
또 "미국이 (글로벌) 영향력 감소에 대한 해법을 이런 제도 만들기에서 찾고 있는 것 같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환구시보는 TPP는 확실히 단기적으로, 일정 범위 내에서 중국에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설령 미국이 또 다른 국가들을 끌어들인다고 해도 세계 제2대 경제체제인 중국이 그 안에 없다면 TPP는 시종일관 불완전하고 생명력도 유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국은 이미 일본, 싱가포르, 호주 등 TPP에 참여 중인 국가들과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며 "만약 (미국 등이 TPP를 이용해) 일방적인 제재를 취하려 한다면 결코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스스로 상처입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 외교 관측통들은 중국이 당분간 TPP의 전개 상황을 관망하는 한편 미중 간 투자협정(BIT) 체결이나 한국, 일본, 호주, 인도 등 16개국과 함께 관세철폐를 목표로 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축 계획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 소식통은 "중국은 경제와 통상의 룰이 미국, 유럽 중심으로 진행되고, 중국이 항상 이를 좇아가야 하는 상황에 불만을 갖고 있다"며 "지금은 자신들이 오히려 그 룰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