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정부의 쌀값 정책과 일방적인 노동개혁 등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남 보성에서 상경한 농민 백남기(69)씨가 경찰의 살수차 물대포에 맞아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백씨는 경찰이 10미터 내 근거리에서 직사로 쏜 물대포를 정면으로 맞은 뒤 바닥에 쓰러졌고 이후 20초 넘게 물대포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서울대병원으로 급히 후송된 백씨는 외상성 경막하출혈(traumatic SDH)로 혼수상태에 빠졌고 4시간 넘게 수술을 받았지만 현재까지도 의식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수술을 집도한 서울대병원측은 "백씨의 머리에 피가 고여 뇌압이 높기 때문에 붓기가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코뼈도 함몰되고 안구에도 이상이 있다"고 밝혔다.
◇ 사심이 들어간 공권력 남용, 구호조치 의무도 안해불법집회를 해산하기 위한 경찰의 살수차 운용은 적절했을까?
경찰은 '경찰관직무집행법'과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경찰장비관리규칙' 등에 따라 살수차의 사용요건과 절차, 살수 방법 등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살수차의 수압이 쎄 이를 직접 맞으면 최악의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사용요건과 방법 등을 법과 규정으로 제한하는 것.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씨의 경우 어땠을까?
경찰의 살수차 운영지침에는 '살수차 사용시 살수차와 시위대간의 거리 등 제반 현장상황을 고려해 거리에 따라 물살세기에 차등을 두고 안전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특히 시위대가 10미터 거리에 있는 경우 1000rpm(3bar) 내외, 15미터 거리는 1500rpm(5bar), 20미터는 2000rpm(7bar) 등으로 거리 규정을 엄격하게 두고 있다.
CBS노컷뉴스가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살수차와 백씨와의 거리는 불과 7~8미터.
위에서 아래로 직사를 했고 백씨는 물줄기를 머리부터 고스란히 맞아 뒤로 밀리며 쓰러졌다.
첫째로 거리규정 자체를 지키지 않은 것.
여기에 직사살수 규정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운영지침에서 물대포를 곡선으로 쏘지 않고 직선으로 쏘는 직사살수 요건을 '쇠파이프·죽봉·화염병·돌 등 폭력시위용품을 소지하거나 경찰관 폭행 또는 경력과 몸싸움을 하는 경우' 또는 '차벽 등 폴리스라인의 전도·훼손·방화를 기도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또 직사살수를 할 때에는 안전을 고려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해 사용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칠순의 백씨는 물대포를 맞을 때 쇠파이프 등 폭력 시위용품을 들고 있지 않았고, 차벽 버스를 들어내기 위한 밧줄도 당기고 있지 않았다.
더구나 백씨는 가슴과 다리가 아닌 머리부터 물줄기를 맞고 비틀거리다 쓰러졌다.
직사살수 규정 위반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살수차 운영자는 쓰러진 백씨 위로 20초가 넘게 물대포를 직사했고 백씨를 구하려던 다른 시위자에게도 똑같은 방법으로 직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