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발인식에 참석해 고인을 배웅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 국가장으로 치러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끝내 불참했다.
박 대통령은 26일 국회에서 엄수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불참하는 대신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운구행렬을 떠나보내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을 다시 한 번 위로했다.
청와대는 이를 "국가장 영결식의 일부 절차에 참석했다"고 밝혀 영결식 불참에 따른 따가운 비판을 의식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 주치의가 고열 등 감기 증상이 있는 상황에서 추운 날씨에 오랫동안 야외에 있으면 곧 있을 해외 순방 등에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서 장기간 외부 공기에 노출을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건의를 했다"며 영결식 불참이 참모들의 건의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에게 최대한 예우를 표하기 위해 운구가 출발하기 직전에 빈소를 방문해 애도를 표했다"고 덧붙였다.
국장과 국민장이 통합된 국가장으로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장례식이 치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건강을 영결식 불참의 이유로 들었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대를 이은 악연도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 대통령은 지난 23일 해외에서 귀국한 뒤 첫 일정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7분간 조문했지만 조문록에 서명조차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조문을 한다는 인상을 준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후 조문은 독특한 스타일을 보이고 있다.
이달 초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부친상에는 조화조차 보내지 않았다. 또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으로 활약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지난해 11월 모친상 때도 조화를 보내지 않았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1주기인 지난 4월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를 밝히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1주기인 지난 4월 16일에는 유족들이 모여있는 안산 대신 진도 팽목항을 방문해 유가족들은 만나지 못하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뒤 팽목항을 떠나 해외순방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또 세계적인 지도자들이 몰린 남아공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않으면서 싱가포르 리콴유 전 총리의 장례식에는 참석해 대조를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29일(현지시각) 싱가포르 시내에 위치한 싱가포르 국립대학 문화센터에서 열린 리콴유 전 총리의 국가장례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싱가포르 정보통신부 제공)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싱가포르 리콴유 전 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해, 조문록에 "리콴유 전 총리는 우리 시대의 기념비적인 지도자였다"며 "그의 이름은 세계사 페이지에 영원히 각인될 것이고, 한국민은 리 전 총리를 잃은 슬픔을 싱가포르의 모든 국민과 함께할 것"이라고 영문으로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