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이 찡하고 온몸이 오들오들 떨리는 이 겨울, '캠핑의 꽃은 동계캠핑’이라는 말만 믿고 무작정 떠났다가 추위와 고통만 안고 돌아온 적 있는가. 추위 걱정에 일찌감치 겨울 캠핑은 포기하고 있는가.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겨울캠핑 시즌이 시작된 지금, 오지에서도 따뜻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희소식을 전한다.
◇ 온수통, 실리콘 호스, 온수 모터만 있으면 누구든 자작 가능
버너 일체형 온수 보일러를 이용한 온수매트
최근 캠핑족 사이에서 '자작(DIY)' 온수 보일러와 온수 매트가 뜨고 있다. 전기로 작동시키는 가정용 온수 매트와 달리 자작 캠핑용 온수 매트는 전기가 없어도 물만 데우면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
캠핑용 온수 보일러 전문가인 임병기 씨(51·경기도 수원)는 온수 매트를 자작 시 중심축만 잘 기억하라고 조언한다.
"온수통, 실리콘 호스, 온수 모터 이 세 가지가 캠핑용 온수 매트의 뼈대에요. 재료 사는데 7만 원~10만 원이면 되니깐 사서 연결만 잘하면 시판 제품보다 훨씬 저렴하게 온수 매트를 즐길 수 있죠."
임씨의 자작 방식은 이렇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야외용 가스렌즈나 버너 일체형 제품, 난로 등을 통해 물을 데우고 그 온수를 DC용 모터 펌프로 순환시켜 매트로 내보내는 '순환식 보일러' 방식이다.
다시 말해, 버너 일체형 온수통과 온수 모터 등을 연결한 온수 보일러에서 물을 데워 실리콘 호스를 통해 매트로 내보내면 그게 바로 온수 매트가 되는 것이다.
[자작 온수 보일러 만들기] |
① 열원 정하기
= (열원은 물을 데우는 역할로 가열이 필요하다. 반드시 텐트 밖에서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전문가는 열원을 외부에 설치할 경우가 일반적이니 비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K브랜드 알파인포트 와이드 등과 같은 버너 일체형 온수통을 추천한다.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열원을 야외에 두고 사용하는 만큼 비바람에 강한 게 좋다) 저렴한 열원을 원한다면 야외용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려 사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 대신 비바람에 불이 꺼질 수 있으니 별도의 바람막이가 필요하다) ② 온수 모터
= 온수 모터는 물을 보내고 받는 펌프 역할을 하는 것으로 최근 캠핑용 보일러에서 주로 쓰는 건 '814A DC 모터'다. 가격이 저렴하고(시중가: 1만5천 원 / 온라인쇼핑몰 구매 가능) 자흡식(물을 빨아들였다 내뱉는 Geared 모터 방식)이라 주로 사용한다.
*814A DC 온수 모터? 사실 814A DC 모터(12V 전압)는 비데나 소독기, 커피 자판기같이 잠깐씩 순간 압을 이용해 물을 뽑아내는 기계에 주로 쓰인다. 12V를 1시간 이상 구동하게 되면 모터에 감겨있는 코일에서 열이 발생해 고장의 원인이 된다. 또 모터의 수명도 단축시킨다. 그런데도 굳이 온수 보일러용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작은 크기와 저렴한 가격이 주는 매력 때문이다. 또 모터의 전압만 낮춰서 쓰면 사용하는데 전혀 문제없다. 이때 필요한 게 모터 속도조절기다. 모터 보호를 위해 모터 속도제어기(시중 판매가 1만5천 원대) 등을 이용해 전압을 낮춰 사용하도록 한다
③ 모터 구동 시키기
= 모터를 구동시킬 전원으로는 파워뱅크(캠핑용 휴대용 배터리)나 USB형 스마트폰 보조 배터리 충전기, 랜턴용 6V 배터리 등을 이용하면 된다. (일부에서는 오토바이 배터리나 건전지 등으로 모터 전원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오토바이 배터리는 구하기 힘들고, 건전지는 일회성인 데다 온수 매트 구동시간이 3시간으로 짧아 가급적 파워뱅크나 스마트폰 보조 배터리를 추천한다. 참고로 샤오미 보조 배터리 10,400mA의 경우 온수 보일러 구동시간은 20시간 정도다)
④ 파워뱅크 혹은 보조 배터리와 모터 연결하기
USB 단자에 SMP250-02 수 커넥터 연결, 모터 단자 SMH250-2 암 커넥터 연결한다.
= 파워뱅크나 보조 배터리 충전기 등과 모터를 케이블 커넥터(암, 수 구분 / 온라인쇼핑몰 구매 1천 원~2천 원대 내외)로 연결하면 모터가 구동된다. (모터 단자에는 SMH250-2 (암) 커넥터 연결, USB 단자에는 SMP250-02 (수) 커넥터를 연결한다)
⑤ 모터에 원터치 휘팅 설치
실리콘 호스에 원터치 휘팅을 억지로 끼워 넣는다. 그런 다음 집게밴드(호스밴드)를 롱로즈 등을 이용해 벌린후 모터 입수(IN), 출수(OUT) 부분에 각각 실리콘 호스를 설치한다. 마지막으로 각각의 실리콘 호스에 원터치 휘팅 PUC를 연결하면 온수가 입수, 출수하는 부분이 완성된다.
= 원터치 휘팅이란, 수도나 호스 연결 작업에 쓰이는 것으로 각각 쓰임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 온수통이나 온수 모터 입·출수 부분에 각각 실리콘 호스를 설치했다가 뺄 수 있는 원터치 휘팅 작업을 한다. (휘팅 작업에 필요한 재료 : 814A DC 모터 1개, 집게밴드 6.9 2개, 실리콘 호스 5cm 2개, 원터치 휘팅 PLJ 2개, 원터치 휘팅 PUC 2개)
* 원터치 휘팅 PLJ - 온수가 꺾이는 부분에 사용, 온수통 입, 출구 입구에 실리콘 호스가 꺾이기 쉬우니 연결한다, * 원터치 휘팅 PUC- 실리콘 호스 연장하거나 사이즈 다른 온수 매트 연결부위에 사용. 원터치 휘팅 PUC 설치 후 PP(물흐름 방지하는 마개 역할)를 연결하면 온수매트 내 물흐름 방지한다.
⑥ 온수통 만들기
온수통 제작 과정
= 온수통은 집에서 쉽게 구하는 냄비나 코펠, 기타 온수통을 사용하면 된다. 온수통 제작의 핵심은 뚜껑 가공이다. 온수통 안쪽에 호스 설치 시 동으로 된 에어 필터를 오염 필터로 사용해 호스 끝에 설치해 모터 내 이물질 유입을 예방할 수 있다.
⑦ 온수 매트 만들기
= 온수 매트는 일반적으로 실리콘 호스나 우레탄 호스를 많이 사용한다. 보통 1인용 온수 매트를 제작하면 14m, 2인용 온수 매트의 경우는 25m의 실리콘 호스가 소요된다.
발포 매트(캠핑매트)나 침대 매트(담요 등 이불)를 이용하여 S자형으로 호스를 배열 후 고정하면 된다. 발포 매트는 실리콘 호스의 홈을 파서 실리콘 호스를 홈에 넣은 후 청테이프 등으로 고정하고, 침대 매트를 사용할 때는 실리콘 호스를 고정하는 천을 대준 후 바느질이나 재봉을 하면 된다. |
온수 보일러 모터 제작과 전원 연결 등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온라인쇼핑몰을 이용해 스타터 키트만 구입해보자. 스타터 키트 안에는 온수 모터, 모터 전원 연결, USB 케이블, 각종 원터치 휘팅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열원, 보조 배터리, 온수 매트가 준비됐다면 이 스타터 키트만 구입해 온수 매트와 연결해 쓰면 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모터 담는 케이스까지 포함해 3만5천 원~7만 원 내외)
◇ 풀세트 자작이 힘들면 '매트 자작'부터 도전온수 매트와 보일러 풀세트 제작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매트만이라도 자작에 도전해보자. 온수 모터 등 온수 보일러 세트(온라인쇼핑몰에서 10만 원대 내외로 구매 가능)만 산 다음 매트만 따로 제작해도 비용 절감과 기대 이상의 온열 효과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이 역시 수작업이라 수고로움은 따른다.
대전에 사는 이규상(33‧연구원)씨는 시판 온수 매트를 샀다가 발열 온도에 실망해 직접 매트개조에 나섰다.
"루프탑 텐트(자동차 지붕에 설치하는 텐트)를 샀는데 그 상품구성안에 온수 매트가 포함돼 있었어요. 제품을 홍보할 때 매트리스 안에 온수 매트가 깔렸다고 해서 겨울캠핑을 위해 샀거든요. 그런데 막상 캠핑 나가서 사용해보니 전혀 따뜻하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버리는 셈 치고 한번 어떻게 생겼나 하고 구경이나 하자고 해서 뜯어보게 된 거죠."
기존 온수매트 분리 후 호스를 제거한 다음 다시 실리콘 호스를 깔아 개조했다. (사진제공= 이규상 씨)
기대했던 발열 온도가 아니라 실망한 이씨는 직접 매트리스를 뜯어 본 것이 매트개조로 이어졌다. 완전한 자작은 아니지만 나름 반쪽 자작은 한 셈이다.
이씨의 개조 방식을 살펴보면, 우선 시판 매트 커버를 벗겨낸 다음 양면으로 된 매트를 분리한다. 매트 사이에 있는 기존 호스를 제거하고, 새로 호스를 깔 부위를 선으로 밑 작업을 거친 뒤 선을 따라 홈을 파준다. 파인 홈에 새로 산 실리콘 호스를 끼어 맞추면 완성이다.
이씨의 경우 실리콘 호스는 온라인쇼핑몰에서 2만5천 원(40m)에 구매했다.
"교체 호스랑 호스매설 후 마감재 처리 재료 고민이 많았어요. 실리콘 호스를 많이 사용하는데 실리콘 내열성에서 좀 망설여졌거든요. 그래서 걱정돼 찾아봤는데 실리콘 고무의 내열 사용온도 범위가 일반적으로 150 ∼ 250℃이라고 하더라고요. 온수 매트 구동 시 나오는 온수 평균 온도가 80~100℃라 실리콘을 택했죠."
일부에서는 자작 온수 매트와 보일러를 보고 그냥 침낭에 핫팩 붙이고 자는 게 최고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겠다. 물론 그게 편하고 안전하기는 하지만 일회성에 그치는 데다 발열 지속성에도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캠핑용 온수 매트도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안전성. 전문가들은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냥 춥게 자는 게 생명연장에 좋다고 할 정도로 안전을 강조한다.
캠핑협동조합 허준규 사무국장은 "겨울철 같은 경우에는 거실형 텐트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데 침실 안에는 절대 (화기, 열원 등을) 가지고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주의했다.
시중가에서 절반의 금액은 줄이고, 따뜻함은 배로 느끼고 싶다면 지금 당장 온수 매트 자작에 나서보자.
(도움)
삼형제네캠핑보일러 (http://blog.naver.com/bkrheem)
다이해피(생활용품 및 LED 자작카페) http://cafe.naver.com/diyhappy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