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가 이번에는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에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지도부까지 나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백악관도 "트럼프는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는7일(현지시간) 성명과 연설을 통해 "미국 의회가 행동에 나설 때까지 무슬림의 입국을 전면 통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트럼프는 파리 테러 직후 미국 내 무슬림에 대해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이슬람 사원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트럼프는 여론 조사 등을 언급하며 "인간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지하드(이슬람 성전) 신봉자들의 끔찍한 공격에 미국인을 희생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측은 금지대상은 무슬림 이민자와 여행객을 포함한 모든 입국자라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이같은 주장에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백악관은 8일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을 한 트럼프는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공화당은 만약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지명되더라도 이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대통령으로서의 첫째 임무는 미국 헌법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지만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대통령으로서 자격 미달"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제이 존슨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도 MS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의 발언은 "무책임할 뿐 아니라 미국의 국가안보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부끄럽고 편견에 사로잡힌 분열적인 사고"라고 밝혔다. 민주당 경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도 "미국은 함께할 때 위대한 국가가 되고 인종 차별과 외국인 혐오증은 약한 나라를 만든다"고 받아쳤다.
트럼프와 같은 공화당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주지사는 "트럼프는 미쳤다"고 했고 그동안 트럼프와 비슷한 노선을 표방해온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까지 "나와 생각이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그동안 트럼프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입장 표명을 삼가던 공화당 지도부까지 이번에는 나섰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트럼프의 발언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와 미국 태생 또는 귀화 여부에 관계없이 시민권의 적법한 절차를 보장하는 제14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슬림 입국금지은 우리가 추구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멜리사 플레밍 대변인은 트럼프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가장 취약하고 전쟁의 희생자인 난민들의 미국 재정착 프로그램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