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부산의 한 국립대 시간제 강사가 동료 강사에게 강의료 일부를 돌려줄 것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편법 행위가 관행처럼 이어진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지만, 해당 대학은 이를 제재할 규정이 없고 사실 확인도 어렵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 국립대 시간강사 "동료 강사로부터 '강의료 반납' 강요 받았다"…당사자는 '사전 합의' 주장부산대학교 모 학과의 시간제 강사인 A씨.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이기도 한 A씨는 이 학과에서 지난 2009년부터 매 학기 2과목 가량의 수업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A씨는 올해 2학기에도 2과목의 수업을 맡아 강단에 서고 있다.
지난 9월 한 학기 수업을 시작한 A씨는 한 실습 교과목을 함께 강의하는 선배 강사 B씨에게 연락을 받았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당시 "자신이 수업 관리 등 추가 업무를 맡고 있으니 강의료 일부를 돌려달라"고 A씨에게 요구했다.
그러면서 B씨는 "강사들에게 강의도 배정하고 시간표도 정하는 것 알지 않느냐?"라며 "다음 학기 강의는 편하게 해주겠다"라고 자신을 압박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결국, A씨는 전공 분야의 선배인 B씨의 요구에 울며 겨자 먹기로 2개월 동안 강의료의 일부인 20만 원씩을 송금했다.
A씨 외에 또다른 후배 강사도 같은 요구를 받아 40만 원을 B씨에게 건넸다고 A씨는 말했다.
이후 강의를 진행하던 A씨는 지난달 B씨로부터 또다시 11월 강의료를 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부당한 대우라고 판단한 A씨는 "이번 달에는 별다른 시간 외 수업도 없었는데 왜 강의료를 요구하느냐?"라고 반박하며 "강의료를 줄 수 없으며 잘못된 행동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A씨의 반박에 B씨는 "정당한 방법으로 강의료를 요구한 것이니 문제가 없다"라고 맞섰다고 A씨는 주장했다.
A씨는 이 사실을 조만간 학교 측에 알린 뒤 문제 해결을 요구할 예정이다.
A씨는 "강사가 다음 학기 시간표를 배정한다며 이를 빌미로 협박성 발언까지 하니 황당하다"라며 "시간 강사끼리 부당한 이유로 수업료 등 금전을 요구하는 행태가 반복돼선 안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B씨는 이미 학기 전 A씨 등과 합의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처음 강의를 시작할 때부터 지역 간 이동이 잦은 다른 강사들의 역할을 대신하는 조건으로 강의료를 나눌 것을 합의한 부분"이라며 "이미 서로가 양해한 사안에 대해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니 오히려 억울하다"라고 말했다.
또 B씨는 "시간 강사 배정과 시간표 작성 등은 대학교수의 권한으로 강사가 이를 언급할 이유가 없다"라며 "강요나 협박성 발언 역시 전혀 한 적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 이미 관행이 된 편법?…학교 측 "사실확인 어렵다" 방관이 같은 편법이 관행처럼 이뤄졌다는 의혹도 있다.
한 학계 관계자는 "수년 전에도 강의 시간표와 다르게 강의를 한 뒤 남은 돈을 돌려줬다는 정황이 있었다"라며 "어떤 방식으로 주고받았는지는 모르지만 금전이 오간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부산의 모 대학에서도 강의를 개설한 뒤 실제 수업은 시간제 강사들에게 맡기려 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라며 "규모가 작거나 재정 상황이 열악한 대학일수록 이 같은 일이 자주 벌어진다는 내용은 접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학과의 교수는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알고는 있었지만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으며 관행은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해당 전공의 C교수는 "학기 초 몇몇 강사들 사이에서 수업이나 업무량에 비례하게 강사료를 나누려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라며 "강사 개인 간에 협의할 내용으로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미 이 같은 편법이 관행이 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C교수는 "올해 처음 발생한 일로 학과 전체에 해당하거나 관행화된 모습은 아니다"라고 부인하며 "향후 당사자들을 만나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대학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또 명백한 편법임에도 이를 막거나 제재를 가할 별다른 장치도 없는 상황이다.
학교 측의 한 관계자는 "편성한 시간표대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별다른 규정이 없다"라며 "다만 공동강의 등에 대해 강의시간을 엄수할 것을 지침을 통해 각 학과에 전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학 관계자는 또 "수많은 강의 가운데 어떤 곳에서 편법이 발생했는지 직접적인 제보 외에는 알 길이 없다"라며 "강의 시간표나 시수를 어긴 경우 학과 측에 주의 조치를 내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편법을 동원해 강사료를 주고받는 행위가 벌어지고 심지어 관행처럼 번져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대학은 별다른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학교 안팎에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