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에서 국정 교과서 파문까지 각종 사건과 논란으로 얼룩진 2015년이 저물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사건기자들이 돌아본 2015, 그 사건 그 후' 5부작 연속기획을 통해 올 한해 주요 이슈들의 오늘을 짚어본다.[편집자주]글 싣는 순서 |
① '캣맘'의 죽음…방치된 옥상과 촉법소년, 논란은 그때뿐 (계속) |
지난 10월 16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사건 현장. (사진=박종민 기자)
'철커덕! 삐삐삐삐삐~'
지난 16일 오후 입주민 박모(75)씨와 함께 올라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H아파트의 옥상문은 귀에 거슬리는 경고음과 함께 쉽게 열렸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입주민과 함께 초등학생이 올라왔다고 가정하고 5분 가량 옥상문을 열어놨지만, 경고음만 요란하게 울릴 뿐 경비원이나 보안요원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이 곳은 지난 10월 8일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캣맘 사건'의 진원지다.
길고양이 집을 만들고 있던 50대 여성은 이곳에서 A군(9)이 B군(11), C군(8)과 함께 물체 낙하 실험을 한다며 떨어뜨린 벽돌에 맞아 숨졌다.
A군은 만 10세 미만의 ‘형사책임 완전 제외자’여서 불기소됐고, 촉법소년(만 10세 이상~14세 미만)에 해당하는 B군은 과실치사상 혐의로 법원 소년부로 넘겨졌다.
형벌을 받을 범법 행위를 했지만 형사 책임 능력이 없어 보호처분을 받게 된 것이다.
◇옥상 통제 풀리고 잊혀져가는 캣맘 사건
사건 발생 후 '잠깐' 통제됐던 옥상문이 쉽사리 열린 것처럼 주민들도 일상을 되찾은 모습이다.
한 무리의 어린 아이들이 야외에서 한데 어울려 노는가 하면,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는 주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주민 박모씨는 "우리는 (캣맘사건) 다 잊어버렸다"면서 "이전과 지금이 달라진 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캣맘 가해자인 초등학생들도 사건 이전의 생활로 돌아갔다.
아파트 주민의 말을 종합해보면 현재 A군 등은 여느 초등학생들처럼 일상 생활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아이들 부모와 피해자 유족이 합의를 했다고 들었다"면서 "잘 정리가 돼서 아이들은 보통 때처럼 학교 잘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보상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가 저지른 중죄에 죄값을 물어야 하는가’의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자칫 현재의 규정을 악용해 다른 범죄가 이어질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소년범죄 연평균 64건에서 119건으로, 최근 2배 증가
실제 형사미성년자 범죄는 최근 크게 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형사미성년자의 강력 및 과실범죄는 2005~2007년 연평균 64건에서 2011~2013년 118.7건으로 집계됐다.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한 과실범죄는 2005년 이후 연평균 5.8건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여론은 형사 처벌 연령을 현재보다 낮추자는 데 모아진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0월 20~22일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결과 형사책임 연령 기준을 하향하는 데 찬성하는 의견이 62.6%로 반대의견(32%)의 2배 수준이었다.
형사미성년자 연령 기준은 나라마다 약간씩 차이가 난다.
독일, 일본 등에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형사미성년자 연령 기준을 14세 미만으로 잡고 있지만 프랑스는 13세 미만, 캐나다나 네덜란드는 12세 미만, 호주는 10세 미만이다.
◇"소년범죄 발생 때만 논란 시끄럽다 유야무야..."하지만 법학 전문가들은 형사미성년자 연령 기준을 강화하는 데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섣부른 처벌강화는 아이들에게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어 범죄의 늪에 갇혀살게 할 우려가 높다는 이유다.{RELNEWS:right}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미성년자 처벌 연령을 낮추자는 것은 교정과 교화가 아닌 응보에 가까운 감정이 배경"이라며 "사전 교육을 통해 청소년 범죄를 줄여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차정인 교수는 "피해자 보상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촉법소년이 갈수록 증가하는 만큼 사건이 터졌을 때만 갑론을박하지 말고 구체적인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법무법인 화우의 차동언 변호사는 "소년범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처벌 기준 논란으로 시끄럽다가 유야무야 된다"면서 "범죄를 저지른 어린 아이들이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교육과 복지 등 모든 차원에서 접근해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