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회 역대 최고 시청률(평균 시청률 16%, 최고 시청률 17.4%)을 경신하고 있는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덕선이(혜리 분)와 정봉이(안재홍 분)는 가장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덕선이는 공부는 좀 못해도 활달한 성격과 착한 마음씨로 주변 사람들에게 활력소가 된다. 정봉이는 7수생이지만 순수한 성품과 남다른 끈기로 자신만의 행복을 일구고 있다.
◈ 덕선이 '공부 좀 못해도 괜찮아'
(사진=tvN 제공)
덕선이의 별명은 '특공대'다. '특공대'는 '특별히 공부 못하는 대가리'의 줄임말이다. 전교 석차 999등. 동네 앞 독서실에 열심히 발도장을 찍긴 하지만 내처 자기 일쑤다. 그래도 밥 때는 꼬박꼬박 챙긴다.
집에서는 설움 받는 둘째다. 위로는 서울대생 언니 보라(류혜영 분)에 치이고, 아래로는 남동생 노을(최성원 분)에게 밀린다. 밤에 자다가 연탄가스를 마셨을 때도 스스로 기어나와 동치미 국물을 마시고 정신을 차렸다.
지금은 사는 곳은 성균이네 반지하다. 아버지 동일이 빚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다섯 식구가 좁은 집에서 옥닥복닥한다. 단칸방에서 가족과 피부를 맞대고 사는 삶이 행복하지만, 추운 겨울에 뜨신 물로 샤워하는 정환이(류준열 분)가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다.
공부도 못하고 집안 형편도 어렵지만 덕선이는 쌍문동 골목친구들은 물론이고 주변 어른들한테 사랑받는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착한 마음씨를 지녔기 때문이다.
덕선이의 고운 마음 씀씀이는, 뇌출혈로 쓰러진 택이 아버지 무성 대신 택이(박보검 분)의 중국 대회에 동행했을 때 빛을 발했다. 마냥 철부지 같던 덕선이는 시합을 앞두고 자지도 먹지도 못하는 택이를 위해 밤새 줄서서 산 초밥을 택이 방문 손잡이에 걸어놓는가 하면, 보디랭귀지를 총동원해 난방이 부실한 택이의 방을 바꿔주기도 했다. 집에서 가져온 전기장판은 화룡점정. 덕선이의 남모를 배려 덕분에 택이는 대국에서 승리했다.
간질을 앓는 짝꿍을 든든하게 보살피기도 했다. 덕선이는 3학년이 된 후 새로 짝이 된 반장이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자 교실 문을 닫게 한 다음 응급처치를 했다. 짝꿍이 양호실에서 돌아왔을 때는 창피해할까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함께 도시락을 나눠 먹었다. 이날 자기 반에서 있었던 일은 절친 미옥(이민지 분)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덕선의 담임(손산 분)은 반장 엄마한테 덕선이를 "똑똑하고 예쁜 학생"이라고 소개했다.
덕선이는 성균의 활력소이기도 하다. 각종 유행어를 섭렵한 성균의 개그를 받아주는 사람은 덕선이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택이와 정환이가 덕선이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 정봉이 '7수 해도 괜찮아'
(사진=tvN 제공)
정봉이는 7수생이다. 전교 1등하는 동생 정환이와 달리 공부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대신 덕후 기질이 농후하다. 우표 수집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큐브 맞추기에 전심전력을 쏟는다. 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는 올림픽 기념 복권을 사들였다.
게임 '보글보글'에 빠져 한동안 오락실에 가서 살더니, 어느 순간 책상 앞에 앉아 라디오에 엽서 보내는데 열과 성을 다한다. '한 봉지 더' 당첨권을 획득하겠다는 일념 하에 스낵 '치토스'를 수없이 사먹는다.
정봉이의 끈기와 집념은 큰 결실을 맺는다. 먼저 복권 1등 당첨으로 집안을 일으킨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에 사연이 소개되고, 그 어렵다는 치토스 '한 봉지 더'를 타낸다.
방학동 부잣집 딸 미옥이와는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오락실에서 '보글보글'을 하다 동네 나쁜 형들과 시비가 붙어 옆 동네인 방학동 길거리를 헤매던 중 빗길에서 우연히 만난 미옥에게 첫 눈에 반한 것이다. 대운도 이런 대운이 없다.
평소 어수룩한 정봉이지만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는 로맨티스트로 변신한다. 교통사고로 입원한 병실에서 답답한 나날을 보내는 미옥에게 부루마블 게임 속 우주여행 초청장을 선물해 감동을 주는가 하면, 첫 데이트 때는 빨간 장미 꽃다발을 내밀며 뽀뽀를 감행했다.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하고, 대학 입학도 기약할 수 없지만 정봉이는 순수한 성품과 남다른 끈기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공부 좀 못해도, 대학 못가도 괜찮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어.'
공부 못하면 무시당하고, 대학 못가면 손가락질 받는 이 시대의 10대들에게 건네는 '응팔'의 진심 어린 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