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35·여)씨는 올해 친구들과의 송년회를 집에서 하기로 했다. 매년 레스토랑을 예약했지만, 이번에는 각자 만든 음식을 가져와 돈을 절약해보자고 한 것. 김씨는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주로 먹던 리코타치즈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만들기로 했다.김씨는 "외식으로 리코타치즈 샐러드랑 샌드위치 등을 먹으면 보통 2만원이 훌쩍 넘는데 집에서 우유 1000㎖와 생크림 500㎖만 있으면 리코타치즈 샐러드를 쉽게 만들 수 있다"면서 "이번 연말 송년회 때는 돈도 아끼고 솜씨도 발휘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왠만하면 집에서!"…요리도, 인테리어도 '셀프'
DIY 목재 (사진= 옥션 제공)
집에서 만들어 먹는 '홈쿡', '집밥'이 대세다. 인테리어 쪽에선 셀프인테리어, DIY(do-it-yourself)가 열풍이다. 살림을 하는 주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혼자 사는 자취생, 대학생부터 남성 직장인까지, 돈도 아끼고 스스로 만드는 뿌듯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연령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점차 늘고 있다.
주요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와 페이스북, 인스타 등 SNS등에는 홈쿡, 집밥 등에 대한 레시피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건강도 생각하고 돈도 절약하기 위해서 간단하게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각종 요리들이 소개돼 있는 것.
자취생 전모(22.여)씨는 "자취를 하다보니 밖에서 사먹는 경우가 많았는데 돈도 너무 많이 들고 건강에도 안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요즘엔 한 명이 요리하기 쉽게 재료도 많이 나와있고 레시피도 쉽게 찾을 수 있어서 집에서 자주 해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조미료나 간편가정식 등의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대형마트인 이마트의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년 동기대비 매출 증가율을 보면 간편가정식은 7.7%, 조미료는 7.9%나 상승했다. 이마트의 전체 매출 신장률인 3.8%보다 두 배 가량 높은 수치다.
불황에 따른 소비 패턴이 변화하는 추세인데다가 '쿡방 열풍'이 이같은 흐름에 불을 붙였다는 해석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젊은층이 쿡방이나 SNS 등을 통해 집에서 요리하는 데 친숙해졌다"면서 "굳이 식당에 가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다양한 식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해 자신만의 요리를 만드려고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셀프인테리어와 DIY열풍도 거세다.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DIY 가구리폼 제품 판매는 전년 대비 22%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바닥의 타일이나 벽지를 원하는대로 꾸밀 수 있는 리폼타일·시트지 판매는 같은 기간 27%나 판매율이 늘었다.
인테리어뿐 아니라 자동차 셀프 정비도 인기다. 전문가의 영역으로 분류됐던 자동차 정비마저 스스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제품 구매가 늘어난 것. 옥션에 따르면 전년 동기대비 국산차 부품 판매는 108%, 수입차 부품 판매는 408% 증가했다.
옥션 관계자는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직접 재료나 공구 등을 구매해 나만의 상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면서 "DIY 상품군도 더욱 더 확대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 "더 싸게, 더 싸게"…'싼 가격'을 찾아서!
혼자 해결하지 못해 전문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더 싼 가격'을 찾아 나선다.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 가격 비교 사이트. 하나의 물건을 사더라도 가격 비교 사이트를 통해 비교를 한 뒤 구매를 확정한다. 최근에는 소셜커머스 사이트마다 나오는 '최저가 물품'을 비교하기도 한다.
박모(34.여)씨는 "아기 분유와 기저귀 등 육아용품을 사는데 가격 비교는 필수"라면서 "우선 소셜커머스 업체 가격을 다 비교하고 해외 직구(직접구매)가 더 싼 지까지 비교한다. 이런 것들을 카페 커뮤니티 등에 공유해서 가장 싼 가격을 찾아 사는 편"이라고 말했다.
소설커머스와 오픈마켓의 쿠폰을 활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각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의 쿠폰과 혜택을 꼼꼼히 체크해뒀다가 비교해서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RELNEWS:right}직장인 이모(32)씨는 "아내와 샤브샤브 식당에서 식사를 했는데,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각각 1만원 가량을 할인 받아 반 값에 먹을 수 있었다"면서 "쿠폰을 잘만 활용하면 외식도 싸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흐름은 일본이 저성장의 늪에 빠진 2000년대 후반에 나타난 '스고모리(すごもり·둥지)족' 현상과 매우 유사하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리, 인테리어, 자동차 정비마저 직접 할 뿐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가격 비교를 하는 등 집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소비 형태가 대두됐다"면서 "불황이 계속되는 한 이와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