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서명부 등 증거물품(사진=경남선관위 제공)
박종훈 경남교육감에 대한 주민소환 불법 서명부가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배후자는 물론 조직적인 개입 여부에 대한 수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불법 서명부가 작성된 공장 부지가 홍준표 지사 선거캠프 출신인 박치근 프로축구 경남FC 대표가 공동 소유주로 되어 있어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창원서부경찰서는 교육감 주민소환 청구인 서명부를 허위로 작성하다 적발된 여성 5명을 차례로 불러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은 앞서 고발인 자격으로 경남선관위 관계자를 불러 조사를 마쳤다.
피고발인인 5명은 50대 여성 1명과 40대 여성 4명이다. 40대 여성들은 고교 동창생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창원시 북면의 한 공장 가건물 사무실에서 주민소환 청구인 서명부에 남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허위 서명을 하다 붙잡혔다.
이들은 당시 10개 시군에 거주하는 2천500여명의 서명부를 허위로 작성하다 걸렸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필기구 22통과 함께 2만 4천여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주소록도 발견됐다.
이런 점을 유추해 볼 때 이들 여성이 적발되지 않았다면 최소 2만명이 넘는 서명을 허위로 몰래 서명했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경찰과 선관위는 방대한 양의 개인정보가 담긴 주소록이 유출됐던 점, 그리고 이 주소록이 주민소환 서명에 필요한 성명과 생년월일, 주소만 담겼던 점 등을 볼 때 윗선의 지시 또는 배후, 공모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사람의 왕래가 드문 공장 가건물 사무실을 이용했다는 점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절대 이용할 수 없는 장소다.
이런 가운데 불법 서명이 이뤄진 공장 부지의 건물과 토지의 공동 소유주가 박치근 프로축구 경남FC 대표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박 대표는 주민소환 대상이 된 홍준표 경남지사의 선거캠프 출신으로, 교육감 주민소환 투표청구 수임인으로 등록해 정치적 중립 위반이란 지적을 받아 지역 축구계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나 박 대표는 공장 공동 소유주는 인정하면서도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며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고발인 여성 5명에 대한 1차 조사는 오늘 마무리하지만, 부인하는 부분도 있어 좀 더 조사를 해야 한다"며 "아직 공장 소유주가 직접적으로 개입한 정황은 없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연일 철저한 배후 세력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무상급식지키기 양산운동본부는 이날 양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은 광범위하게 진행된 불법 서명운동의 일부에 불과하고, 그 배후에는 홍준표 도지사와 새누리당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2만4천여 명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주소록이 나온 것은 불법 서명운동의 규모가 얼마나 엄청난 지와, 권력 실세가 조직적으로 개입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교육희망진주학부모회와 진주여성민우회도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감 주민소환 불법 부정행위를 엄중히 대응하라"고 촉구했다.{RELNEWS:right}
이들은 "이번 사건은 주민의 의사를 왜곡하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실력 행사를 하면서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파렴치한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진주에서도 수임인 자격이 없는데도 무리를 지어 서명을 받으러 다닌다는 제보가 선관위에 접수됐고, 서명을 강요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며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주민소환 불법, 부정서명 행위에 대해 엄중하고도 신속히 대응해 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