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점심때가 가까워지던 오전 11시20분. 서울중앙지법 320호 법정에서는 라면 한 상자를 놓고 재판장과 검사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재판장은 "라면은요?"라며 검사에게 질문했다.
"공용물건이라서 제가 공소를 유지했습니다. 대원들이 먹는 것이기 때문에 공용물건인 게 맞아서…."
재판장은 한동안 말없이 서류만 뒤적였다. 결국 검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면 뭐, 라면은 정리 가능합니다."
재판장은 그제야 "그럼 그 부분 철회하시죠. 공소사실 범죄일람표에 있는 공용물품 중에서 라면 한 박스는 철회하는 걸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사라진 라면 한 상자는 피고인의 혐의에서 빠졌다.
라면이 문제가 된 건 지난해 4월18일 세월호 1주기 집회 때였다. 경찰관 74명이 다치고 경찰버스 등 71대가 파손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은 버스 안에 있던 기동복·방패·경찰봉·무전기·소화기가 부서지고 사라졌다고 했다. '피탈·파손 공용물품 목록'에는 라면 한 상자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