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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주공항 사흘만에 정상화 (종합)

    현안을 심층적으로 짚어보는 제주CBS의 대표 프로그램 <시사매거진 제주> 방송 내용

     

    기나긴 기다림 끝에 오늘 오후부터 제주공항이 정상을 되찾으면서 탑승객 수속이 분주해지고 있습니다.

    비록 제주공항이 정상화됐지만 사흘간의 폐쇄로 관광객 8만여명의 발이 묶이면서 예기치 않은 노숙에 공항 체류객 3천여명이 고통을 겪었습니다.

    중산간도 교통이 아예 막혔고, 사건사고도 속출하는 등 남쪽나라 제주도가 한파에 홍역을 앓았습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알아보죠. 박정섭 기자!

    ▶ 유래없는 기상악화에 사흘간 마비됐던 제주공항이 오늘 정오부터 정상을 되찾으면서 체류객 수송이 다행히도 재개됐네요.

    = 막혔던 제주의 하늘길이 기나긴 기다림 끝에 열렸습니다. 국토교통부는 기상여건이 호전됨에 따라 전면통제 42시간만인 오늘 정오부터 운항을 재개했습니다. 제주공항의 항공기 운항 재개 시점을 오후 8시에서 낮 12시로 앞당긴 겁니다.

    제주공항에 발효됐던 돌풍경보와 대설주의보가 해제되면서 운항이 결정됐습니다. 현재 제주공항 활주로와 유도로 등은 제설작업이 모두 완료됐고, 계류중인 여객기 34대에 쌓인 눈을 치우는 디아이싱 작업이 진행되면서 오후 3시부터 항공기 운항이 재개됐습니다.

    이로써 오후 3시4분 제주에서 출발해 김포에 도착하는 진에어 항공기가 첫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특히 국토교통부는 서울과 부산 지역의 원활한 승객 수송을 위해 김포공항과 김해공항에 대해 내일 오전 6시까지 야간 운항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항공기 운항이 정상화되면서 오늘 하루에만 임시편을 포함한 190편의 항공기가 투입돼 3만9천명을 실어나르고, 내일도 215편이 투입돼 3만8천여명의 승객을 수송할 계획입니다.

    ▶ 제주 해상 기상상황도 좋아지면서 사흘간 닫혔던 바닷길도 재개됐네요.

    = 해운조합 제주운항관리실 등에 따르면 오늘 오전 8시30분 전남 여수에서 출항한 여객선 한일골드스텔라호가 오후 1시40분 제주에 들어왔습니다.

    또 오후 3시에는 제주와 추자, 완도를 잇는 한일레드펄호가, 오후 4시50분에는 앞서 제주에 들어온 한일골드스텔라호가, 오후 5시에는 산타루치노호가 각각 목포로 떠났습니다. 제주해상은 지난 23일 밤 11시부터 풍랑경보에 여객선 운항이 통제돼 왔습니다.

    ▶ 한파주의보와 대설특보 등 기상악화가 본격화되면서 항공기 결항이 시작된 게 지난 23일 오후부터였죠.

    = 그렇습니다. 이 날 오전 10시에 제주산간에는 대설경보가, 오후 3시에는 해안지역에는 대설주의보가 발효됐습니다. 오전 11시에는 제주 전 지역에 한파주의보가 발효됐는데요. 제주에 한파주의보가 발효된 건 2009년 3월 이후 7년만입니다.

    제주공항에 폭설이 내리면서 오후 들어 항공기가 하나 둘 결항 사인이 켜졌는데요. 오후 1시10분쯤 군산으로 가려던 항공기를 시작으로, 출발과 도착 모두 296편이 결항됐습니다. '이 날 하루 이러다 곧 개겠지' 하는 생각은 오산의 시작이었습니다.

    ▶ 이튿날인 24일부터는 제주공항이 전면 폐쇄된 뒤 기상악화로 그 기간마저 더 연장됐는데요.

    = 어제 하루도 눈보라가 잠시도 그치지 않으면서 제주공항 폐쇄 사태는 이틀째를 맞았습니다. 어제 하루 모두 517편이 결항됐는데요. 기상이 호전될 것으로 보여 제주공항 운항 정지 기간이 오늘 오전 9시까지 예정됐었지만 오히려 더 악화되면서 폐쇄 기간은 오늘 밤 8시로 연장되기도 했습니다.

    ▶ 이 때문에 오도가도 못한 8만여명의 관광객이 제주에 묶였는데요. 문제는 숙소를 구하지 못하고 공항에서 노숙을 하게 된 3천여명의 체류객인데요.

    = 제가 어제 오늘 이틀간 공항에서 취재를 했는데요. 공항인지 난민시설인지를 분간 못할 정도로 이들의 육체적, 정신적 고생은 심했습니다. 폭설과 강풍으로 사흘간 이어지는 사상 초유의 제주국제공항 항공기 운항 중단사태에 제주공항에서 기약없는 기다림을 이어간 체류객 3천여명의 불편이 가중됐습니다.

    제주공항 항공기 운항 중단이 사흘만에 풀려 관광객들이 제주를 빠져나가고 있다(사진=노컷뉴스 박정섭 기자)

     

    이들은 공항 대합실은 물론 복도 등 몸을 누일 수 있는 공간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불편한 기다림을 이어갔는데요. 짐을 나르는 카트는 간이숙소로 바뀌었고, 깔개를 구하지 못한 체류객은 종이박스도 감지덕지입니다.

    2박3일 일정으로 제주관광에 나섰던 한 관광객은 제주에서 태풍도 아닌 폭설에 발이 묶인 현실에 황당해하고 있습니다. <인서트 1=""> 또 다른 관광객은 활주로 제설작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한국공항공사의 시스템에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인서트 2="">

    공항 체류객들이 삼시 세끼를 공항 내에서 해결하다보니 공항 안에 있는 편의점 식품류는 모두 떨어졌고, 폭설로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보니 보급 역시 여의치 않았습니다. 폭설을 뚫고 달려온 삼각김밥과 라면, 도시락이 빈자리를 채우는가 싶더니 바닥을 드러내는 건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 이들 체류객 가운데서도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라면서요.

    = 원래 지난 23일 오후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던 김기홍씨는 뜻하지 않은 기상악화에 제주공항에서 노숙자 신세는 사흘째입니다. 함께 여행 온 아내도 추위에 몸이 불편하지만 가장 마음에 걸리는 건 세살배기 아들입니다. 40시간 이상을 먼지 많고, 건조한 대합실 바닥에서 생활하다보니 서울에서도 없던 감기를 달았습니다. 그나마 분유를 떼서 다행이지만 기저귀를 공항 안에서 살 수 없다보니 폭설과 한파를 뚫고 제주시내 마트까지 다녀와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김씨의 얘깁니다. <인서트 3="">

    어르신들도 딱딱한 바닥에서 수십시간을 지내다보니 허리병이 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제주공항 안에 있는 의원은 평소와 달리 이같은 환자들로 북새통입니다. 약이 떨어진 고혈압 환자를 비롯해 감기 환자와 허리 환자에 평소보다 5~6배 많은 환자가 몰리면서 간호사 1명과 의사 1명이 이들을 받기엔 역부족입니다. 간호사의 얘길 들어보시죠. <인서트 4="">

    ▶ 사흘째 이어진 폭설과 한파에 각종 사건사고도 속출했죠.

    =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사흘간 제주에서는 외도도과 삼도동, 안덕면 등 고압선로 고장으로 2천여가구가 정전피해를 입었습니다. 하우스 피해도 속출해 제주시 해안동 블루베리 비닐하우tm 4개동과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리 한라봉 하우스 1동 등 모두 11동이 폭설 피해를 입었습니다.

    서귀포시 남원읍 천600㎡ 규모의 광어 양식장 등 도내 양식장 시설 하우스 3곳이 폭설로 파손됐습니다. 사흘동안 눈길 교통사고로 22명이 치료를 받고 있고, 눈길에 미끄러지거나 계단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42명이 다쳤습니다. 갑자기 쏟아진 눈폭탄에 한라산과 올레길 등에서 46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습니다. 한파에 251건의 수도계량기가 얼어 깨지기도 했습니다.

    ▶ 이번 한파는 제주지역 최저기온을 갈아치우기도 했네요.

    =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24일 오전 9시 제주시 최저기온은 영하 5.8도로, 영하 6도까지 떨어졌던 1977년 2월16일과 영하 5.9도를 기록했던 1977년 2월15일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낮습니다. 서귀포시는 영하 6.3도, 고산은 영하 6.1도까지 떨어져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낮은 기온을 보였습니다. 동부인 성산도 최저기온이 영하 6.9도까지 떨어져 영하 7도를 기록했던 1990년 1월23일에 이어 두 번째로 낮습니다.

    ▶ 비록 최악의 날씨지만 체류객을 위한 제주도민의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면서 주변을 훈훈하게 했죠.

    = 제주도에 따르면 어제 오후 60대로 추정되는 부부가 제주공항 체류객을 위해 삶은 계란 50개와 고구마 1박스, 귤 1박스를 제공했습니다. 방송인 허수경씨는 한방음료 800개를 직접 체류객에게 전달하기도 했구요. 신라스테이 제주는 23일부터 이틀 동안 제주공항 체류객에게 객실을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메종글래드 제주호텔은 제주공항 폐쇄로 차질을 빚은 투숙객을 위해 어린이 동반 가족은 온돌룸으로 무료 업그레이드하고 조식 제공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또 제주에 사는 엄마들이 이용하는 포털사이트 카페 '제주맘'에서도 무료 숙박을 제공하는 사례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 제주관광을 이끌어나가고 있는 제주관광공사와 제주도관광협회도 사흘간 제주공항에서 체류객들을 위한 전사적인 서비스에 나섰죠.

    = 제주관광공사는 지난 22일부터 공항 체류객 지원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이들을 위한 지원을 사흘째 이어가고 있습니다. 발이 묶인 체류객들의 편의 제공과 애로사항 해결을 위해 관광서비스 데스크를 운영하면서 항공기 운항 여부에 대한 각종 정보는 물론, 빵과 생수, 모포를 무상제공하고, 휴대폰 충전서비스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제주공항 체류객의 청결을 위해 제주시내 사우나까지 무료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습니다. 무료셔틀버스는 제주공항과 사우나 3곳을 1시간 간격으로 밤 8시까지 정시 운행하는데요. 사우나 가격까지 할인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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