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만 외곽 부두의 2평 남짓한 초소에서 한 특수경비원 경비·보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송영훈 수습기자)
# 아침 6시, A(30)씨가 검은 넥타이를 매고 인천항만으로 향했다. A씨의 업무는 인천항만 외곽 부두의 초소를 지키는 일. 살을 에는 듯한 바닷바람을 피해 2평 남짓한 컨테이너 초소에서 먼바다를 바라보며 경계근무를 서다 A씨는 오후 5시쯤 퇴근을 준비한다.A씨는 특수경비원.# 아침 6시, B(46)씨는 줄무늬 넥타이를 매고 인천항만으로 향했다. B씨의 업무는 인천항만 여객터미널의 한 초소를 지키는 일. 찬바람을 피해 널찍한 초소에서 B씨는 의자에 앉아 차량 출입을 통제하다 오후 5시쯤 퇴근을 준비한다.B씨는 청원경찰.
특수경비원과 청원경찰은 인천항만 일선의 경비 및 보안을 책임지는 인력이다.
두 직군의 기본 업무는 유사하지만, 노동의 강도나 처우, 근무 환경 등은 하늘과 땅 차이다.
아이를 키우는 한 가정의 가장인 A씨는 한 달에 약 220만원을 받는다.
그나마 A씨는 계약연장 6년에 병역 2년을 포함해 경력 8년을 인정받았다.
초년 특수경비원들은 예외 없이 최저시급으로 연봉이 산정되고, 계약이 1년 연장될 때마다 월 2만 4천원을 더 받는다.
반면 청원경찰은 청원경찰법에 따라 국가가 공시한 대로 월급을 받고, 경찰에 준하는 복지혜택을 누린다.
인천항만 제1국제여객터미널에 설치된 초소에서 청원경찰이 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강혜인 수습기자)
특히 청원경찰은 60세까지 고용이 보장되지만, 특수경비원은 평생 계약직 신세를 면할 수 없다.
A씨는 "노동 강도는 높은데 임금은 저조한 상황"이라며, "아기가 태어나고 나이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이직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경비원으로 처음 배치된 친구들은 '국가중요시설을 지킨다'는 부푼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지만, 일반 동네 경비처럼 취급당한다는 현실을 알면 좌절한다"며 서러움을 토로했다.
이러한 이유로 특수경비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5년이 채 되지 않는다.
인천항 자료사진 (사진=강혜인 수습기자)
◇ 인천항만 지킴이 3명중 2명은 비정규직항만의 보안을 청원경찰에 맡겨오던 보안공사가 특수경비원을 대거 고용하기 시작한 건 2005년으로, 현재는 특수경비원 200여명, 청원경찰 110명을 보유하고 있다.
청원경찰들의 연차가 높아지면서 인건비가 커지자 값싼 계약직인 특수경비원으로 대체해 나간 것.
한 청원경찰은 "특수경비원들 초소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간이 화장실밖에 없다"며 "특수경비원의 업무가 청원경찰 업무와 차이가 없는데, 신분은 보장이 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인천항만 보안 업무 대부분을 책임지는 보안공사 인력의 상당수가 특수경비원들이고, 이들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점은 허술한 보안 현실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밀입국 사건이 발생했던 동국제강과 현대제철 부두의 경비는 모두 특수경비원들이 경비·보안을 담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제철의 경우, 부두를 지키는 특수경비원 13명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2만평이 넘는 부두를 지켜야만 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일부 경비원이 휴가만 가도, 인력난이 발생한다"며 "이들의 근무여건 개선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차별적인 대우와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상황이 우리들의 경비·보안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3개조 3교대로 일하면서 누적된 피로들이 생체리듬에 영향을 주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한편 앞서 불거졌던 인천국제공항 밀입국 사건 당시에도 자동출입국심사 12곳이 비정규직 보안요원 16명에 맡겨졌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들은 이틀 근무를 선 뒤 하루 쉬는 '순환식 교대근무'를 수행하면서도 월급 150만원가량에 2년간만 계약된 계약직이었다.
대한민국의 관문을 지키는 이들이 더욱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합당한 처우가 보장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