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거중인 정동영 전 의원을 찾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사진=자료사진)
안철수 대표의 순창 깜짝 방문으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영입에 성공한 19일 국민의당은 들뜬 분위기가 역력했다.
전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반이 취약했던 전북지역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라는 점에서 호남 지지율 반등에 고심하던 국민의당에는 호재라는 평이 다수다.
안철수 대표도 이날 회의에서 "거대 양당의 기득권 독과점 구조를 깨고 정치의 판을 바꾸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보수와 진보 진영 인사들이 혼재하고 있는 국민의당 사정상 누구보다 정치적 색깔이 뚜렷한 정 전 장관의 영입이 자칫 '이념충돌'이라는 불꽃을 당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장 정 전 장관에 앞서 당에 합류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부터가 문제다.
개성공단 폐쇄를 놓고 정치권이 치열한 이념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교수와 정 전 장관은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정 전 장관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뉴스쇼>에 출연해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더민주의 미온적인 대처를 지적했다.
그는 “야당은 실력 행사를 통해서라도 개성공단에 대한 의지를 보였어야 한다. 이것(개성공단)을 포기한 것은 야당이기를 포기했다고 생각한다”며 강하게 더민주를 비난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사진=자료사진)
반면 이상돈 교수는 지난 17일 자신의 입당 기자회견에서 ‘햇볕정책의 실패’를 언급하는 등 대북정책과 관련해 국민의당의 기존입장과 상반된 시각을 드러냈다.
이 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이)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는 데에는 모두 실패했다. 현재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가 논란이 확산되자 “역대 정권의 대북정책이 모두 실패했다는 뜻”이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 교수는 국민의당 입당에 앞서 언론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정 전 장관을 ‘급진적 진보’로 분류하며 국민의당의 정 전 장관 영입시도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두 사람간의 악연은 지난 2014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상돈 비대위원장 영입설’이 나돌자 상임고문이었던 정 전 장관은 이런 시도를 ‘자폭형 참사“라며 맹렬히 비난했고, 이상돈 비대위원장 카드는 무산됐다.
정 전 장관은 이번에는 이상돈 교수 합류 문제는 일단 피해가는 모양새다.
정 전 장관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 교수 합류가 문제가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몇몇 개인의 의견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야당을 이끌고 있는 안철수 대표의 생각”이라며 즉답을 피해갔다.
당 내부에서는 정 전 장관이 별도의 당직을 사양하고 총선에 전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점을 감안할 때, 총선 때까지 두 사람이 별다른 충돌 없이 지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이 이념적 차이를 극복하고 공존할 수 있다면, 이념을 초월한 제3세력 구축을 표방하고 나선 국민의당의 상징적인 존재로 부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라도 민감한 대북문제가 터져 나올 수 있는 최근 정세를 감안할 때, 개성공단 부활을 명분으로 정치재개를 선언한 정 전 장관과 중도 보수를 표방하고 나선 이 교수의 충돌은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자칫 총선 기간 중 두 사람의 갈등이 불거질 경우 햇볕정책의 근원지나 다름없는 호남 민심잡기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당에게 큰 부담이다.
국민의당 영입대상 1순위로 올라선 박지원 의원이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햇볕정책을)원천적으로 부인하는 분들이 여권에서 현재 야권으로 와서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 교수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거대 양당의 담합구조를 깨트리겠다"며 안철수 대표가 야심차게 영입한 정동영 이상돈‧ 좌‧우 진영 카드가 어떤 화학적 작용을 일으킬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