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사진=자료사진)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현미경 검증'을 예고한 가운데 당 공천 후보자 면접장에서는 당 지도부와 중진을 포함한 현역 의원들이 각잡은 자세로 면접에 참여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사실상의 '현역 컷오프'를 선언한 이 위원장에 맞서 김무성 대표가 "인위적 물갈이는 없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혹시나 꼬투리를 잡히지 않을까 바싹 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 현역도 예외없이 '각잡고' 공천 면접 21일 새누리당 여의도 당사에서는 서울 12개 지역과 경기 12개 지역에서 공천을 신청한 당내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공천관리위원회가 면접 심사를 진행했다.
면접장 문앞 복도에는 당의 투톱가운데 한명인 원유철(평택시갑) 원내대표와 4선 중진인 심재철(안양 동안구을) 의원이 작은 간이 의자에 앉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대기했다.
두 사람외에도 이날 면접 대상인 길정우(서울 양천구갑), 유의동(평택시을) 의원과 신의진(비례), 문정림(비례) 의원 등 현역 의원들이 다른 예비후보들과 함께 면접장 문앞에서 각잡힌 자세로 자신의 순번을 기다렸다.
순번이 좀 남은 후보자들이 대기하는 면접장 옆 대기실에서 비현역 후보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환담을 나누는 등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오히려 현역 의원들이 바싹 긴장한 모습이었다.
새누리당은 지난 19대 총선 공천 당시에 현역 의원의 경우 면접을 면제시켜 줬다. 현역 의원은 이미 지난 4년동안 의정활동을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검증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현역 의원이 지지율조차 잡히지 않는 일부 예비후보들과 한자리에 앉아 면접을 본다는 것이 '격(格)'에 맞지 않다는 특권인식이 그 바탕에 깔려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4년이 지난 현재 새누리당이 공천 원칙으로 정한 '100% 상향식 공천'이 현역 의원에게 유리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상황에서 면접까지 면제해주는 예우를 해 줄 수는 없게 됐다.
친박계인 원 원내대표는 "당헌.당규에 따라야 한다"며 면접 참여를 당여하게 받아들였고 비박계인 심 의원 역시 "경쟁은 공정하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다 이한구 위원장이 현역 의원들을 대상으로 자격심사를 통한 사실상의 컷오프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과거 현역의원들에게는 면제되거나 혹은 형식적으로 실시됐던 면접이 보다 중요해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재오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
◇ '이한구 눈밖에 날라' 납작 엎드린 비박계공천관리위는 지난 20일부터 오는 28일까지 9일간 실시되는 공천 신청 후보자 면접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4일간 후보자 자격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당초 새누리당이 특별기구 논의결과를 바탕으로 의원총회까지 열어 결정한 '100% 상향식 공천' 원칙에 따르면 중대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현역 의원의 경우 경선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 위원장이 취임 직후 현역 의원 가운데 저성과자나 비인기자의 경우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겠다고 밝히며 사실상의 현역 컷오프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여기다 당헌·당규에 명시된 우선추천지역을 전국 각 시·도에서 최대 3개까지 지정하겠다고 밝히면서 현역 컷오프는 물론 전략공천 가능성까지 열어놨다.
이에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가 당헌·당규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상황이다. 김 대표는 "몇몇 지역에서 미운놈 쳐내고 사천(私薦)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공천관리위 해체까지 시사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친박계의 엄호를 받고 있는 이 위원장의 독주를 제어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현재 비박계는 "좀 더 지켜보자"며 일단은 관망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운데)와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우측), 이진복 의원이 당 의원총회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한 비박계 당직자는 "의원총회에서 이미 결론난 사안을 이 위원장이 마음대로 뒤집을 수 없을 것"이라며 "공천관리위에 (비박계) 황진하 사무총장 등도 포함돼 있는 만큼 논의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천 일정상 어쩔 수 없이 면접심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 위원장의 독주에 반발하고 있는 비박계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추후 현역 컷오프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면접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한 비박계 의원은 "국민공천제를 택했는데 국민들이 아니라 공천관리위에서 자격심사를 해서 떨어뜨리는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면서도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는 꼬투리 잡히지 않게 몸조심 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껏 몸을 낮췄다.
이는 이 위원장과 대척점에 선 김 대표 역시 예외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원 원내대표는 '김 대표도 면접에 불참할 경우 페널티를 받을수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한 것"이라며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한 분들은 누구나 다 공천관리위에서 면접을 보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