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의 '선별적 무상급식'은 시행 1년을 넘기지 못한채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22일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기자회견을 통해 "2016년 무상급식은 2014년도와 동일하게 한다"고 밝혔다.
경남지역 초등학교 전체와 농어촌지역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모두 2014년처럼 다시 무상급식의 대상이 된다.
예산분담 문제도 사실상 해결됐다.
필요한 전체 식품비 1244억 중 1,075억은 해결이 됐고, 추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할 예산은 169억에 불과하다.
박 교육감의 기자회견 뒤 경상남도는 브리핑을 갖고 "교육감의 고심에 찬 결단을 환영한다"고 짧게 화답했다.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았다.
◇ 무리한 추진, 정치적 압박으로 '선별적 복지' 실험 끝이로써 2014년 하반기 '보편적 무상급식은 포퓰리즘'이라며 예산지원을 중단했던 홍준표 지사의 실험은 중단된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새누리당 일부 후보들까지 무상급식 원상회복을 주장하는 등 정치적 압박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 개학과 함께 급식대란이 다시 벌어지면서 제기될 책임론, 그리고 자신에 대한 주민소환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 '개천에서 용나는 사회', '선별적 복지'라는 오랜 철학홍 지사의 보편적 무상급식 중단을 정치적 이슈를 노리고 벌인 '이벤트'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후 불거진 미국 출장길 골프 등 잇따른 돌출행동에다가, 성완종 리스트 연루의혹까지 겹치면서 그는 이제 주민소환 투표 대상이 됐다.
그러나 홍 지사의 '선별적 복지'가 그의 오랜 철학이었던 점은 분명하다.
2007년 8월 15일,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홍준표 지사의 서울지역 유세 연설문 일부를 보자.
"서민들을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 가진자 한테는 정책이 필요없다. 그대로 놔둬도 잘 살고 잘 먹고 학교 잘 다닌다.(중략) 소득 상위 20%의 자녀들이 60%나 일류대학에 들어갔다고 한다. 개천에서 용나는 경우가 있어야 한다. 막노동 출신 아들, 가난한 농민의 아들, 일용직 노무자의 아들 홍준표도 열심히 공부해서 교육기화 받아서 검사가 되고 국회의원이 되고, 이제 대통령 하려고 한다. 이게 정상적인 나라다. 이제 정말로 우리가 교육을 통한 부의 양극화를 방지한다면 서민자녀들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시킬 수 있는 그런 나라를 만들겠다"
'서민자녀들에게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시키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실제 홍 지사는 지난해 보편적 무상급식을 선별적 급식으로 전환하면서 서민자녀들에게 학습교재 등을 살 수 있게 예산을 지원하는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을 벌였다.
이어서 서민자녀 장학사업, 서울소재 대학진학 서민자녀 기숙사 건립, 지역기업의 지역대학 출신 서민자녀 취업할당 등의 사업을 펼쳐왔다.
그는 어쩌면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품었던 꿈을 경남지사가 되어 실현해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제공되고 있는 복지를 뺏는 방식으로는 '선별적 복지'가 성공할 수 없다는 교훈을 확인한 채 홍 지사의 실험은 일단 막을 내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