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2016 정기총회 모습 (사진 = 강동수)
부산시 외압 논란으로 차질이 우려됐던 부산국제영화제 정기총회가 당초 우려대로 파행으로 물들었다.
총회 회원들이 정관개정을 위한 임시 총회 조기 소집과 이용관 집행위원장 재위촉을 거세게 요구했고,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시장은 일방적인 총회 종료를 선언하고 퇴장했다.
25일 오후 부산시청에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2016년 정기 총회는 지난해 결과 보고에 이어 사업계획과 예산안 승인 등 회의 초반 진행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건의와 기타 토의 안건' 순서에서 총회 회원 106명의 임시총회 소집 요구안이 제출되자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조직위원장 자격으로 회의를 주재한 서병수 시장은 총회 소집 요구안이 제출되면 20일 이내에 회의를 열어야 하지만 정관개정 논의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영화제 사무국과 논의해 신중히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회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병수 시장은 "조직위원장직을 내놓고 영화제 독립과 발전을 위해 돕기로 한 만큼 서로 믿고 일하려는 자세를 보여달라"면서 "지금 총회 소집안을 제출하면 20일 이내 임시총회 개최, 총회 7일 전 안건 통보 절차 일정을 볼때 정관 개정안이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마련될 우려가 있다" 고 강조했다.
하지만, 총회 소집안을 대표로 제출한 이춘연 영화단체연대회의 대표에 이어 방은진 영화감독과 청년필름 김조광수 대표 등 총회 회원들은 "재적 의원 1/3 이상이 동의한 총회 소집요구는 조직위원장이 거부할 수 없고 총회에서 반드시 받아들여져야 한다"며 맞섰다.
또, "지난해 영화제 폐막 이후 4개월, 다이빙벨 사태 이후 1년여가 넘도록 정관개정 논의는 충분히 진행돼 왔어야 했다"며 "부산시장을 당연직 조직위원장으로 하는 규정을 민간인으로 변경하는 내용만 담으면 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는 반론을 내놓았다.
서병수 부산시장(사진 중앙 왼쪽)과 이용관 BIFF 집행위원장
임시총회 개최 시기를 둘러싼 줄다리기는 급기야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한 재위촉 요구로까지 이어졌다.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는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임기가 내일로 끝나는데, 당연히 거론돼야 할 이 문제가 총회 안건에서 빠진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부산영화제의 최고의결기구인 총회에서 마땅히 재위촉 승인 안건을 처리하라"고 요구했다.
이 위원장 재위촉 문제는 격한 논쟁을 불러와 안건 상정의 효력 여부 등 절차문제를 둘러싼 공방으로까지 이어졌고, 급기야 서 시장은 일방적으로 회의를 종료하고 퇴장했다.
이후에도 30분 넘게 비공식 회의가 진행되며 부산시와 영화제 양측을 옹호하는 회원간 격론이 이어졌고, 영화계 원로인 임권택 감독의 중재가 있고 나서야 회원들은 어렵사리 회의를 매듭지었다.
임권택 영화감독은 "다이빙벨이라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영화 한편 때문에 영화인과 부산시민, 해외 관계자가 모두 불편해하는 평지풍파가 일고 있다"면서 "우리가 좀더 냉정해지고 지난 20년 동안 어렵게 키워낸 부산영화제에 흙탕질을 그만하고 지금까지 커온 기세로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고 마음을 모아달라"고 발언했으며, 총회 회원들은 박수로 화답하며 더 이상의 발언을 삼갔다.
우여곡절 끝에 총회가 끝나면서 이제는 부산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명문화 할 정관개정 작업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총회처럼 부산시와 영화계 간의 날선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부산국제영화제 사태가 어떻게 해결될 지 주목된다.